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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번째 편지 - 한국 축구를 이야기하다



“한국 축구가 브라질 이길 수 있을까요?”

요즘 모든 국민이 서로에게 하는 질문입니다. 아마 한국 축구는 포르투갈을 꺾은 12월 3일 밤부터 브라질과 16강전을 시작하는 12월 5일 오전 4시까지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 최강, 우승 후보인 브라질과 16강 전에서 맞붙게 된 대한민국 축구는 밑져야 본전인 심정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브라질을 이길 수 있겠어, 그러나 또 모르지 추구는 의외성이 있으니까, 일본이 독일도 꺾고 우리도 호날두가 있는 포르투갈을 이겼잖아, 예상 승률도 23%, 17%, 8.2%로 다양하지만 그래도 이긴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잖아’ 등의 심정일 것입니다.

16강 진출로 한국 축구에 대해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때에 어제 일요일 후배 상가에 문상을 갔다가 우연히 선수 출신 축구 협회 고위 간부를 만났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그분 주위에 7, 8명의 문상객들이 모였고 1시간 이상 축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지에 있다가 어제 귀국하였다고 했습니다.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상태는 어떤가요? 마스크를 벗었을 때 보니까 왼쪽 눈두덩이가 많이 부어 있던데요.>

“여러분도 직접 보셨겠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시야가 좁습니다. 그리고 몸싸움을 하기도 어렵고요. 그리고 외국 선수들이 손흥민은 다 압니다. 그래서 더블 마크를 하죠. 손흥민이 직접 슈팅을 하는 찬스가 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흥민에게 두세 명의 마크가 붙었을 때 공간이 생기면 패스를 해야 됩니다. 그 모습이 포르투갈 전에서 나왔습니다. 황희찬 선수에게 절묘한 패스를 하였지요.”

<김민재 선수는 컨디션이 어떻습니까? 출전 가능할까요.>

“오늘 체크해 보니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아마 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민재 선수를 보면 든든한데, 김민재 선수가 빠진 포르투갈 전에서는 수비가 흔들리더군요. 김민재 선수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렇게 비유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손흥민이 부상을 입어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와 김민재가 부상을 입어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 한국 축구팀으로서는 김민재가 부상을 입어 추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타격이 큽니다. 우리나라 수비가 약한데 김민재 선수가 빠진 상태에서의 수비는 더욱더 힘듭니다. 그래서 김민재 선수가 절실한 것이죠.”

<황희찬 선수가 골을 성공시키고 웃통을 벗었을 때 검은색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측정 장비인 모양이죠.>

“FIFA에서 나누어 준 각종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계기입니다. 그것 때문에 어느 선수가 몇 마일을 뛰었는지 등 여러 가지 통계를 잡을 수가 있습니다. 각종 장비가 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코칭 스텝도 많이 가셨죠.>

“제가 출전한 1986년 월드컵 때는 코칭 스텝이 김정남 감독과 김호곤 코치 딱 두 사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모두 36명이 갔습니다. 마사지사가 6명이나 갔으니까요. 협회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합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입니다.”

<벤투 감독은 어떻게 선발하게 되었나요?>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유로 2012 준결승까지 올라간 기록이 있는 훌륭한 감독입니다. 그 후 중국에서 프로팀 감독을 하였는데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2018년 8월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이 벤투를 선발하였는데 처음에는 비판 여론이 많았습니다. 중국에서 한물간 감독을 데리고 왔다는 것이 주된 비판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협회장을 비롯한 축구 협회에서는 벤투를 믿고 지원하였고, 그 결과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팀과 2022년 월드컵 팀을 비교하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2002년 월드컵 팀은 모든 선수가 대체로 기량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팀은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좀 있습니다. 그 이유는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한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에게 전권을 주고 선수 훈련을 마음껏 하게 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프로팀에서 상당 기간 차출하여 훈련하였고 그 결과 기량을 비슷하게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팀은 사정이 다릅니다. 각자 프로팀에 소속되어 있어 장기간 합숙 훈련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발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사정은 유럽팀이나 남미팀도 같겠군요.>

“예, 유럽팀과 남미팀 모두 대표팀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팀들은 16강전 이후를 노리고 선수들의 몸컨디션을 조절하고 16강에 가서야 선수들 간에 손발이 맞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실력에 비해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하는 팀이 생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시아 팀과 아프리카 팀들은 예선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일본 팀과 우리나라 팀을 비교하면 전력은 어떻습니까?>

“일본팀이 우리 팀보다 전력 면에서는 우수합니다. 그러나 유럽의 스카우트들은 일본 선수보다는 한국 선수를 뽑으려고 합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될 가능성이 한국 선수가 더 많다고 보는 것이죠. 일본 선수는 기본적으로 체격이 적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 팀은 굉장히 잘 짜져 있어 그 자체만으로 보면 한국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시합을 하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강인 선수에 대해 한마디 해 주시죠.>

“한국 선수들은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보다 2-3년 더디게 꽃을 피웁니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은 10대 후반에 두각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은 20대 초반부터 기량이 확 달라집니다. 이강인 선수가 이제 21살이니 지금부터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잘 응원해 주십시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브라질을 꺾는 기적이 일어나길 다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상갓집에 혼자 와서 뻘쭘했는데 이렇게 축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물어 주셔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만나서 한국 축구의 재미난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브라질전 응원 많이 해주십시오.”

월요편지에 적은 내용 말고도 많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분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그분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서로 나눈 대화를 글로 적었는데 혹시라도 기억의 오류로 잘못 전달된 것이 있으면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브라질전에서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짝짝짝.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12.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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