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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편지-이 봄날 시와 사랑에 빠져 보세요

여러분, 4월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봄이 온 것입니다. 3월부터 봄이라고는 말하지만 샘 많은 겨울은 3월이 봄의 전당이 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아니 하였습니다. 매서운 꽃샘 추위, 잔뜩 흐린 하늘, 때로는 계절을 잘못 안 눈발이 3월을 모두 차지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동안 자연의 섭리는 놀랍게도 개나리와 진달래를 피게 하고 그토록 저항하던 겨울을 저만치 밀어 내었습니다. 혹시 지난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일하느라 4월의 아름다운 시작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요. 3월 한 달 열심히 일한 여러분, 이제 봄을 맞이 하십시오. 4월을 느끼십시오.

 

여러분, 올 봄에는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이 머리에 떠 오르실 것입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계절을 '시'와 함께 음미하고 싶습니다.

하얀 백지를 놓고 멋진 시어를 고르느라 끙끙 앓던 10대와 20대를 지내고 나면 '시'는 우리네 인생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립니다. 지치고 힘든 인생을 위로하고 기쁘고 찬란한 삶을 노래하는 것이 '시'이건만 무엇이 그리 바쁜지 '시' 한 소절 읽을 여유도, '시집' 한권 살 넉넉함도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여러분, 오늘 주말 아름다운 봄꽃을 앞세우며 우리에게 말없이 찾아온 봄을 시 몇 편과 함께 감상하시지요.

봄이 오는 소리가 시인 안숙현에게는 이렇게 들린답니다.

사박사박 소곤소곤/ 또로록 툭툭/

예쁜 꽃 요정들이/ 속삭이는 소리

빨리 일어나/ 맑고 따뜻한 햇빛에/ 일광욕하고 싶다고

맑고 투명한 이슬로/ 샤워하고 싶다고

꽃 요정들의/ 봄을 알리는 소리

코 간지러워/ 잎이 나고

귀 간지러워/ 꽃이 피네

영랑 김윤식은 이른 봄 시골집 돌담에 기대어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따사로운 봄날의 햇발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엘리어트는 장편 시 '황무지'에서 4월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자칫 잘못하면 라일락 키워내는 4월이 눈 덮힌 겨울보다도 정신적으로 더 황폐해 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엘리어트는 봄을 '저주받은 축복'이라고 보았습니다.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므로 '축복'의 계절이기는 하지만, 작고 연약한 씨앗이 겨울의 단단한 땅을 뚫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저주'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봄이 가장 사랑스런 계절입니다. 봄에는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그 무엇인가를 사랑하게 되어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침묵하던 모든 것이/ 고운 햇살아래/ 곱게 깨어나네요.

이렇듯, 마음 간질이며/ 설레게 하는 봄이면

나는, 그대가/ 더욱 그립습니다.

그리운 그대가 내게 온다면/ 나 그대에게/ 마냥 달려갈텐데

그대 내게 올 수 없나요.

봄이, 이 봄이 가기 전에

김선숙 시인은 봄이 가기 전에 그대가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을 이렇게 읇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혜원 시인은 꽃피는 봄날 그 무엇인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며 이렇게 노래합니다.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는 것을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이 봄날, 이 4월에 겨우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그 누군가와 그 무엇과 사랑에 빠져 보십시오. 저는 그 누군가가 그 무엇이 바로 '시'였으면 좋겠습니다. '시'가 내게로 달려 오기를 그리며 시와 사랑에 빠지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저는 이번 주말 서점에 들러 시집 코너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시집을 사렵니다. 여러분도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우리가 그토록 잡으려고 애쓰는 행복의 한줄기가 그 시집 안에 있을지 모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4.6.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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