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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번 주에도 야근할 예정인가요. (2008년 5월 26일)

저는 지난주 목요일, 부임 이후 처음 야근 현황도 파악할 겸 야근직원 격려도 할 겸 저녁 9시경 성심당제과점에서 맞춘 빵 세트 70개를 가지고 청사를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예상보다 많지 않은 인원이 야근을 하여 빵 세트는 50여 개만 전달하였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격려차 청을 둘러본 것이었으나 금요일 저녁에는 식당밥이 동날 정도로 야근자가 늘었다고 합니다. 저의 메시지가 야근 독려로 이해된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많은 분이 근무하였더군요. 검찰생활에서 일상화되어버린 야근과 주말 근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편지는 야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주가 월말이어서 틀림없이 야근이 늘 것이고 더워지는 늦봄 야근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이니까요.

 

종전에는 야근은 조직을 위한 살신성인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일본의 경우 야근을 근면 성실한 직원의 상징으로 여기기까지 하였습니다. 일본 노동문화를 배운 우리나라에서도 야근은 발전하는 한국의 상징이었습니다. 그 시절을 지낸 분들이 이제 각 조직의 초고책임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분들 눈에는 야근하는 직원이 성실하고 유능한 직원으로 여겨집니다.

 

한국 검찰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 하였고, 나아가 밤샘도 수없이 하였습니다. 밤을 새워 수사하고 아침에 수염도 깎지 않은 얼굴로 고양이 세수만 한 채 밤 사이 수사한 사랑을 보고서로 정리하여 부장님 출근하시기를 기다리는 8시 반경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의 노동관은 일본이나 우리와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유대인은 일한 후 반드시 쉬게 한답니다. 안식일에 일하는 것은 하나님 말씀을 어기는 것으로까지 여기고 있습니다. 휴식하지 않으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랍니다. 탈무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영혼까지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잠을 자는 것이다.”

 

이제 세상이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산업화시대의 생산성은 ‘사람×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을 늘리면 생산성이 늡니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의 생산성은 ‘사람×창의성’입니다.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얼마나 창의적 생각을 많이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에서는 ‘개인을 위해, 회사를 위해 야근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늘고 있습니다.

 

회사 경쟁력의 무게중심이 양보다 질, 설비보다 지식, 근면성보다 창의성으로 옮겨가고 있어 효율성이 낮은 야근보다 야근을 줄여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잔업 금지로 유명한 일본 청정기회사 료힌케이카쿠의 마쓰이 사장은 “저녁 7시까지 일을 끝내지 못하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지 못하게 되어 가정이나 사회에서 쓸모없는 인간이 된다. 그런 사원은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칼퇴근운동’을 벌이는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은 “야근은 방전된 배터리를 쓰는 것과 같다.”고 지적합니다. 야근을 반복할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업무 몰입도도 저하되며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시간이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전임 총장님 시절 우수형사부 선정 기준의 하나로 얼마나 야근을 적게 하였느냐를 삼은 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야근 여부를 epris를 끈 시간을 기준으로 측정한다고 하자 야근하면서도 epros를 끄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였지요. 그리고 7시 전에 퇴근하자는 ‘패밀리데이’도 이벤트에 그치고 만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일하기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더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사합니다. 물론 모든 업무가 그렇지는 않지만 다른 업무도 영향을 받아 야근이 체질화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똑같이 한 시간을 일하여도 업무에 고도로 집중하여 방전되지 않은 머리로 자신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려 일한다면 업무효율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미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기업은 이를 경험하고 직원들의 야근을 줄이도록 독려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산업화시대에 머무르며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로 효율적으로 일해 야근을 줄여야 할까요? 업무 특성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점차 수사를 포함한 우리 업무를 창의적 업무로 바꿔가야 검찰의 미래가 있는 것 아닐까요?

 

야근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야근은 필요하면 해야 하지만 야근으로만 해결하는 방식은 그리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한다. 야근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르게 시간관리를 잘하고 창의적으로 일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번 달에는 어쩔 수 없이 야근하더라도 다음 달에는 창의성을 발휘하여 야근을 줄여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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