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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째 편지-여러분은 정리 정돈을 잘 하시나요

저는 지난 목요일, 두달 간의 검찰실무수습을 마치고 떠날 예정인 사법연수원생 15명을 데리고 간담회를 겸해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군악대의 축하 연주, 교육과정 설명, 교육시설 안내 및 군사박물관 견학 등 알찬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육사생도의 기숙사 방이었습니다. 각 방의 관물을 정리한 모습이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각 생도의 옷장에는 옷들이 순서대로 걸려 있었고 하나같이 반듯하였습니다. 서랍에는 군화들이 반짝이며 들어가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육사생도의 정리정돈 현장이었습니다.

저는 이 광경을 보며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사법연수원 부원장 시절 한 연수생의 아버지와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대기업의 부사장이셨는데 주말마다 부인과 함께 연수생인 딸의 오피스텔을 방문하여 청소를 해준다고 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하고 자라 집안 일을 잘 못하여 지금도 청소를 해줄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연수생의 공부 부담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하였지만 육사생도의 옷장을 보니 서로 비교가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연수생들이 이렇지는 않지만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다른 일에 소홀하였던 것은 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은 개인 차원의 일이 아니라 조직의 생산성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초도 순시때 각 방을 다녀보니 검사장의 초도순시를 대비하여 청소를 하였을테지만 정리 정돈이 잘된 방이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서류를 생산하고 전달받습니다. 조금만 정리를 게을리 하면 책상 위가 서류로 산더미가 되지요. 어떻게 하면 서류를 잘 정리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도 하지만 곧 익숙해져서 서류더미 속에서 사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죠.

 




 『성공하는 CEO들의 일하는 방법』이라는 책의 저자 스테파니 윈스턴은 서류를 정리하는 방법을 4가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린다. 2. 달한다. 3. 리한다. 4. 일한다. 바로 이 네가지입니다. 번역자가 한국말로 버전처파라고 약자화하였더군요. 저는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버린다 라고 생각합니다. 제 책상 밑에는 라면박스같은 상자가 있습니다. 보고서를 보고 파일링할 필요가 없는 보고서는 이 상자에 버립니다. 버려진 서류는 한 달간 별도의 캐비넷에 보관하였다가 그동안 제가 찾지 않으면 파쇄합니다. 이렇게 하면 서류의 산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정리 정돈은 비단 서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자신의 인생을 정리 정돈 해보아야 합니다. 일요일에는 지난 한 주간을 정리 정돈하여 내가 계획대로 살았는지, 혹시 누구에게 상처를 준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한 달에 한번쯤은 자신의 약속을 정리해보면 좋겠습니다. 너무 약속에 떠밀려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노는 일에만 약속이 편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분기에 한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 정돈 해보세요.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은 사람이 보통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만개쯤 된다고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정리 정돈하면 기분이 훨씬 나아지고 생활의 활기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단순하게 살게 되면 행복해진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 책에서 말하는 버려야 할 물건 목록을 읽어보시면 수긍이 가실 것입니다.

 

오래된 여행 관련 팸플릿/ 일주일 이상 묵은 신문/ 반년이상 지난 카탈로그/ 학창시절의 참고서/ 해묵은 크리스마스 카드/ 지난해 달력/ 이제는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은 전자제품 설명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필요하지 않은 잡지

여러분도 가지고 있는 것이 있으신가요. 주말에 시간을 내어 과감하게 버려보세요. 인생이 조금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저는 친구나 아는 사람 관계도 반년에 한번쯤 정리 정돈 해 볼 것을 권합니다. 그저 혹시나 하여 가지고 있는 수많은 명함 중에 앞으로 다시 연락할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또 절친한 사이인데 연락하지 않고 지낸 분은 없나요. 정리 정돈 하지 않는 인간관계는 혼돈 그 자체이고 여러분 삶을 복잡하게만 만들뿐 결코 건강한 관계로 발전시키기 어렵습니다.

끝으로 일 년에 한번 여러분의 꿈을 정리 정돈 해보세요. 너무나도 자질구레한 많은 꿈을 가지고 있어 큰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요. 아니면 정리 정돈 할 것이 없을 정도로 아무런 꿈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정리 정돈을 그저 서류나 물건을 정리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인생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인식하시면 어떨까요.

 




 지난 4월20일자 문화일보에는 ‘책상정돈이 시작이다.’라는 제목아래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LG전자 모든 직원의 책상이 반짝거리고 매월 하루를 ‘환경미화의 날’로 정해 책상 주변과 사무실 환경을 대청소한다. 남용 부회장은 '책상 주변 및 사무실 환경이 깨끗해야 업무 몰입도가 높아지고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정리는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가려내는 것이고, 정돈은 필요한 물건들이 제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개념 규정하였다."

 

정리 정돈은 회사에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개인에게는 성공을 약속합니다. 지난 겨울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정리 정돈을 이 봄날 한번 해보지 않으시렵니까.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4.27.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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