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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번째 편지 - 소통의 반대말은 ''''적막''''입니다

                   소통의 반대말은‘적막’입니다.


  지난주에는 특별승진을 위한 개별면접과 집단면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6급 특별승진 후보자들에게 주어진 집단면접 주제는 ‘검사와 수사관의 바람직한 역할’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후보자들은 한 결 같이 검사와 수사관간의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신뢰와 소통’을 가장 중요한 것을 손꼽았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후보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검사와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적막이었습니다.’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다면 이보다 더 힘든 일이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이런 방이 있을까 싶기도 하였지만 더러는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서로 사무적으로 형식적으로 대하는 방은 다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아담스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낚시를 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찰스 아담스는 링컨 대통령 때 영국 대사를 지낸 분입니다. 역사학자 아담스는 그날 일기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은 최고로 즐거운 날이다.’ 그러나 아버지 찰스 아담스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은 아들과 낚시를 하러가서 시간을 헛되게 낭비하고 말았다.’

  같이 보낸 시간에 대해 서로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검사와 수사관이 다정하게 지내는 것 같아도 한 사람은 보낸 시간을 의미 있어 하고 한 사람은 낭비라고 생각하면 진정한 관계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젊은 시절에는 수사관은 저의 지휘를 받아 저의 일을 돕는 사람으로만 생각하였습니다. 수사관을 독립된 개체로 생각하기 보다는 저의 보조자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은 달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사를 위해 서로 자신의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동역자(같이 한가지 일을 하는 사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실체 파악과 법률적용을 하고 수사관은 검사가 의문시 하는 부분을 수사를 통해 밝혀내는 별도의 역할을 가진 동역자 말입니다. 물론 검사가 수사관에 대한 지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검사와 수사관의 법률상 지위 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자가 어떻게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수사에도 효율적이고 스스로의 삶에도 바람직한가 하는 철학적, 인간적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검사나 수사관이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 느끼는 것이 천차만별이겠지요. 제 생각을 고집하거나 강요할 뜻은 없습니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생각이 변하더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검사는 수사관이 도와주지 않으면 유능한 검사가 될 수 없습니다. 수사관 역시 검사로부터 잘 지도 받지 않으면 유능한 수사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로 동역자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친구의 보석가게에 들렀습니다. 친구는 화려한 다이아몬드와 다른 여러 가지 보석들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보석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보석은 광택이나 찬란한 빛이 나지 않는데도 가격은 비쌌습니다. 그래서 물어 보았습니다. “여보게 저것은 별로 아름답지 않아 보이는데도 값이 꽤 비싼 것 같은데, 왜 그렇지.” 친구는 그 보석을 꺼내서 잠시 동안 손으로 꼭 쥐고 있다가 손을 펼쳐 보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금 전까지 아무런 광채를 내지 않던 바로 그 보석이 친구의 손에서 눈부시게 광채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봐, 자네 어떻게 한 거지?” 친구는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 보석은 ‘단백석’이라고도 하고 ‘오팔’이라고도 하는 보석이네. 이 보석은 손으로 잡고 있으면 온도 때문에 아름다운 빛을 낸다네.”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검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칩니까. 수사관은 어떻습니까. 수십 대 일의 경쟁을 거쳐 합격하지요. 이처럼 모두 보석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그 보석은 스스로 있을 때 보다는 누군가가 꼭 붙잡아 줄 때 더 아름다운 빛을 드러냅니다. 검사는 수사관에게, 수사관은 검사에게 이런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보석을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는 심정으로 서로를 대할 때 검사와 수사관의 관계가 바람직해 질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둘 사이에 ‘적막’이 흐른다면 스스로 내는  

빛마저도 가려질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 보석 같은 인재를 감싸주는 손이 되지 않으시렵니까?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3.2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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