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97번째 편지 - “세상을 변화시키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키우는 것”

“세상을 변화시키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키우는 것”

 저는 지난주 편지에서 말씀드린대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그 졸업식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미국 고등학교 이야기라 혹시 우리와 무관한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나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 같아 월요편지의 주제로 잡았습니다.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사립기숙학교입니다. 그 학교에서는 졸업식을 이틀에 걸쳐 하였습니다. 날씨가 좋은 캘리포니아 주인 관계로 운동장에 대형 텐트를 치고 진행하였습니다. 첫 날은 그야말로 편안한 졸업식 전야제 파티였습니다. 졸업생 69명과 그 부모들이 텐트 밑 식탁에 자리잡고 간단한 부페식 식사를 즐긴 후 공식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테이블에는 두 명의 졸업생과 그 가족이 앉았습니다. 서툰 영어로 다른 학생 가족과 인사를 나눈 후 식사를 즐겼습니다. 저는 무심결에 아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앞에 앉은 아이는 어느 대학교 들어갔니?” 이 질문에 아들은 “잘 몰라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였습니다. “왜 몰라. 별로 좋지 못한 대학교에 들어간 모양이구나. 공부를 잘하지 못하였나 보지.” 저는 한국 아빠답게 다시 캐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아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아빠 미국에서는 어느 대학교 들어 가느냐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공부 잘하면 좋은 대학교 들어갈 수 있지만 모든 학생들이 좋은 대학교에 들어 가려고 하지 않아요. 자기가 공부이외에 다른 것에 관심이 있으면 그곳으로 진학해요. 그리고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겨요.” 너무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에이, 그럴리가. 고등학교에서도 아이비 리그 대학교에 몇 명이 합격하였느냐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니” “예,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모든 학생들이 좋은 대학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는 말이에요.”

 저는 순간 아들의 말이 무엇인지 잘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빠, 한국에서도 전인교육이라는 말이 있고 소질을 계발한다는 말이 있지만 학생이나 부모님의 속 마음은 모두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를 바라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교육의 목표와 학생과 부모의 속마음이 일치하다는 것 같아요.” 허허 점점 아들이 저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백프로 납득이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들 친구에 대해 물은 첫번째 질문이 ‘어느 대학교에 들어 갔니.’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를 나타내는 특질은 학업성적 말고도 많은 것이 있을텐데 저는 그것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학생에 대해 학업성적이외에 무엇을 물어보아야 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러가지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걔 운동은 잘하니? 성격은 좋으니? 리더십이 있니? 예술적 소양은 어때? 다른 사람에 대해 잘 배려하니? 열정은 많아?” 이 이외에도 수많은 질문이 있을 수 있음을 깨닫고는 스스로 놀랐습니다. 왜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생을 놓고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오직 “어느 대학교 들어갔니?”만 묻고 있는 것일까요.

 다행히 저희 아들은 그런대로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교에 들어 갔고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주는 쿰 라우데(cum laude)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 전날 쿰 라우데 상을 받은 학생들을 모아놓고 교장선생님이 한 말씀 하셨는데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너희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우수하여 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희는 부모님으로부터 우연히 좋은 머리를 물려 받아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즉, 다른 학생들과 그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는 좋은 머리를 누구는 좋은 신체를 누구는 좋은 성품을 타고 나지.” 아마도 교정선생님은 아이들이 쿰 라우데 상을 받아 우쭐대거나 다른 학생들을 깔볼 것을 염려하여 이런 말씀을 하셨을테데 곱씹어보니 일리있는 말이었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아무리 노력하여도 공부를 잘할 수 없지요. 좋은 머리를 타고났다는 것은 하나의 조건에 불과한 것입니다.

 졸업식 전야제는 학생들에게 각종 상을 주고 명사를 모셔다 특강을 듣는 것으로 공식행사를 마치고 댄스파티가 이어졌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마지막 인사말에서 내일 졸업식은 좀 기니 사전에 각오를 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길면 얼마나 길까 생각하였는데 정작 졸업식에 참석해보니 졸업식이 엄청 길었습니다. 아침 9시에 시작된 졸업식은 12시가 다되어 끝이 났습니다. 무슨 행사가 그리 많았냐구요. 딱 한가지 행사만 있었습니다. ‘졸업장 수여’ 한가지에 3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여러번의 졸업식에 참석하였고 미국에서 아들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꺼해야 한 명 한 명 졸업장을 주느라 시간이 소요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달랐습니다. 교장선생님이 학생에게 졸업장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졸업장을 주기 전에 학생을 단상에 세우고 많은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 한 분이 나오셔서 미리 써온 그 학생에 대한 소개글을 2분 정도 낭독하였습니다. “이 학생은 무슨 클럽의 회장이고 무슨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고 무슨 운동팀에 소속되어 있고 어느 선생님의 평가서에 의하면 이런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그냥 형식적으로 ‘성실하고 열정적이며 품행이 방정한 우수한 학생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사례를 소개하며 위트있게 설명하여 객석을 재미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제 아들에 대한 여러가지 코멘트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정민이는 학교 모든 행사의 비공식 공동주최자이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모든 일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나아가 주최 측처럼 일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저는 한 학생 한 학생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졸업식을 지켜보면서 아들이 대학교 합격만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가 아니라고 한 그 전 날의 설명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저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 학교의 교육 목표는 무엇이니.”

 아들의 답입니다. “각 분야에서 세상을 변화 시키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키우는 것, 그것이 저희 학교의 교육 목표입니다.” 그 목표는 사실 우리나라 각 학교의 교육 목표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교육 목표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모두의 가슴에 진심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3.6.17. 조근호 드림

 (방송 안내)

 4월15일부터 26주 동안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는 극동방송(AM 1188 또는 FM 106.9) ‘사랑의 뜰안’ 프로그램에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코너가 신설되었습니다. 그 동안 썼던 월요편지 중에서 일부를 골라 청취자 분들에게 제 육성으로 전달해 드리게 됩니다. 시간은 대략 10:40 경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나시면 들어 주세요. 새로운 감흥이 있으실 것입니다. 라디오 듣기가 불편하신 분은 스마트 폰에 극동방송 앱을 다운 받으시면 그 시간에 들으실 수 있습니다.

 

<광고>

제가 그 동안 쓴 월요편지를 묶어 펴낸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21세기 북스 출판)에 대해 여러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세는 좋은 곳에 쓰려고 고민 중입니다. 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전글 목록으로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