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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번째 편지 - 바른생활 루틴이



2022년 첫째 주를 잘 보내셨나요. 이제 둘째 주입니다. 늘 이맘때면 신년 계획 때문에 속앓이를 합니다. 그놈의 신년 계획을 안 세울 수도 없고 세워봐야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되고 말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한 가지 이상의 계획을 세웠을 것입니다. 통계상 가장 많은 신년 계획은 "살을 빼겠다." "책을 읽겠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연말에 신년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지난주 공부 모임에서 특강으로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로 유명한 김난도 교수를 온라인으로 모셔 <2022 트렌드 코리아>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늘 이때쯤 듣는 강의라 올해의 소비자 트렌드 키워드는 무엇인지 궁금하였습니다. 김 교수는 늘 10개의 트렌드를 영어로 선정하여 첫 영문자를 모아 의미 있는 단어를 만듭니다.

올해는 <TIGER OR CAT>이었습니다. 모두 유익하지만 저는 특히 R이 흥미로웠습니다. R은 <Routinize Yourself 바른생활 루틴이>입니다.

김 교수는 강의에서 <바른생활 루틴이>가 되기 위해 첫째 Self-Bing, 즉 자기 묶기, 둘째 Strager Stamp, 타인 시선 끌기, 마지막으로 Retrospect, 기록하기 등을 제안합니다.

제가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만의 루틴 갖기입니다.

루틴은 원래 스포츠심리학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선수들이 최상의 결과를 발휘하는데 필요한 이상적인 컨디션을 갖추기 위해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동작이나 절차를 말합니다.

야구 선수가 타격하기 전에 투수를 한 번 보고 방망이를 한 번 휘두르고 잠시 타석을 벗어나 손에 침을 뱉고 방망이를 잡아 타석에 들어와 공을 기다린다거나 농구 선수가 자유투를 쏘기 전에 공을 5번 튀기고 무릎을 2번 정도 구부렸다가 슛을 쏘는 등의 일련의 행동을 말합니다.

그 루틴을 일상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김난도 교수는 루틴을 설정하고 지키는 사람을 <루틴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저도 루틴이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기업인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지자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 2020년 초부터 매일 아침 집 근처에 있는 남산을 정상까지 오릅니다. 그 정상에서 일출 모습이나 꽃모습 등을 사진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냅니다. 그분의 루틴인 것입니다.

루틴을 하는 목적은 하루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지내기 위해서입니다.

저의 루틴은 인생 측정표를 체크하는 것입니다. 지난주 월요편지에서 말씀드린 대로 인생을 12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데 오늘 할 일을 12가지 부문에서 체크하는 것입니다. 10년도 넘은 루틴입니다.

예전에 해외여행을 하느라 이 루틴을 지키지 못하였을 때는 마치 비행기 조종사가 계기판을 보지 않고 비행하는 것처럼 제 삶도 계기판 없이 사는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받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인생 측정표를 다시 체크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삶이 제 궤도에 돌입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를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목표가 루틴이 되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좀 더 쉬워질 것입니다. 매일 남산을 오르는 분은 목표가 루틴이 된 경우입니다.

그분은 어느 날 눈이 너무 많이 와 남산을 가지 못하였더니 하루 종일 무엇인가 찌뿌둥하고 불편했다고 합니다. 바로 루틴의 영향입니다.

루틴이 한 단계 더 올라가면 일종의 의식이 됩니다.

"작가 메이슨 커리(Mason Currey)는 [리추얼]이라는 책에서 지난 400년 동안의 위대한 창조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Daily Ritual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리추얼은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라고 이야기합니다." (2020.5.25 Daily Ritual 월요편지)

한때 저는 매일 아침 인스타그램에 좋은 글귀를 한 장의 작품으로 만들어 올리는 루틴을 리추얼로 격상하여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만들었던 인스타그램을 뒤져보니 오늘 월요편지에 딱 맞는 글이 있었습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라는 시가 있습니다. 내년에 많은 일을 할 계획인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앞으로 많은 돈을 기부할 생각인 나는 오늘 무엇을 주었던가? 미래에 멋진 저택을 짓고 싶은 나는 오늘 무엇을 지었던가? 달콤한 몽상은 행복에 젖어 들게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그렇다. 누구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신년 계획도 좋고 루틴도 좋고 리추얼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올해에는 한 가지를 정해 꾸준히 실천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김 교수는 <바른생활 루틴이>가 올해의 키워드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 하는 경우가 늘어 삶의 자유도가 늘어났기 때문에 그 반대로 루틴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환경에 적응합니다. 재택근무가 루틴을 촉진하게 하였다는 분석은 참 재미있습니다.

저도 지난 주말 아무 약속 없이 소위 재택 하였는데 인생 측정표를 꺼내놓고 제 신년 목표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실행하였습니다.

회사에 출근할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책도 보고 더 많은 운동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 마음이 뿌듯하였습니다. 만약 루틴 없이 케세라세라를 하고 하루 종일 넷플릭스와 씨름하였더라면 지금 이 시간 마음이 불편하였을 것입니다.

루틴은 우리의 삶을 강하게 지탱해 주는 버팀목입니다.

여러분의 루틴은 무엇인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1.10.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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