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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번째 편지-당신의 남편, 아내를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세요

오늘은 부부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너무나도 친한 사이이지만 한 순간에 세상 누구보다도 먼 사이가 될 수 있는 부부 말입니다. 여러분의 부부사이는 어떠신가요. 결혼 당시보다 더 가깝고 소중해 지셨나요. 아니면 매일 뺄셈을 하듯 사랑이 식어만 가 이제는 돌처럼 굳어지지는 않았나요.

60이 넘은 노부부가 성격 차이로 이혼을 했습니다. 이혼한 그날, 마지막으로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음식은 통닭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날개 부위를 찢어서 할머니에게 권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화를 냈습니다. "지난 30년간을 당신은 늘 그래왔어. 항상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더니 이혼하는 날까지도 그러다니... 난 다리 부위를 좋아한단 말이야. 당신은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할머니의 그런 반응을 보며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날개 부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30년간 꾹 참고 항상 당신에게 먼저 건네준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이혼하는 날까지." 화가 난 노부부는 서로 씩씩대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집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나는 한번도 아내에게 무슨 부위를 먹고 싶은가 물어본 적이 없었구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좋아하겠거니 생각했지.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떼어내서 주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에게 섭섭한 마음만 들고... 돌아보니 내가 잘못한 일이었던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데..." 이렇게 생각한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핸드폰 발신번호를 보고 남편이 건 전화임을 안 할머니는 화가 덜 풀려 전화를 받지 않았고, 또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이번에는 밧데리를 빼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지난 30년 동안 남편이 날개부위를 좋아하는 줄 몰랐네. 자기가 좋아하는 부위를 나에게 먼저 떼어내 건넸는데, 그 마음은 모르고 화를 냈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헤어지긴 했지만 늦기 전에 사과라도 해서 섭섭했던 마음이나 풀어 주어야겠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핸드폰을 걸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화가 났나."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낯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 남편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 집으로 달려간 할머니는 핸드폰을 꼭 잡고 죽어 있는 남편을 보았습니다. 그 핸드폰에는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보내려던 메세지가 찍혀 있었습니다. "미안해. 사랑해."

이 노부부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부부간에 얼마나 많이 대화를 하고 지내나요. 아이들 문제 말고 우리 부부 문제를 얼마나 이야기하고 살고 있을까요. 아마도 아이들 문제를 빼고 나면 유머집 내용처럼 "밥 먹자. 불 꺼라. 자자."만 남는 것이 아닐까요. 저도 아내에게 통닭 중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 꼭 물어보겠습니다. 혹시 통닭을 좋아하지 않으시면 어느 음식이 좋은지 꼭 물어보세요.

출근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옆 차가 바짝 붙어 지나가면서 어느 신사의 차 문짝을 긁었습니다. 그는 즉시 차를 멈추었습니다. 상대 차를 운전하던 젊은 부인이 허겁지겁 내리더니 사색이 되어 ˝미안합니다. 제가 운전에 서툴러서요. 변상해 드릴게요.˝ 그녀는 잘못을 인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자기 차 문짝이 찌그러진 것을 알게 되자 무척 당황하였습니다. 이틀 전에 산 남편 차를 이렇게 찌그러뜨려 놓았으니 남편 볼 면목이 없다며 남편에게 야단맞지 않을까 걱정하였습니다. 이어 그녀는 조수석 사물함에서 자동차 등록증, 보험증 등이 들어 있는 봉투를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봉투 속에서 서류들을 꺼냈습니다. “이건 남편이 사고날 경우를 대비하여 필요한 서류들을 담아둔 봉투예요.” 그녀의 얼굴을 점점 어두어져 갔습니다. 그런데 그 서류철 맨 앞장에 굵은 펜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여보, 만약 사고를 냈을 경우에 꼭 기억해요. 내가 가장 사랑하고 걱정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신사가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뭉클하는 것이 있다면 당신은 충분히 멋진 남편, 멋진 아내가 될 자격을 갖춘 분입니다. 늘 남편이, 부인이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배려를 준비하면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7.6.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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