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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번째 편지 - 핸드폰 문자 메세지를 둘러싼 이런 저런 이야기

 추석 때 문자 메세지 많이 받으셨나요. 저도 제법 받았습니다. 일일이 답장하셨나요. 사실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문자 메세지를 보면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에게 보낸 듯한 단체 메세지도 있고 저 만을 위해 정성스럽게 쓴 메세지도 있었습니다. 단체 메세지는 그냥 안부를 알리는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저의 안부를 묻기 보다는 ‘저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라고 자신의 안부를 알리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물론 개별 메세지를 쓴 것에야 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안부를 알려 주는 것이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런 단체 메세지에도 답장을 하여야 하는 고민이 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메세지가 너무 많다 보니 사실 답장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메세지 사이에 끼어서 개별 메세지가 들어 옵니다. 메세지를 볼 때는 그 정성이 대단하여 답장을 하여야지 하고는 다른 일이 밀려 오면 깜박 하고 하루가 가버립니다. 그러면 뒤늦게 답장을 보내기 미안하여 머뭇머뭇 하다가 그만 답장할 시기를 놓치고 맙니다.


 선물도 마찬가지 입니다. 명절이면 가까운 분들에게서 이런저런 명절 선물이 옵니다. 선물을 잘 받았고 감사하다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야 도리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보내야지 보내야지 하다가 하루 이틀이 갑니다. 그 사이에 선물을 더 들어오고 보낼 메세지는 늘고 숙제가 되어 버립니다. 마음에 부담이 됩니다. ‘상대방이 섭섭해 하지 않을까? 신경써서 값비싼 선물을 보냈는데 이무런 반응이 없으니 괘씸하다고 할거야?’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메세지를 누를 손은 여전히 다른 일에 바쁩니다.


 주위에 보면 문자 메세지에 답장을 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문자 메세지가 오면 그것을 최우선으로 조치합니다. 그 자체만 보면 매우 훌륭한 일이지만 메세지가 꼭 한가할 때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회의 중에 또는 누구와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띵동’하고 끼어듭니다. 용감한(?)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답장 메세지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 ‘상대방’이 되어 보니 짜증나고 심지어 화까지 나더군요. 회의 중에 연신 핸드폰에 눈이 가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지적하고 싶지만 상처를 받을까 걱정되어 말이 목까지 나오다가 참습니다. 그런데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처럼 점점 저도 회의 중이나 대화 중에 핸드폰을 보는 때가 늘고 있습니다. 손을 묶어 놓고 싶지만 ‘띵동” 했을 때 안보면 초초해 집니다. 그러다가 ‘띵동’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도 ‘띵동’ 소리가 날 때도 되었는데 왜 안나는 거야 하는 마음에 아무일 없어도 핸드폰을 들여가 봅니다. 점점 핸드폰 강박증이 도가 심해 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변명이지만 이런 저런 사유로 추석 메세지에 대한 답장을 제 때 하지 못하였고 선물에 대한 감사 메세지는 추석 연휴 직후에 보냈습니다.


 요즘 밴드라는 것이 유행입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대화방을 만들어 사진도 올리고 이야기도 합니다. 저도 밴드가 여러 개 있습니다. 얼마전 친한 고등학교 동창 10여명이 회원인 밴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오후 3시 친구들 사이에 이야기 꽃이 피었습니다. 두 사람이 재치있는 말들을 한참을 이어갑니다. 그날 따라 한참 바쁘게 일하고 있던 제가 순간 울컥하였습니다. 그만 쓰지 말아야 할 문자를 찍었습니다. ‘일 좀 합시다.’ 일 순간 밴드는 얼어붙었고 그 다음날 9시 친구들 간의 단체 여행에 대한 실무적인 문자가 올라 올 때까지 아무런 문자도 찍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후회하였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밴드 가지고 좀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제 사정만 생각하고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월요편지를 통해 사과해야겠습니다. ‘미안하네. 내 문자 때문에 마음 상했을 것 같네.” 그후부터 저는 밴드나 카톡에 대해 더 너그러워 졌습니다.


 얼마 전 택시를 탔는데 그 때 ‘띵동’하고 카톡이 왔습니다. 제가 카톡을 보고 좋은 글이라 택시 기사 분께 ‘이런 좋은 글이 왔네요.’하고 전해드렸더니 그분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카톡에 좋은 글이 많이 올라와 인생공부도 되고 재미도 있어 열심히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짜증이 납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카톡이 날라옵니다. 그때마다 ‘카톡’ ‘카톡’하며 카톡 메세지가 도착하였음을 알려주는 음성이 나와 운전 중에 손님 몰래 핸드폰을 열어 보면 개인적이 메세지가 아니라 좋은 글들입니다. 좋은 음식도 많이 있으면 별로 이듯 좋은 글도 너무 많이 읽으니 그저 그렇고 감동이 거의 없습니다. 제발 안 보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내는 분은 정성스럽게 저를 생각해서 보내주시겠지만 저에게는 카톡 공해가 됩니다. 특히 하루종일 운전을 하는 저로서는 핸드폰을 열어보는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매우 위험한 일이지요.”


 좋은 글을 보내는 카톡 메세지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이 보내준 좋은 글을 펌하곤 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사람에게 펌 하다 보니 이런 실례가 생기기도 할 것 같습니다. 가령 상대방이 매우 슬픈 일을 당해 울고 있을 때, 웃기는 글을 보내는 것은 커다란 실례일 것입니다.


 그 기사 분의 말을 듣고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만큼 전 국민이 핸드폰으로 이렇게 열심히 좋은 글을 카톡이나 문자 메세지로 서로에게 전해주고 있는 나라가 지구 상에 또 있을까? 우리나라 5000년 역사에서 요즘만큼 전 국민이 핸드폰을 통해 도덕 수업을 받았던 때가 있었을까? 그런데 왜 나라는 점점 강팍해 지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그 날카로운 대립을 보면 핸드폰 도덕 수업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좋은 글을 많이 읽어도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임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핸드폰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 다 다르실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4.9.1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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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동안 쓴 월요편지를 묶어 펴낸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21세기 북스 출판)에 대해 여러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인세는 좋은 곳에 쓰려고 고민 중입니다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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