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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번째 편지-일상 업무에서 몰입을 체험할 수 있나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연구에 집중한 나머지 달걀을 삶는다면서 끊는 물에 시계를 집어넣은 적도 있고 자신의 결혼식 날짜도 잊어버리고 연구실에 홀로 남아 연구를 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또 20년간 준비해 온 자료를 개가 물어 가는 것도 모른 채 연구에 집중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난로 옆에서 뜨거움을 참아가며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하인에게 말했습니다. '제발 저 난로 좀 옮겨주게.' 그러자 하인이 공손하게 대답하였습니다. '주인님이 난로에서 조금 떨어져 앉으시는 것이 어떨까요.'  

 여러분도 뉴턴처럼 하는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시간가는 줄을 잊었던 적이 있으십니까?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낚시, 포커, 고스톱, 웹서핑 등에 빠져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긍정심리학의 창설자중 한사람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이 상태를 몰입, flow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는 좋은 삶, 행복한 삶은 자신이 하는 일에 푹 빠지는 것, 즉 몰입이 특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몰입은 여가시간에 많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직장에서 일할 때 몰입 상태를 더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그런 경험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사자들이 심하게 다투는 사건의 대질신문에서 진술상의 모순점을 추궁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일, 1,000페이지 이상 가는 기록의 결정문을 쓰기 위해 각종 증거를 비교해 가며 논리를 전개하는데 몇 시간을 보낸 일,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각종 자료를 찾아보고 문장을 다듬고 체제를 갖추느라 밤 12시가 지난 줄도 몰랐던 일.

 





 그러나 평범한 직장생활에서 몰입을 자주 경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형사부 검사실에서 매달 200여건의 사건을 지속적으로 처리하면서 어떻게 하면 몰입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버스를 기다리거나 지루한 발표를 듣는 것과 같이 겉보기에 지루하고 따분한 활동조차도 좀 더 의미있고 자극적인 활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부에 로스 알토힐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오래전 요한이라는 우편배달부가 15년간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매일 똑같은 자전거를 타고 똑같은 길로 우편물을 배달하였습니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서 인생과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꼈습니다. 자신의 단순하고 단조로운 삶에 싫증이 났습니다. 그는 우편배달부 일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할 것인지 몇 일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좋은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똑 같은 길로 우편배달을 하였습니다. 다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체부 가방 안에 꽃씨를 넣고 다니며 지나가는 집집마다 계속해서 꽃씨를 뿌리는 것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모든 길이 꽃길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을은 지금의 꽃마을이 되었습니다.

몰입을 경험하려면 첫 번째로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에 특정한 의미와 목표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목표가 모호하거나 장기적이면 몰입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미제를 줄여야 하겠다.' 보다는 '미제를 60건 이하로 줄이겠다.', '매일 일정량의 사건을 처리하겠다.' 보다는 '매일 15건씩 처리하겠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는 것이 몰입을 체험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할 것이고 그 순간 몰입을 체험할 것이며 그러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일에서 행복감을 맛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몰입 체험을 위해 대화에 몰입하라고 권합니다.

상대방과 말할 때 상대방의 말에 너무 빨리 반응하지 말고 상대방이 생각을 더 넓힐 수 있도록 예를 들면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등과 같은 말을 덧붙여 보면 대화중에 몰입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요 업무중 하나가 조사입니다. 그러나 조사를 할 때 우리는 대부분 시간에 쫓겨 상대방의 답변을 재촉하지요. 대화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대화에서 우리가 바라는 결과물에만 초점을 맞추지요. 그러면 몰입을 경험할 수가 없게 되고 조사업무는 단조로운 일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조사를 하면서 상대방이 충분히 대답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고 과연 상대방이 어떻게 답변할까, 부인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할까 등을 유심히 살피면 몰입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 경험이 단조로운 조사 업무를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경이로운 경험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사뿐만이 아니라 매일 찾아오는 귀찮은 민원인과의 대화도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주장입니다.

여러분 그럴듯 해 보이십니까. 2월말 기준으로 형사부 각 검사실 마다 많은 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차장님, 부장님, 검사님, 수사관님, 실무관님, 모두 월초부터 야근을 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큰 짐으로 생각하면 3월 한달 무척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사건처리과정에 위의 두가지 방법을 도입해보세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이 경이로운 몰입의 체험으로 변화할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 어느샌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미제가 확 줄지도 모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3.9.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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