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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번째 편지 - 행복은 베푸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부둣가에 외국인 수녀 두 분이 뱃전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50년 전 한국에 올 때 가지고 온 낡은 여행용 가방이 하나씩 들려져 있었습니다. 꽃다운 20대 초반 나이에 한국 나환자 촌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오스트리아를 떠나온 지 50년 만에 다시 고향을 향하는 것입니다.

 

 71세의 마리안과 70세의 마가레트 수녀님의 머릿속에는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마리안 수녀님의 어제와 오늘


처음 소록도에 도착하였을 때, 환자 6000명에 아이 200명, 약도 돌봐줄 이도 없는 이들을 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치료하려면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모두들 꺼리고 환자들마저도 말렸지만 수녀님들은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고 상처를 매만졌고 오후에는 죽도 쑤고 과자도 구워들고 마을을 돌았습니다.

사람들은 한글을 깨치고 전라도 사투리를 거침없이 쓰는 두 수녀님을 할매라고 불렀습니다.

그녀들은 누구에게도 얼굴을 알리지 않는 베품이 참 베품이라고 믿었기에 수많은 상과 인터뷰를 다 물리쳤습니다. 10년 전 오스트리아 정부의 훈장은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소록도까지 와서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수녀님들의 눈 앞에는 10년 전 병원 측에서 환갑을 마련하겠다고 하였을 때도 번거롭게 하기 싫다며 ‘기도하러 간다.’고 피했던 일이 어른 거렸습니다.

 

마가레트수녀님(맨 왼쪽)과 마리안수녀님(오른쪽 두 번째)↑

 

배가 소록도에서 멀어져 소록도가 점점이 사라질 때 두 분 수녀님의 눈에 눈물이 배어 흘렀습니다. ‘생전에 다시 와 볼 수 없을텐데’ 50년을 산 고향과도 같은 소록도. 그러나 평소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할 수 없게 되면 환자와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떠나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기에 이제 떠나는 것이지만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을 주체할 길이 없어 하염없이 사라지고 있는 소록도만 바라보았습니다.

다음날 수녀님들이 떠나신 것을 뒤늦게 안 마을 주민들은 슬픔에 빠져들었습니다. 성당에서 열흘 넘게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민에게 온갖 사랑을 베푸신 두 수녀님은 살아계신 성모 마리아셨습니다.’ 모두의 한결같은 심정입니다.

 

한편, 지난 주 평생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온 몸을 받쳐 일하신 우리시대의 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전 국민이 애통해 하였고 40만 명이 조문을 하는 전례없는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추기경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마지막 메세지는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용서하세요.’였습니다.

 

두 분의 수녀님과 추기경님은 평생을 몸으로 사랑을 실천하신 분들이십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두 수녀님의 사랑을 받은 소록도의 환자와 주민들, 그리고 추기경님의 사랑을 받은 어려운 분들은 그 사랑으로 삶이 더 행복해지셨을 것입니다. 그러면 수녀님들과 추기경님은 평생 자신은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헌신하셨는데 본인들은 행복하셨을까요. 저는 당연히 그분들도 행복하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평생 사랑을 받아 행복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긍정심리학의 연구결과는 친절한 행위는 수혜자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베푸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고 합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자비심을 품으라.' 이는 달라이 라마가 자주 쓰는 말입니다. 그리고 힌두교 금언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너의 행복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데 있다.'

그러면 왜 남을 돕는 행위가 자신을 행복하게 할까요. 긍정심리학자 소냐 루보머스키는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첫째 친절한 행위를 하면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알게 되어 자신의 행운에 대해 감사하게 됩니다.

둘째 친절한 행위를 하면 자신을 이타적이며 자비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여 자신감, 낙관주의, 자신이 유용한 존재라는 느낌을 강화시켜 줍니다.

셋째 다른 사람을 도우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하게 되어 반대로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공감이 가시나요.

우리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조사결과 자원봉사를 통해 우울증 증상이 감소되며 행복감, 자존감,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느낌이 증가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행복해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친절을 베푸는 것일까요. 소냐는 쉬운 일들을 제안합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나누어주는 것, 전화·편지 등 간단한 것으로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것, 슈퍼 계산원에게 미소 짓기 등 평소 하지 못하던 일을 해보는 것도 멋진 친절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이 이런 실험을 하였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한 번씩 친절을 베푼 경우와 금요일 하루에 5번의 친절을 베푼 경우 언제 더 행복하였을까요.

실험 결론은 하루에 몰아서 한 경우가 행복감을 더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매일 한 건씩 하면 잘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고 합니다. 즉, 몰아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번 한주 하루를 정하고 그 날 몇 번의 작은 친절을 베풀어보세요. 금주가 더 행복해지실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2.23.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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