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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번째 편지 - 나시족의 오행 이야기

 “아주 옛날에 인류족과 자연족이라는 두 개의 종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두 종족 사이에 큰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인류족 여자들이 모두 죽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인류족은 자신들이 믿는 개구리 신에게 하늘에 가서 선녀를 모셔와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부탁을 받은 개구리 신이 선녀를 데리러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있던 자연족이 하늘로 올라 가고 있는 개구리 신을 향해 화살을 쏘았습니다. 개구리 신이 화살을 맞고 땅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오행(화, 수, 목, 금, 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화살을 맞은 개구리 신이 땅바닥에 떨어진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개구리 신은 머리는 남쪽, 엉덩이는 북쪽으로 향하고 배를 땅바닥에 대고 떨어졌습니다. 자연족이 쏜 화살은 개구리 신 오른쪽(동쪽) 겨드랑이에서 왼쪽(서쪽) 겨드랑이로 관통하였습니다.

 그런데 화살촉은 쇠붙이로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행에서 쇠 金자가 서쪽을 상징하게 되었고, 화살 끝은 나무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나무 木자가 동쪽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이 개구리 신은 화살을 맞고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입으로는 불을 토하고 항문으로는 오줌을 쌌답니다. 그래서 입이 있는 남쪽은 불 火자, 북쪽은 오줌에 해당하는 물 水자를 상징하게 되었고 땅바닥에 떨어졌으니 정중앙이 땅바닥 흙에 해당하는 土가 되었답니다. 오행은 이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지난 8월 중순 차마고도를 갔을 때 조선족 안내인 동웅걸씨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은 중국의 나시족입니다. 나시족은 중국 남방의 소수민족 중 하나입니다. 중국 운남성 리장(麗江)이라는 도시에는 옥룡 나시(納西)족 자치구역이 있습니다. 중국 전체의 나시족 34만명중 70%인 25만명이 리장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 나시족은 독특하게 동파문자라는 상형문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일행은 동파문자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파문화원을 들렸습니다. 그 문화원 정가운데에 문제의 그 개구리가 거대한 모습으로 엎드려 있었습니다. 당연히 오행도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동웅걸씨의 이야기가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나시족의 정신적 지주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행을 이리도 간명하게 설명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주역에서 오행을 설명하는 방식을 보면 평범한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왜 동쪽이 목인지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동쪽이 목이고 서쪽이 금인 것이지요. 그런데 나시족은 어설프고 유치하지만 왜 동쪽이 목이고 서쪽이 금인지 분명하고 간단하게 설명해 줍니다.

 물론 오행이라는 개념이 나시족에서 처음 만들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모르는 일입니다. 오행이라는 원 개념이 나시족에서 출발하여 중국을 만나 정교하게 논리 구조를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중국에서 만든 오행이라는 개념을 나시족이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자신들이 모시는 개구리 신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핵심은 이것입니다. 동양철학에서 그리도 중요한 개념인 음양 오행설의 오행을 우리로서는 중국의 소수민족이라 별반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 않는 나시족 문화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것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설명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지않이 놀랐다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우리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한 나머지 다른 민족의 고유한 문화의 우수성을 폄하할 수 있는데 여행을 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더군요.

 나시족의 개구리 신과 오행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 대다 보니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12간지는 누가 만들었을까? 12간지는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자(쥐), 축(소), 인(호랑이),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 술(개), 해(돼지)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원숭이는 중국에서도 남쪽 지역에만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북경 등지 사람들은 원숭이를 보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12간지를 만들 때 원숭이를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12간지를 만든다면 원숭이 대신 고양이를 넣지 않았을까요? 결국 12간지를 만든 사람들은 자신이 자주 보는 동물과 신성시 하는 동물을 등장 시켰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숭이와 양이 동시에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 12간지의 발상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12간지에 해당하는 동물이 나라마다 다르더군요. 베트남에서는 소 대신 물소를,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들어가구요. 돼지도 일본에서는 멧돼지로 대체되고 태국에서는 코끼리로 대체된다고 합니다. 未(미)는 원래 양 띠가 아니라 염소 띠였다네요. 그렇지요 우리나라에는 양은 거의 살지 않으니 염소가 맞겠지요. 염소 띠가 언제 양 띠가 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1943년 계미생들은 자신을 염소 띠라고 했다는 군요. 12간지는 고대 이집트에도 있었답니다. 목우(牧牛), 산양, 사자, 나귀, 게, 뱀, 개, 고양이, 악어, 홍학, 원숭이, 매가 12간지를 이룹니다. 여러분은 아셨습니까? 12간지에도 이렇게 다양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저는 무식해서 잘 몰랐습니다.

 개구리 신과 오행 그리고 다양한 12간지까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세상은 훨씬 다양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차마고도 여행을 통해 각국의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깊이가 있다는 사실과 문화는 서로 연결되고 지역에 따라 변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4.9.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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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동안 쓴 월요편지를 묶어 펴낸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21세기 북스 출판)에 대해 여러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세는 좋은 곳에 쓰려고 고민 중입니다. 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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