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8.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요 (2008년 5월 13일)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요. 이번 주에는 대전지검 역사상 최초로 워크아웃(work-out)을 실시합니다. 워크아웃은 제가 강의에서 설명한대로 GE의 잭 웰치 회장이 만든 것으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 외부에서 일정한 주제를 두고 조별 토론을 한 후 아이디어를 발표하면 책임자가 이를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제도입니다. 잭 웰치는 자서전에서 오늘날의 GE는 워크아웃 덕분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벽을 허물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제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워크아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입니다. 4~5명의 팀원이 서로 생각을 북돋워주지 못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비난하고 무시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못합니다. 저는 대검에서 워크아웃을 하면서 팀원끼리 서로 싸우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팀워크가 맞으려면 서로 같은 성향의 사람끼리 모이는 것이 중요할까요? 아닙니다. 성향이 같으냐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도 존중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입니까?

 

2006년 제가 검찰 교육체계 개편작업을 하면서 연세대학교 황상민 교수님에게 검찰 구성원의 리더십 유형을 연구하도록 의뢰하여 이를 강좌로 구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검사 및 일반직원 30여 명과 개별면담, 집단토의를 한 후 검찰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을 6가지로 분류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첫째, 현실가(Realist)형입니다. 자신의 소신이 없고 타인지향적입니다. 평가나 승진에 집착하며 팍팍한 삶을 삽니다. 치열하게 살지만 가치관이 드러나지 않고 40대에 많답니다.

 

둘째, 낭만가(Romantist)형입니다. 조직에 자극을 주고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십입니다. 튀는 정치인과 비슷하여 조직에서 오래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돈키호테를 연상시킨답니다.

 

셋째, 전문가(Professional)형입니다. 전형적 엘리트이고, 모시고 싶은 상사입니다. 능력을 인정받고 출세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비전이 없다고 합니다.

 

넷째, 자기중심(Egoist)형입니다. 인간적이기는 하나 다소 불안합니다. 자신을 중심으로 사조직을 만드는 타입입니다. 잘못하면 독불장군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답니다.

 

다섯째, 구도자(Humanist)형입니다. 검찰의 도덕적 위기 때 필요한 청빈형입니다. ‘검사의 자세’를 강의하면 딱 어울릴 분이지만 가족들은 피곤하답니다.

 

여섯째, 혁신가(Innovator)형입니다. 굉장히 똑똑하나 성과 위주여서 모시기 힘듭니다. 부하들을 옥죄는 타입으로 조직이 실적을 올리지 못할 때 필요한 타입이랍니다.

 

여섯 가지 유형 모두 마음에 안 들 뿐 아니라 자신과 많이 다르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검찰에 가장 많은 리더십휴영은 이 6가지이고, 저나 여러분 모두 이 중 어느 한 가지나 두 가지에 속할 것입니다. 문제는 다른 유형도 비록 자신의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번 워크아웃이나 평소 업무처리 과정에서 만나는 동료의 타입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유형만큼 다른 사람의 유형도 검찰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유형이란느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늘 말씀드리듯 유형이 다른 동료를 고객으로 생각하면 의외로 그의 성격 유형을 인정하는 일이 쉬어지실 것입니다. 절대로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그도 여러분을 바꾸려고 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주말 가족을 대전으로 불러 같이 지냈습니다. 장태산휴양림에 갔더니 때 이른 녹음이 깊어가고 있었고, 메타세콰이어는 장태산만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나무를 감상하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더니 그곳에 나뭇잎과 하늘이 밎어낸 아름다운 광경이 있어 사진에 담았습니다.

 

여러분, 이 사진을 보고 무엇이 연상되십니까? 저에게는 가운데 비어 있는 하늘 부분이 애완견 푸들 강아지 같았습니다.

 

푸들을 잘 모르시는 분은 왼쪽 사진을 보세요. 이놈이 푸들이라는 애완견입니다. 사진 속의 푸들과 비슷한가요. 이 사진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첫째는 서로 다른 나뭇잎이 모여 조화를 이루면 상상하지도 못한 멋진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리더십 유형이 서로 다른 우리가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대전지검은 상상하지도 못한 멋진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로 채워진 부분이 아닌 빈 공간이 우리에게 다른 의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조들이 즐기던 동양화의 ‘여백의 미’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늘 채우는 일만 생각하지요. 그러나 채우지 않은 빈 부분이 우리에게 주는 여유, 한가로움, 휴식 등도 역시 중요한 것 아닐까요?

 

저는 이 사진을 보며 주말이라는 빈 공간을 너무 채우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주말을 채우기만 하셨나요? 아니면 여백의 의미를 음미하며 주말을 보내셨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전글 목록으로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