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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번째 편지 - 김연아를 다시 음미하세요.행복해집니다

                  김연아를 다시 음미하세요. 행복해집니다.


  2010년 2월 26일 전 국민은 행복하였습니다. 김연아가 우리 모두를 가슴 졸이게 하고, 환호하게 하고, 감격하게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도 모르게 ‘연아야, 고맙다!’가 터져 나왔습니다. 스무 살 애 띤 소녀가 이렇게 온 국민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온 국민을 이렇게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겨날 수 있을까요. 저는 2010년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마웠습니다. 이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누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는 김연아의 경기를 보고 행복감에 젖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짜릿했던 순간을 다시 음미하여야 한답니다.

  행복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은 행복감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긍정적인 즐거운 경험들을 음미하며 향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 좋은 성적을 얻거나 칭찬을 받을 수도 있고 이번처럼 다른 사람의 찬란한 업적을 통해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순간의 기쁨으로 끝내버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오랫동안 곱씹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것이 행복증진에 도움이 될까요. 

  미국 로욜라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Fred Bryant 교수는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향유하기 Savoring’를 제시합니다. 향유하기는 긍정적인 경험을 자각하여 충분히 느낌으로써 행복감이 증폭되고 지속되도록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향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Bryant 교수는 9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입니다. 긍정적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며 기쁨을 나누는 것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고 여러분은 이 방법을 이용하셨을 것입니다. 동료나 친구들과 하루 종일 김연아 이야 

기를 하셨을 테니까요. 그런데 더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그날의 감동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며 더 나누시기 바랍니다.  

  둘째 기억을 잘 해두기 입니다. 나중에 잘 회상할 수 있도록 기억을 잘 해두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김연아 선수의 경기 장면을 다운받아 외울 정도로 열심히 보는 것입니다. 머리 속에 김연아 선수의 경기 장면이 저절로 연상이 되면 그것만으로도 더 행복해 질 것입니다.

  셋째 세밀하게 감각 느끼기 입니다. 즐거운 경험의 세부적인 내용과 요소들을 음미하는 것입니다.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것은 피겨 스케이팅의 채점방법을 공부하여 과연 김연아 선수가 228.56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점수를 받아 그렇게 된 것인지 세밀하게 따지고 하나하나를 음미하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더 잘 알게 되면 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행복감이 더욱 커진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공부해 보겠습니다.

  넷째 비교하기 입니다. 조금은 치사할지 몰라도 다른 선수의 경기장면과 김연아 선수의 경기장면을 비교해서 여러 번 보면 왜 김연아 선수가 세계 최고인지를 더 정확하게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행복감은 증폭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김연아 선수가 경기를 할 때 조마조마하여 채널을 계속 돌렸고, 아사다 마오 선수가 경기를 할 때에도 제대로 다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여유 있게 두 선수의 경기장면을 비교해 보면서 김연아 선수의 동작 하나하나를 새롭게 음미해 보면 행복감은 더 높아 질 것입니다.

  다섯째 행동으로 표현하기 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장면을 다시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거나 박수를 치는 것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경기당일 마음 졸여 제대로 환호성도 지르지 못하셨다면 퇴근 후 가족들과 같이 다시 한 번 경기를 보면서 함께 환호해 보세요. 연아가 우리를 또 한 번 행복하게 해 줄 것입니다.

  여섯째 일시성 인식하기 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다시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깊이 인식하여야 합니다. 이런 인식을 하면 이를 충분히 만끽하며 즐기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즐거움의 강도도 더 강해진다고 Bryant 교수는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축복으로 여기기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김연아 경기를 지켜 볼 수 있었다는 것을 행운이자 축복으로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다행스러웠습니다. 마약 아사다 마오를 응원하고 있었더라면 그 아쉬움과 섭섭함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최고의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축복을 느끼고 감사하여야 더 행복해집니다.

  여러분 어떠신가요. 세상사의 이치는 다 똑같습니다. 여러분이 좋은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향유하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행복감이 수십 배 수백 배로 늘어 날 수도 있고 단번에 끝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김연아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었습니다. 감동적인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향유하느냐는 우리들 몫입니다. 그것을 수십 배 수백 배 키워 행복감에 푹 젖어 금년을 보낼 사람도 있고 벌써 그날의 감동을 잊어버리고 김연아의 성공과 우리 인생과는 무관해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번에 한번 제대로 음미하고 향유하는 법을 익혀보시죠. 언젠가 여러분 인생에 좋은 일이 또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향유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고 있으면 그 좋은 경험은 쉽게 사라지고 여러분은 또 다른 좋은 일이 일어나기만을 바라게 될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향유하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잠시나마 그날의 감동을 다시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 함께 향유하시고 행복해지시죠.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오늘 퇴근하고 다시 한 번 김연아의 경기장면을 보며 행복에 젖어 보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3.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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