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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번째 편지 - 코로나19 격리 기간에 든 생각들



저는 지난 한 주 코로나 격리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스크가 해제될 때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에 이렇게 지나가나 했더니 걸렸습니다. 한 이틀 열도 오르고 몸살도 심했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끝났습니다.

저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과거 코로나와 관련하여 쓴 월요편지를 전부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그때의 코로나는 <남의 코로나>였지만 이번에는 <저의 코로나>였기에 읽으면서도 감회가 달랐습니다.

"2020년 1월 21일 코로나19 감염자가 첫 발생한 이래 2월 17일 누적 감염자 수가 30명일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럭저럭 넘어가나보다 하는 막연한 안도감이 개인적으로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2월 20일부터 어제 3월 1일까지 58명에서 586명으로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누적 감염자 수가 3,736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2020년 3월 2일 자 월요편지)

코로나는 이렇게 시작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가 3년 이상 계속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도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변화시킬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저도 세 가지 측면에서 코로나가 삶을 바꿀 것이라고 월요편지에서 전망했습니다.

"첫째 한국 사회는 급속도로 가정 중심으로 변화될 것 같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 남자들이 강제로 집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경험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우리 삶에 변화를 줄 것입니다.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은 꼭 필요한 경우 아니고는 안 하고 살아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난 3년간 우리 모두 이 변화를 경험하였습니다. 식사 약속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식사 약속이 줄다 보니 이제는 식사 약속이 오히려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굳이 만나서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스멀스멀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일주일 코로나 격리 기간도 전혀 불편함 없이 잘 버텨냈습니다. 예전 같으면 갑갑해 못 견뎠을 텐데요.

"둘째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보편화될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회사가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리라 예측합니다. 재택근무의 약점과 비용 절감의 강점이 서로 경쟁할 것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출근 근무로 바꾸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지만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근무의 한 형태로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세상이 정말 바뀐 것입니다.

"세 번째는 DIY 문화가 확산될 것입니다.

우리가 DIY 문화에서 우리의 숨은 솜씨를 찾아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TV 시청을 DIY 문화가 밀어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DIY는 목공 수준이 아닐 것입니다." (2020년 3월 3일 자 월요편지)

그러나 이 변화는 다른 변화에 비해 광범위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대신 배달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저는 최근까지도 현관에 배달되는 물건에 대해 가족들을 비난했는데 요즘은 저도 배달 매니아가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우리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점을 월요편지에서 다루었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이끈 힘이 [사회적 관계의 풍요와 과잉]이었다면 코로나19는 대한민국에 [사회적 관계의 절제와 통제]를 화두로 던질 것입니다. 개인, 조직, 사회, 국가 차원에서 우리는 이 새로운 화두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고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각자의 몫일 것입니다.

우리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자기 절제를 고민하고, 그 결과 사회적 관계가 적절한 수준으로 절제되고 통제된다면 대한민국은 과거와 전혀 다른 사회가 될 것이고 삶의 다른 부문에서도 새로운 양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2020년 4월 20일 자 월요편지)

저도 지난 3년간 제가 일생 동안 맺고 있던 사회적 관계에 대해 수없이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동안 <풍요와 과잉>이었는지, 그러면 <절제와 통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한 사회생활에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얼마 전 통화한 어느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얼굴 좀 보여줘." 제가 굳이 만남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데 저도 모르게 만남을 절제하고 통제하고 있었나 봅니다.

코로나는 우리들에게 지나치게 사회적 관계에 대한 절제와 통제를 강요하여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산이 있으면 골도 있는 법입니다.

지금까지는 사회생활의 하락기였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다시 사회생활이 상승기를 맞을 것입니다. 그때 저도 모르게 익숙해진 사회적 관계의 절제와 통제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 될까 봐 걱정됩니다.

제가 쓴 코로나 관련 월요편지에 이런 제목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우리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처음 대구에서 확진자가 쏟아질 때, 확진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하고 나니 이런 문구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매일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는 우리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2020년 6월 22자 월요편지)

그때의 확진자는 타인이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확진자가 되고 보니 그런 생각을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살이 저를 향한 것입니다.

2022년 5월 코로나 유사 증세가 있어 그때 상황을 월요편지에 적으면서 말미에 이런 표현을 하였습니다.

"저는 코 필자가 될까요? 아니면 미필자로 남을까요." (2022년 5월 2일 자 월요편지)

당시는 미필자로 끝났지만 이번에 결국 코 필자가 되었습니다.

아직 미필자인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이번에 겪고 나니 이제 코로나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다들 건강하십시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2.20.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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