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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번째 편지 - [돈을 받는 직업]과 [돈을 버는 직업]



외국계 회사 임원을 지내다가 정년퇴직한 고등학교 동창이 얼마 전 다른 외국계 회사의 고문으로 재취업을 하였습니다. 우리 나이에 재취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 축하 점심을 샀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자 몇 년 전 그 회사를 퇴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자립하기 위해 경영지도사 자격을 취득하여 중소기업 경영 지도를 해주었습니다. 1인 컨설팅 개인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가끔 사무실에 들러 경영지도사로 겪는 일들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 세계에서 만난 동료와 고객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수입도 점차 늘어 그 일을 꽤 만족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보따리 장사 같은 1인 컨설팅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3년 정도 그 일을 하다가 과거 인연이 있던 외국계 회사 대표의 요청으로 1년 단위 계약의 고문에 재취업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재취업한 것이 좋은 기회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그만두게 될 거야. 그때를 위해 경영지도사 일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생각이야. 퇴직하면 다시 그 일을 해야 하니까. 요령도 자신도 생겨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이제는 퇴직이 두렵지 않아. 자립할 힘이 있으니까."

그는 취업, 창업, 재취업의 과정을 거치며 무엇인가를 터득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재취업한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직업을 자신이 하는 일로 분류를 하잖아. 의사, 간호사, 판사, 검사, 교수, 교사, 회사 임직원 등 수없이 많은 직업이 있잖아. 물론 그런 분류가 상식적이지만 나는 다르게 직업을 바라보게 되었어.

세상에는 두 가지 직업만 있는 것 같아. <돈을 버는 직업>과 <돈을 받는 직업>. 나는 30년간 <돈을 받는 직업>을 가지고 살다가 지난 10년간 <돈을 버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지. 완전히 다른 세상이야.

내가 좀 전에 열거한 직업들은 하는 일은 다르지만 내 분류법에 따르면 모두 <돈을 받는 직업>이야. <돈을 버는 직업>은 개인 사업자나 회사 사업자 둘 뿐이야. 스스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지.

물론 사업가들도 그들이 하는 일로 나누면 무수히 많은 직업이 있지만,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입장에서는 매한가지이지.

직업을 <돈을 버는 직업>과 <돈을 받는 직업>으로 나누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야.

<돈을 버는 직업>은 한 달 한 달이 죽느냐 사느냐의 전쟁이야. 즉, 흑자냐 적자냐의 갈림길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 그러나 <돈을 받는 직업>은 그런 절박감이 없어. 주어진 일을 제때 해내는 것만이 고민이지.

이 같은 삶의 태도가 노후도 다르게 결정짓지. <돈을 받는 직업>은 퇴직으로 더 이상 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삶의 수준이 갑자기 급전직하하지. 너도 겪어 보았으니 실감이 날 거야. 그러나 <돈을 버는 직업>은 망하지만 않으면 죽을 때까지 삶의 수준이 똑같지. 그리고 계속 새로운 꿈을 꾸는 특권이 있지.

나는 30년간 <돈을 받는 직업인>으로 10년간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 살았지.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아무도 이런 관점에서 직업의 특성을 가르쳐 준 적이 없어. 대학교 때 이런 것을 알았으면 삶이 달라졌을 텐데."

친구는 <돈을 받는 직업인>으로 수십 년 살다가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 3년간 일하고 이제 다시 <돈을 받는 직업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젠가 다시 돈을 받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고, 그때를 위해 지난 3년간 터득한 <돈을 버는 직업인>의 기술을 잘 보존해야 함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다니는 미국 대학교에는 4학년 학생들을 위한 '취업과 창업'이라는 과목이 있다더군. 그 과목에서 졸업 후 취업하면 연봉이 얼마인지, 창업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자세히 알려준다더군."

저는 부러운 마음을 담아 이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우리도 그런 교육을 대학교 때 받았더라면 저와 친구의 삶은 달라졌을까요.

지난주 금요일 고전 공부 모임 <루첼라이 정원>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첫 번째 수업은 <로스차일드 가문, '왕의 유대인'에서 '유대인의 왕'으로>였습니다. 그 수업을 듣고 인터넷에서 본 글이 떠올랐습니다.

'유대인들은 남자는 13세, 여자는 12세에 성인식을 치른다. 이때 세 가지 선물을 주는데 ‘성경과 시계, 현금’이다. 성경은 종교적인 생활을 평생 하라는 주문이고, 시계는 시간을 중요시하라는 뜻이 있다. 그리고 부모와 친척들이 약 5만 달러를 갹출해서 준다. 이 종잣돈으로 경제 공부를 하도록 부모와 친척이 관리하며, 아이들은 돈의 생리와 자본주의 본질을 체득한다고 한다.'

취업과 창업의 차이도 배우지 못하고 직업의 세계에 뛰어든 우리들과 12살, 13살짜리 아이들에게 5만 불을 모아 주고 돈 공부를 시킨 유대인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직업과 돈을 어떻게 가르쳐 주어야 할까요? 또 가르칠 지식은 있는 것일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10.2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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