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8번째 편지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릅니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릅니다.

  여러분 2009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로 40대를 떠나보냈습니다. 제가 1959년 10월 1일 생이니 지난 10월 1일자로 40대가 제 곁을 떠났습니다. 제가 오라고 해서 온 것도 떠나라고 해서 떠나는 것도 아니지만 40대는 그냥 훌쩍 제 곁에 찾아와 10년을 머물다 떠나갔습니다. 제 생에 다시는 40대를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다음 생이 있다면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요. 저는 이별을 고하는 40대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나는 너와 만나 그 10년을 최선을 다해 살았노라고 그리고 다시 만난다고 해도 그 이상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의 40대가 최선이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쉽다. 후회한다. 다음에는 더 잘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제 자신이 초라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족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새로 만난 50대에게 당당하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이야기하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 어디를 지나고 계신가요. 여러분과 만난 그 세월과 어떤 대화를 나누시나요. 이번 편지에서는 각 세대마다 느끼는 다른 감정을 곱씹어 보고 싶습니다. 

  요절한 가수 김광석은 30대를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 그가 노래하여 많은 이의 가슴을 적신 ‘서른 즈음에’입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엔 /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그렇습니다. 삼십대에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울고 웃었습니다. 삼십대의 여러분, 결혼하셨으면 지금의 배우자와 미혼이면 미래의 배우자와 마음껏 사랑하십시오. 삼십대 사랑의 힘으로 사십대 오십대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명시인은 40대를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가 노래한 ‘40대는 바람에 흔들린다.’ 라는 시 몇 대목을 읊어 보겠습니다.  

사십대는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 불면 가슴이 시려오고
비라도 내릴라 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오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 온 몸은 소름으로 퍼져가고
푸른빛 하늘에 솜털 구름 떠다니는 날엔
하던 일 접어두고 홀연히 어디엔 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무심히 밟고 지나던 길도
노점상의 골 패인 할머니 얼굴도
이젠 예사롭지가 않다.

<중략>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어설프지도 곰삭지도 않은
적당히 잘 성숙된 그런 나이이기에...
어쩌면 한껏 멋스러울 수 있는
멋을 낼 수 있는 나이가 진정 사십대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사십대란 불혹이 아니라
흔들리는 바람인가 보다...
 

  제가 막 떠내 보낸 40대는 이렇게 외로움을 타는 나이인가 봅니다. 통속적인 연속극에 눈물 적시게 되는 나이. 이렇게 스산한 겨울이면 대상도 없이 누군가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쩌면 40대의 특권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제 50대로 접어들었습니다. 50대를 노래한 시인도 여럿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50대를 노래한 시보다는 모든 세대를 노래한 박우현 님이 쓴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시를 좋아합니다.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이십대이시든, 삼십대이시든, 사십대이시든, 오십대이시든 지금이 절정입니다. 지금이 아름답습니다. 이 시간이 지난 후 그 사실을 깨닫지 말고 지금 깨달았으면 합니다. 찬란한 오늘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09.12.21. 조근호 드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전글 목록으로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