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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번째 편지 - 7년간의 행복마루 노하우를 공개하며

 

오늘은 지난주 출간된 [감사 혁신, 포렌식이 답이다.] 책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책을 구입하시라는 뜻이 아니라 저희 회사가 이런 책을 출간했다는 의미의 소개입니다. 몇 달 전 간부 회의에 '행복마루가 지난 7년간 일한 업무 노하우를 모아 실무서를 출간하면 어떻겠냐'는 안건이 제안되었습니다. 참석자 모두 찬성하였습니다. 출판 팀이 만들어지고 팀원들은 바쁜 업무 중간중간에 원고를 집필하고 교정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출판팀장이 저에게 발간사를 써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저는 책 만드는 일에 기여한 바가 없어 이것만은 직접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교양도서가 아닙니다. 기업 감사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기업을 위해 내부감사를 해주는 컨설턴트들에게 특화된 실무서입니다. 그래서 왜 이 책을 발간하는지 WHY를 적기로 하였습니다.

 

 

 

2011년 8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당시 사장)은 저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였습니다. "임직원의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특별한 내부감사팀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회사 내에 팀을 만드는 것보다 외부의 어떤 조직이 이 일을 대행해 주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현대카드를 위해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내부감사 전문회사를 만들어 도와주실 수 있나요?"

당시 저는 고검장을 마지막으로 30년간의 검찰 생활을 마치고 변호사로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수사는 오래도록 하였지만 내부감사 업무는 생소하였습니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한번 고민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자료도 뒤지고 관련자들도 만나보니 [내부감사 전문회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낯선 개념이었습니다.

매년 미국공인부정조사관협회(ACFE)에서 발간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에서 매년 부정행위로 인해 사라지는 손실이 총매출액의 5%라고 합니다. 매출을 1%라도 올리기 위해 기업은 광고도 하고 영업조직도 키우며 갖은 애를 씁니다. 그러나 매출의 5%를 지켜줄 수 있는 감사조직에 대해서는 태무심입니다.

저는 [부정행위 내부감사 전문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기업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정 부회장에게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행복마루 컨설팅이 탄생하였습니다. 기업 감사실에서 근무한 분들은 꽤 있지만 [내부감사 전문회사]에서 일해본 경력이 있는 분들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뽑아 어떤 훈련을 시킬 것인지는 오롯이 행복마루 컨설팅이 스스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었습니다. 행복마루는 수사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디지털포렌식' 기법에 주목하였습니다. 모든 데이터가 디지털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디지털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부정행위의 단서를 찾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였습니다.

그래서 디지털포렌식·회계·수사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고 행복마루 나름의 감사기법을 연구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결국 수많은 사례를 조사하면서 하나하나 경험이 축적되고 기법은 점차 고도화되어 갔습니다.

물론 기존에도 내부감사기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무를 하다 보니 기존의 기법으로는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행복마루만의 내부감사기법을 체계화시킬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신입직원이 입사하면 행복마루만의 내부감사기법을 교육시켜야 했고, 고객사에게도 행복마루의 내부감사 기법이 무엇인지 설명하여야 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7년간 8,500대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면서 얻게 된 노하우를 기회 있을 때마다 정리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강의용 자료·기고문·블로그·내부문서 등 여기저기 우리의 노하우가 기록되기 시작하였고, 이 일에 참여한 많은 임직원의 머릿속에 노하우가 점차 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2, 3년 전부터 그 노하우를 책으로 정리하자는 이야기가 행복마루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하였고, 외부에서 그 노하우를 공개해 달라는 요구가 많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노하우는 행복마루의 자산인데 공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내부감사 분야의 발전을 위해 7년간 우리가 고민하여 얻은 경험과 지혜를 공개하여 더 발전시키는 것이 옳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 책은 그 결정의 산물입니다. 저희가 정리한 방법이 최고라고 자부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 부정행위를 적발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방법을 다듬어 왔습니다. 행복마루 내부에서는 그 기법을 SBA(Scenario Based Approach)라고 부릅니다. 물론 디지털 포렌식을 기반으로 한 방법론입니다.

이 책을 내부감사업무를 담당하고 있거나 이를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교양 도서는 아닙니다. 실무용 서적입니다. 내부감사업무에 대해 수필이나 칼럼 성격의 책들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책을 공부하여서는 실제로 감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합니다. 행복마루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실무자를 눈앞에 그리며 써나갔습니다. 내부감사업무를 수년간 해 본 실무자가 느끼는 가려움을 해소해 주려 하였습니다. 실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절대로 고민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같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보려 하였습니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행복마루 임직원들은 이론가가 아니라 철저히 실무자입니다. 내부감사 서비스로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실제적이라는 말입니다.

이 책은 행복마루 7년간의 습득한 노하우에 대한 기록입니다. 행복마루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늘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낍니다. 리뷰를 하여 다음에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 노력이 쌓이면 내부감사 방법론이 점차 단단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발간사 말미에 이 책이 나오도록 수고해준 출판팀과 출판사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덧붙였습니다. 끝으로 발간사 제목을 고민한 끝에 [7년간의 행복마루 노하우를 공개하며]로 정했습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어쩌면 여러분과 무관한 [감사 혁신, 포렌식이 답이다]를 소개하는 이유는 행복마루의 지난 7년간의 발자취를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개인이나 회사나 나이를 먹습니다. 나이만큼 역사가 쌓입니다. 저는 그 역사를 무엇인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월요편지를 쓰고 이를 모아 책을 출간해왔습니다. 제가 이끄는 행복마루도 그런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마루는 내년 봄 또 한 권의 실무서를 출간할 예정입니다. 행복마루는 이런 방식으로 나이 들어갈 것입니다.

2018.11.26.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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