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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째 편지 - 신년의 기도

                             신년의 기도 

  2010년 경인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십이 넘어 맞이하는 새해 첫 날도 스무살의 설레임으로 맞이하게 하소서.  

  2009년 12월 31일이나 2010년 1월 1일이나 그날이 그날이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2010년 1월 1일은 내 삶이 완전히 바뀌는 찬란하고 위대한 하루라고 믿게 하소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일이 작심삼일로 그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치 생애 처음 세우는 계획처럼 가슴 울렁이며 세우게 하시고 사흘 만에 중단하더라도 다시 그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어리석음을 반복할 지혜를 주소서. 

  고개를 돌려 제 곁에 누어있는 아내를 당신이 주신 천상의 선물이라 여기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것이 비록 허망하고 무모한 것이라도 따라줄 수 있는 우직함을 허락하소서. 

  건강하게 자라 주는 자식에게 무엇을 바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제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를 속으로 갈망하는 한 박자 더딘 사랑을 가질 수 있게 하소서. 

  팔순의 노모에게 말벗해드리는 5분이 그분이 돌아가신 후 그분이 안 계심을 아쉬워하며 흐느끼는 5일보다 더 소중함을 깨닫게 하시고 지금은 듣기 귀찮은 잔소리가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면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그토록 그리운 소리임을 아직 시간이 남았을 때 깨닫는 행운을 주소서. 

  친구들과 만나 기울이는 소주잔보다 가족과 함께 먹는 저녁 밥 그릇 속에 행복이 더 담겨있음을 알게 하소서. 

  아침에 이불 속에서 눈을 뜨고 5분을 더 잘 것인지 아니면 일어날 것인지 갈등할 때 항상 일어나려는 내가 더 자려는 나를 이길 수 있게 응원해 주소서. 

  이른 새벽 홀로 고요히 묵상하며 어제의 어리석음을 오늘 다시 반복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을 단 5분이라도 가질 수 있게 허락하소서. 

  아침 운동을 생략하고 건너뛰려는 수만 가지 이유를 아침운동 후 땀 흘린 다음의 뿌듯한 기억으로 이겨내어 오늘 아침도 힘차게 뛰고 있는 내 다리의 감각을 느끼게 하소서. 

  어제의 실수와 아쉬움을 애석해 하며 ‘...했을 걸’ 하기보다는 내일의 꿈과 희망을 생각하며 ‘...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하루가 되게 해 주시고 어제의 감옥에 스스로 갇히기 보다는 내일의 광장으로 나서 찬란한 미래를 맞이하게 해 주소서. 

  건강은 바르고 성실하였던 지난날에 대한 상이고 병은 무질서하고 방탕하였던 과거에 대한 벌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가슴깊이 새기고 오늘의 삶이 내일의 건강과 병을 결정짓는 너무도 소중한 것임을 늘 의식하며 생활하게 하소서. 

  가진 것이 많고 지위가 높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 애쓰기보다는 비록 가진 것은 적고 지위는 낮으나 오랫동안 묵묵히 나를 바라보며 응원해 온 옛 친구를 떠올리며 그에게 ‘소원해서 미안했다.’고 고백하는 아름다운 편지를 띄우게 하소서. 

  새로이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이익과 손해의 잣대로 분별하는 영리함보다는 그들 모두를 하늘이 내게 보내주신 귀인으로 정성껏 대하는 한결같음이 더 지혜로움을 깨닫게 하소서. 

  우리가 청춘을 바쳐 일하는 검찰에 대한 가치를 매달 받는 월급으로 평가하지 않고 우리가 세우는 정의의 높이와 우리가 보호하는 인권의 넓이로 평가하게 하셔서 우리 스스로 우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우리의 사명을 무겁게 느끼게 하소서. 

  인사 때 주어지는 자리가 만족스럽지 않아 속상해 하기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자리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부족함과 어리석음에 마음 아파하는 겸손을 가르쳐 주소서. 

  상사 동료 부하 등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잘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보다는 내가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죄스러워할 줄 알게 하소서. 

  ‘혹시 상사 동료 부하의 배우자 이름을 아시나요. 자녀들이 몇이고 몇 학년인지 아시나요. 모른다면 그들을 전혀 모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과 일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그들을 더 잘 알도록 채찍질 해 주소서. 

  “누군가 억울함을 당하였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관이 검찰이고 싶습니다. 검찰이 수사하면 공정하고 바르며 검찰이 내린 결론은 항상 불편부당하다는 신뢰를 이룩하고 싶습니다. 검찰은 강자와 가진 자의 편이 아니라 힘없고 가난한 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기관이고 싶습니다.” 이 소망을 한 순간이라도 잊지 않도록 지켜보아 주소서. 

  성공의 법칙은 ‘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 것임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늘 행하게 해 주소서.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을 때 나이가 많음을 한탄하지 말고 용기


가 부족함을 깨닫게 하셔서 항상 열린 마음과 자세로 무엇인가 배우는 나날이 되게 하소서.
 

  인생이 좀 더디 가고 때로는 뒷 걸음질 친다고 여겨질 때 거리의 신호등에도 파란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빨간불도 있음을 기억하고 기다리고 참는 성숙함을 허락하소서. 

  행복은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의 파랑새처럼 내가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 마음속에 숨어있어 욕심을 줄이고 남과 비교하기를 그치면 언제나 나타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달아 행복을 자전거타기처럼 매일 연습하게 하소서. 

  오늘 올리는 기도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2011년 1월 1일 다시 똑같은 기도를 올릴 수 있는 현명함과 강한 집념을 미리 예비하셔서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기도를 포기하는 한심함을 저지르지 않게 도와주소서.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0.1.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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