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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번째 편지 - 토크빌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의를 듣고 드는 생각들



지난주 금요일 고전 공부시간에 연세대 김상근 교수로부터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강의를 들었습니다. 월요편지에서 '법조인 출신 대통령 후보의 특성'에 대해 쓴 바로 그 주에 미국의 민주주의를 공부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 우연의 일치였습니다.

저는 요즘과 같은 대통령 선거철에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 같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강의를 지상 중계하려 합니다.

"1831년 5월부터 1832년 3월까지 토크빌은 미국의 교도소 제도 답사 명목으로 미국 여행을 하고, 1835년 <미국의 민주주의>를 출간하여 '제2의 몽테스키외'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프랑스인 토크빌은 미국인보다 더 예리한 관찰력과 논리적 분석으로 신생 국가 미국의 민주주의와 현대사회에 미친 민주주의의 장점과 단점을 파헤치고 민주적 방식으로 그 약점을 치유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전 세계에 대통령제 국가는 총 62개이지만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하는 'Democracy Index'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를 하고 있는 대통령제 국가는 미국, 한국,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등 4개국 정도입니다.

대통령제는 독재자를 출현시킬 위험이 다른 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제의 종주국 미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을까요. 토크빌의 견해를 들어 보겠습니다. 현재와는 다르지만 민주주의 제도의 초창기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미국인들은 평등을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여긴다.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서로 간에 우월의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유복한 사람들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망명하지 않는다. 가난과 불행만큼 사람들 사이에 평등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도 없다. (미국의 민주주의 2장)"

과거에서 단절된 사람들, 모든 것을 미국 땅에서 새로 시작한 사람들이 선택한 제도는 '모두가 평등하다'라는 전제를 가진 민주주의입니다.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은 대통령제를 채택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가난하였지만 모두 평등하지는 않았습니다. 조선왕조의 유산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고, 500년 유교 전통이 굳건히 살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평등>이라는 숙제를 가지고 출발하였습니다. 우리는 독재를 겪으면서 <자유>가 우리의 지상과제라고 생각했지만 미국 사람들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평등>이었습니다.

"자유는 그들의 욕망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대상은 아니다. 그들의 우상은 평등이다. 평등을 잃기보다는 죽음을 택할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3장)"

2. 미국인들은 국가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과 동일시한다.

"시민은 누구든지 국가 이익이 마치 자신의 이익인 양 열렬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국가의 영광에 자부심을 가지며, 나라의 융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전체의 번영이 자신에게도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의 민주주의 5장)"

토크빌은 국가 이익을 자신의 이익으로 여기는 의식이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민주주의를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고 보았습니다. 독재를 경험한 우리는 공권력을 권력자의 하수인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못하고 방관자로 남게 만듭니다. 시민들이 공권력과 함께 정의를 구현한다는 개념은 더 시간이 흘러야 대한민국에 뿌리박히게 될 것입니다.

3. 미국인들에게 정당의 차이는 권력 집행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국민의 권력을 제한하려는 공화당과 무한하게 확장하려는 민주당 사이의 선택은 구체제의 전복이나 사회구조의 혁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느 쪽이 승리하던 국민들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국의 민주주의 10장)"

1776년 미국 독립 후 50년이 흐른 1831년 토크빌이 미국을 여행할 당시에는 양당제가 정착되어 있었고, 체제 전복이나 혁명의 위험은 사라진 상태였던 모양입니다.

저는 '어느 정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민들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는 대목에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미국도 지난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국가적 혼란이 있었던 것을 보면 이 문제는 그렇게 쉽게 단정 지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4. 미국에서 시행되는 민주주의의 장점은 실수를 시정하는 능력이다.

"민주 정치는 군주제나 귀족정치보다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지만 일단 그 실수를 인정할 경우, 복귀할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인들의 커다란 특권은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저지를지 모르는 잘못을 시정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 13장)"

대한민국도 실수를 시정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 촛불 혁명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민주주의는 독재로 흐를 위험도 지니고 있습니다.

62개 대통령제 국가 중에 4개국만 완전한 민주주의를 한다는 사실은 대통령제의 위험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 정치가 더 이상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순항하기를 바랍니다.

5. 미국인들의 미래는 '잘 살아보려는 마음과 진취성' 때문에 밝을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미국인에게서 이 비옥한 토지를 빼앗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법률이 악독하고, 혁명이 일어나고, 무정부 상태가 지배하더라도 미국인들의 특징인 '잘 살아보려는 마음과 진취성'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며, 그들이 나아가고 있는 길의 지침이 될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결론)"

토크빌의 결론 부분을 읽으면서 2021년 대한민국 국민의 특성을 묘사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제도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늘 문제점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러나 '잘 살아보려는 마음과 진취성'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할 것입니다.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누가 될 것이냐에 모여져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너머를 보고 싶습니다.

토크빌이 쓴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한 국가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도, 대통령도 아닌 바로 그 국가의 국민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그가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든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잘 살아보려는 마음과 진취성'이 있다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이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11.1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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