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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번째 편지 - 아버지와 아들의 고전 읽기 배틀

아버지와 아들의 고전 읽기 배틀

 ‘존 스튜어트 밀 식 독서법’이라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인터넷에 많이 회자 되었으니 들어보신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기억을 상기 시키는 의미에서 다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아버지 제임스 밀은 영국의 유명한 공리주의 철학자입니다. 1806년 아들 존 스튜어드 밀이 태어나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존을 천재적인 지식인으로 키워 나의 공리주의 철학을 잇게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교육 방법으로는 곤란하고 특별한 교육을 시켜야 하겠다.” 그후 제임스 밀은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을 시킵니다. 3살때 그리스어, 8살에 라틴어를 가르칩니다. 이 어학 실력을 바탕으로 고전을 읽힙니다. 소위 ‘존 스튜어트 밀 식 독서법’이 시작된 것입니다. 17살에 아버지를 따라 동인도 회사에 근무하게 되기 전까지 소크라테스에 관한 책, 플라톤의 저작,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그리고 스콜라 철학에 관한 각종 논문 등 수많은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읽습니다. 아무리 천재라도 어떻게 이 어린 존이 이런 책을 소화 할 수 있었을까요?

 존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4단계 독서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고전 저자에 관해 쉽게 설명한 책을 읽는다. 들째 고전을 통독 한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그냥 읽는다. 셋째 정독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되풀이해서 읽는다. 넷째 노트에 중요 구문을 적으면서 통독 한다.” 문제는 존만 이런 식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존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을 따라 공부하였다 네요.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탈리아의 시인 페트라르카(1304-1374), 피렌체를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만든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드 메디치(1449-1492), 모나리자를 그린 위대한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등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였다고 합니다. 현대에 와서는 토마스 에디슨과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최근 존 스튜어트 밀식 독서법이 인터넷을 달군 이유는 힐러리 클린턴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였다고 어느 책에서 소개되어 유명세를 탔습니다. ‘여자라면 힐러리 처럼’이란 책에서 이 독서법을 소개한 것이지요.

 저는 이 이야기를 접하고 제가 학창 시절 이런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한번 흉내라도 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어려운 형편에 어머님을 졸라 50권짜리 삼성출판사 세계사상전집을 월부로 사서 겨우 몇 권 들춰보고는 그대로 책장의 장식물로 방치한 지 수십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어머님 댁에는 그중 몇 권이 굴러다닙니다. 요즘도 고전을 읽어볼 요량으로 붙잡지만 몇 페이지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그만 다른 편한 책에 눈길을 주고 맙니다. 얼마 전에도 단테의 신곡을 붙잡고 지옥편을 100여페이지 읽다가 그대로 멈춰 서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묵직한 고전 한 권을 읽어 내야겠다는 욕망이 늘 가슴 한구석을 무겁게 만듭니다. 이러던 차에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 녀석이 방학이 되어 귀국을 하였습니다.

 매일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정신없는 이 녀석에게 몇 일전 같이 고전을 읽어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순순히 오케이를 합니다. 저는 한국말 번역 본으로, 아들 녀석은 영어 판으로 읽기로 하였습니다. 소위 독서 배틀을 벌이기로 한 것입니다. 묵직한 책을 정해 한 달 동안에 읽기로 하였습니다. 무슨 책을 고를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가 추천한 책은 몽테뉴의 수상록입니다. 그런데 보다 더 적합한 책이 없을까 고민이 되어 고전에 정통한 서울대 배철현 교수님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배교수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저도 방학이라 귀국한 딸아이에게 책을 몇 권 권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A Room with One’s Own를 사주었습니다. 여자 아이라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라고 선물했습니다. 소설이라면 그 원작, 영어의 우아함과 세련됨이 도덕적인 탁월성과 함께 전달되어야 합니다. 만일 수상록과 같은 비소설이라면 위대한 사상을 대표하고 간결하고, 설득력이 있고 동시에 압도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책이라면 좋겠습니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비소설분야의 단시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일생동안 지침서가 될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 어거스틴의 <고백론 Comfessions> (398년),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Autobiography> (1791) 그리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The Stranger> (1942)를 추천합니다.

 어거스틴의 <고백론>은 아마로 세계 최초의 자서전일 것입니다. 젊은 시절 어거스틴이 지식을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모습과 그 지식이 그의 삶과 연결되는 것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서구 문명과 그리스도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프랭클린의 <자서전>은 그가 자기 아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미국 헌법을 다진 ‘건국 아버지들’ 중 한 사람으로 그는 과학자, 발명가, 기업가, 작가, 외교관이자 정치사상가였습니다. 프랭클린을 읽는 것은 바로 미국 정신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카뮈의 <이방인>은 그의 첫 소설로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근대를 플라톤주의 철학과 그리스도교 사상의 극복으로 해석하였고, 그 내용을 현대문명의 중심이 된 ‘부조리, 부질없음’으로 표현합니다. 우주 안에서 여기 이 시간에 던져진 나의 실존은 이해할 수 없는 무의미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투쟁합니다. <이방인>은 20세기 최고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시 최고의 고전 학자 답게 자세하게 가이드를 해주었습니다. 저와 아들은 이를 놓고 고민하여 한 권을 고를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간에 고전 읽기 배틀을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이번 여름방학에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같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 보다 이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방학을 맞이한 자녀 분들과 어떤 배틀을 해보시렵니까?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4.8.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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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동안 쓴 월요편지를 묶어 펴낸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21세기 북스 출판)에 대해 여러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세는 좋은 곳에 쓰려고 고민 중입니다. 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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