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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째 편지-지금은 검찰의 근육을 키우는 시간입니다

 




 여러분 근육이 어떻게 생기는지 원리를 아시나요. 여러 가지 보충 이론들이 있지만 주된 이론을 쉽게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근육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면 아주 미세하게 찢어지고 끊어지는 등 손상을 입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몸은 휴식하거나 잠자는 동안에 이 손상된 부위를 보수공사합니다. 이때 우리 몸은 자신이 지탱하지 못하였던 무게를 기억해내고는 다음에는 이를 버티어 낼 수 있도록 근육을 더 강하게 만듭니다. 이것을 전문적으로는 근육의 부피가 증가하였다고 설명하고, 벌크 업(Bulk up)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즉, 건물에 균열이 생겼을 때 그 부분을 보강하기 위하여 시멘트를 바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시멘트를 바르면 보기에는 흉할지 몰라도 그 부분은 매우 강해지지요. 근육이 생성되는 원리가 바로 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검찰이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검찰을 비난하고 책임을 추궁하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검찰의 최고 책임자이신 총장님께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셨습니다. 우리는 말 그대로 격랑의 세월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검사가 된 1983년부터 지금까지 어느 한해 검찰이 조용하고 순탄했던 해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10년은 더 그러한 것 같습니다. 임기제 도입이후 2년의 임기를 다 마치신 총장님께서 소수이신 것을 보면 검찰이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내 왔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갈갈이 찢어지기도 하고 숨이 끊어질 정도의 아픔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수시로 상처가 나고 여기저기 손상을 입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 과정을 통해 우리 검찰은 한층 더 성숙해지고 교훈을 얻었습니다. 근육이 손상을 통해 강화되듯 이런 시련들이 없었다면 검찰은 오늘과 같이 훌륭한 조직이 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세상에 끝이 없는 일은 없습니다. 이번 일도 지나 갈 것입니다. 우리 검찰은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며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 더 원숙해질 것입니다.

 

보리 이삭은 처음 돋아난 줄기를 그냥 자라게 하면 한 포기에서 보리알이 80알에서 90알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농부가 처음 돋아난 보리 싹을 발로 밟는 소위 보리밟기를 해주면 처음 나온 약한 싹은 꺾여지고 다시 새싹이 돋게 됩니다. 이것은 전보다 더 강한 줄기로 자라 한 포기에 400알이 열리는 튼튼한 보리가 된다고 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검찰은 보리밟기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오늘 편지 첫머리에서 근육의 형성과정을 설명드렸습니다. 여러분도 헬스클럽에 가시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보다 무거운 운동기구로 운동하도록 권장 받으십니다. 그래야 근육이 손상되고 그 결과 근육이 강화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하는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자신이 편한 정도로만 목표를 정하면 업무근육에 손상이 생기지 않아 성장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다소 과하게 잡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검사별 주요업무추진 실적집계표를 만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요. 검사실에서 이 집계표에 대해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표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검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모두가 1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표를 통해 각자 자신의 업무근육을 키워 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표에 정할 목표는 검사들 스스로 정하여야 합니다. 어떤 운동기구를 얼마의 무게로 몇 회 운동할 것인지를 운동하는 사람 스스로 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검사들이 모두 동의하는 그런 항목과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표를 북부지검을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귀찮고 힘들고 점점 이것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여러분 스스로를 위해 업무근육을 만든 과정이고 보리밟기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조금은 자발적 동기가 생기지 않을까요.

검찰이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데, 또 넘기고 난 후에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입니다. 그 실력은 이런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라는 것 여러분도 잘 아시잖아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6.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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