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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편지-여러분, 간부들이 응원부대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간부들이 응원부대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여러분 힘드시죠. 특히 형사부에서는 100건이 넘는 미제를 정리하느라 막바지 안간힘을 쓰고 계실 줄 압니다. 3월의 마지막인 오늘과 내일 조금만 더 힘을 내 보세요. 4월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짐을 가볍게 만들고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 주 화요일 밤 저는 특강 때의 약속대로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빵을 배달하였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고마움의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빵을 나누면서 야근 직원들을 위해 우리 간부들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1회성 빵 배달을 월말에 계속하면 어떨까. 매달 25일부터 마지막 날 전날까지 야근 직원들에게 간부들이 순번을 정해 빵을 배달하기로 결정하였고 지난 목요일에는 차장님께서 빵을 배달하셨습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야근을 은근히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마라톤 선수에게 물을 주고 박수를 쳐주는 것과 같은 “응원”입니다. 응원을 받기 위해 굳이 야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야식용 빵이 일에 지친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응원이 되었나요.

간부들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축구팀에 비유하면 구단주, 경영자, 감독, 코치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예.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때로는 주장이 되어야 하고, 볼보이도 되어야 하고, 치어리더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지치면 조금만 더 뛰자며 스스로 먼저 달리는 주장, 선수의 힘을 경기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 자질구레한 일은 대신해 주는 볼 보이, 이기고 있을 때 보다는 지고 있을 때 우리는 역전할 수 있다고 힘을 주는 치어리더 말입니다.

저와 간부님들은 여러분의 주장, 볼 보이, 치어리더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마음 놓고 볼만 차십시오. 운동장을 질주하십시오. 문전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슛 하십시오.

제가 처음 청사순시를 하였을 때 일입니다.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화장실 앞을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한 것입니다. 식당을 가는 길은 쓰레기장을 지나가는 길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곳을 지나서 밥을 먹으러 가면 밥맛이 나겠습니까. 밥을 먹고 그 길로 돌아오면 소화가 되겠습니까.

또, 매사에 첫 인상이 좋아야 합니다. 사건당사자와 민원인들에게 우리 청의 첫 인상은 우리의 현관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관은 어둡고 우중충하였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는 사건당사자와 민원인들이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 차례대로 개선 前 화장실, 식당가는 계단, 현관 입구 >

 

저는 비록 우리가 내년 9월경 신청사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앞으로 남은 1년6개월의 삶 역시 우리 인생에 소중한 시기이고 우리는 이 시간을 행복하게 만들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법무부에서 도와주셔서 현관을 리모델링하여 완전히 다른 청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화장실에도 악취 제거 조치를 하여 이제는 냄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무엇보다 달라진 곳은 식당가는 길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골탈퇴 하였습니다.


< 차례대로 개선 後 현관 입구, 화장실, 식당가는 계단 >

여러 가지 역경도 있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총무과 경리계 팀이 묵묵히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기적을 일구었습니다. 저는 김향권 계장님과 우성영 주임님께 고마움의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빵을 배달하는 일, 근무환경을 좋게 만드는 일, 이 모든 것은 경기에 열중하고 있는 여러분을 “응원”하는 일입니다.
 

 




지난 주말 우리 모두는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느라 흥분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열악한 환경, 부족한 지원 그 모든 것을 뛰어 넘는 것은 다름 아닌 국민들의 “응원”이었습니다. 그 응원이 있었기에 김연아 선수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외로이 야근을 하면서 혼자라는 생각을 하실 때가 있습니까. 우충충한 복도를 걸어가면서 하필 왜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여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러나 여러분에게는 그 어느 청보다 강력하고 열렬한 응원팀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뛸 때, 여러분이 성공하였을 때, 때론 여러분이 실수를 하였을 때에도 여러분 뒤에는 여러분 모두를 응원하는 저를 포함한 간부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조금만 더 기운을 내십시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3.30.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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