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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번째 편지 -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

요즘 저는 재미난 책 한권에 푹 빠져 있습니다. 김상문이라는 MBC 기자가 쓴 ‘왓칭 - 신이 부리는 요술’이라는 책입니다. ‘왓칭’은 심리학 양자물리학 등 각종 과학지식을 동원하여 신기한 우주원리를 소개한 책입니다. 과학서적을 별로 볼 일이 없는 저로서는 신기한 실험들이 많이 있어 훅 빠져들었습니다.

 

 그 책에 이런 대목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랭거 교수가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1979년 미국 뉴햄프셔 주의 한적한 마을에서 모든 걸 1959년처럼 꾸며 놓고 노인들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봤다. 당시 일주일간의 실험을 마친 뒤 노인들의 몸을 검진했던 의사들은 정말 기이한 현상을 발견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특히 손가락 길이가 확연하게 길어진 것에 놀랐다.”

 “그로부터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2010년 9월 영국의 BBC-TV가 랭거 교수의 자문을 받아 비슷한 실험을 해보았다. 이제 꼬부랑 노인이 된 20-30년 전의 인기스타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옛날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도록 했던 것이다. 일주일 간의 실험기간이 끝난 뒤 의사들이 출연자들의 몸을 검진해 보니 실제로 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이 실험을The Young ones 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다.”

 혹시 월요편지 독자 중에 이 내용을 처음 접하신 분들의 느낌은 어떠신가요. 저는 86세 되신 저의 어머님을 위해 당장 이 실험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바로 아들과 함께 인터넷에서 이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리서치하였습니다.

 이 두가지 실험은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Ellen J. Langer가 지도하였습니다. 그녀는 1974년 예일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81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 종신교수가 된 분입니다.

 그녀는 1979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팀원들과 함께 신문광고를 냈습니다. ‘<무료한 일상 탈출, 할기찬 노년!> 지원자격 : 70대 후반 80대 초반 남성, 하는 일 : 6박7일 여행을 하며 추억에 대해 심오한 토론, 회비 : 없음, 혜택 : 모든 여행 경비 무료’ 이 광고를 보고 온 많은 지원자 중에서 8명을 선발하였습니다. 서 있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검버섯 가득한 노인들을 외딴 시골의 낡은 수도원에 모아 놓고 두가지 규칙을 지킬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첫째 20년 전인 1959년으로 되돌아 갈 것(20년 전의 정치 사회 스포츠 등을 현재형으로 이야기 하기, 1959년 개봉한 영화와 TV 프로그램 시청), 둘째 청소 설거지 등 집안 일 직접할 것. 그들은 1959년 야구 잡지를 보았고 1959년 개봉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보았습니다. 점차 1959년을 현재로 사는 것에 익숙해진 노인들은 자발적으로 청소하고 계단 오르기 등 운동도 시작하였습니다. 일주일이 끝났습니다. 실험 결과 참가한 8명의 노인들 모두 시력, 청력, 기억력, 지능, 악력 등이 신체 나이 50대 수준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이것이 ‘왓칭’에 소개되었던 Ellen J. Langer 하버드 대학교 교수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Counterclockwise study)’입니다. 이 내용은 EBS 지식채널e에서 ‘7일간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Ellen J. Langer 교수는 이 실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다듬어 2009.5.19 Counterclockwise: Mindful Health and the Power of Possibility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우리나라에는 2011.4.29 ‘마음의 시계’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습니다.

 

Ellen J. Langer 교수는 자신의 책을 출간한 그 다음해 BBC 방송의 제안을 받아 ‘왓칭’에 소개되었던 The Young Ones라는 프로그램의 자문을 맡았고 그 프로그램은 2010.9.14부터 네 번에 나누어 방영되었습니다. 그 실험에서도 1979년 실험의 결과와 같이 참가자 6명 모두가 신체적으로 젊어졌습니다.

 한국 방송에서 이런 재미있는 주제를 그냥 둘리 없었습니다. 금년 5월 EBS에서 한국판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를 기획하였습니다. ‘황혼의 반란’ 3부작이 바로 그것입니다. 노래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부른 가수 한명숙(78세) 등 우리가 다 알만한 유명인 5명을 대상으로 1979년 미국 실험, 2010년 영국 실험과 똑 같은 실험을 하였습니다. 기준 시점은 30년전인 1982년10월26일로 설정하였습니다. 소품도 어디에서 구하였는지 모두 1982년에 맞게 갖다 놓았습니다. 배달된 신문 헤드라인은 ‘민정, 실명제 실시 재검토’였습니다. 1982년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였습니다. 몸이 불편한 분들도 모든 일을 스스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일주일 간의 실험에 참가한 5명 모두 생체 활력 징후와 두뇌 활동이 눈에 띄게 나아졌습니다.

위 내용이 저와 아들이 리서치 한 내용입니다. 이어 저희 가족은 브레인 스토밍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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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 우리도 한번 이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을 하면 어떨까? 나이 드신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 집을 옛날 환경으로 바꾸는거야.

아들 : 아빠 좋아요. 그런데 몇 년도를 기준으로 삼지요.

아빠 : 글쎄 몇 년이 좋을까. 아하! 1988년 어때. 그해에 서울 올림픽이 있었잖아. 다른 해는 잘 기억을 못해도 그해는 누구나 기억하잖아. 그리고 자료 구하기도 쉬울 거야.

딸 : 좋아요. 그런데 그해에 저는 2살이고 정민이는 안 태어났네요.

아빠 : 할머니를 위한 것이니까? 만약 너희들에게도 의미가 있게 하려면 한일 월드컵이 있던 2002년을 기준으로 삼아야 겠네.

아들 : 2002년은 나중에 하죠.

아빠 : 윤아야, 무대디자인이 네 전공이니, 네가 할머니 집을 1988년으로 꾸미거라.

딸 : 드라마 세트 디자인은 무대디자인과 좀 다르지만 그쪽을 전공한 선배들과 상의 해볼께요. 비용은 아빠가 대실거죠.

아빠 : 당연하지. 소품 위주로 인테리어해서 비용을 최소화 하여라.

엄마 : 벌써 다 만든 것 같네요. 그런데 어머님이 허락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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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우리 가족의 브레인 스토밍은 끝이 났습니다. 이번 과정은 저의 책읽기 방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책에서 어떤 대목이 흥미를 끌면 집중적으로 리서치를 하고 가능하면 현실화 해보려고 합니다.

조근호식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이 상상 속에서만 끝날지 아니면 실현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일지 못합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단 상상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지요.

여러분은 만약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실험’을 한다면 몇 년도로 돌아가고 싶으십니까? 저는 스페인에 1년 유학하였던 1992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3.9.9. 조근호 드림

 (방송 안내)

 4월15일부터 26주 동안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극동방송(AM 1188 또는 FM 106.9) ‘사랑의 뜰안’ 프로그램에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코너가 신설되었습니다. 그 동안 썼던 월요편지 중에서 일부를 골라 청취자 분들에게 제 육성으로 전달해 드리게 됩니다. 시간은 대략 10:20 경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나시면 들어 주세요. 새로운 감흥이 있으실 것입니다. 라디오 듣기가 불편하신 분은 스마트 폰에 극동방송 앱을 다운 받으시면 그 시간에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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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그 동안 쓴 월요편지를 묶어 펴낸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21세기 북스 출판)에 대해 여러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세는 좋은 곳에 쓰려고 고민 중입니다. 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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