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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번째 편지 - 부부 싸움의 원인을 분석하다



아내와 다투었습니다. 별일이 아니었는데 싸움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아내가 그 다툼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아냐고 묻습니다. 저는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아내는 그 원인을 저의 성격적 약점으로 설명합니다.

"당신은 평생 저에게 '지시' 조로 이야기해요. 같은 말을 해도 꼭 그렇게 모질게 해야 하나요. 부드럽게 '그렇게 해 줄 수 있냐'라고 말할 수는 없나요. 평생 참고 살았지만 이제는 지적을 해야겠어요."

아내의 지적이 다툼의 발단이 되었고 저는 그 지적을 참지 못하고 또 퉁명스럽게 대꾸를 하였습니다. 말싸움은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급기야 아내가 나를 이렇게 이해해 주지 못하느냐는 섭섭함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하루 만에 화해를 하면서 도대체 아내와 저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내와 저는 함께 공부하고 있는 서무영 박사님의 성격과 동기에 관한 연구 <디퍼런스>를 토대로 따져보았습니다.

디퍼런스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의 기질론에 기초한 외부적 디퍼런스, 칼 융의 심리유형론에 기초한 내부적 디퍼런스, 서무영 박사의 동인론에 기초한 핵심적 디퍼런스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230개의 설문에 답을 한 결과 저는 다혈질, 담즙질, 점액질, 우울질의 4가지 기질 중 다혈질과 담즙질에 해당하였습니다. 심리유형론 MBTI에서는 16가지 성격유형 중 언변 능숙형인 ENFJ형입니다.

마지막 동인론에서는 목인, 수인, 뇌인, 설인, 족인, 견인, 심인 중 뇌인, 설인, 목인 순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복잡한 것들이 나를 잘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Who am I?" 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이번 "다툼"을 성격적 특성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제가 아내에게 지시 조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제가 지시 조로 이야기한 것은 청유형보다 지시형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간단하고 빠른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제 기질인 담즙질의 18번 특성 "목적 달성을 위해 다른 사람의 감정과 권리를 무시하고 짓밟는 경향이 있다."와 다혈질의 16번 특성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가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 '지시' 조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지시 조의 말이 아내를 불편하게 한 것입니다.>

저는 지시한 것이 왜 아내를 불편하게 했을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아내도 지시 내용에 동의해 목적이 쉽게 달성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지시의 내용'이 아닌 '지시 자체'를 문제 삼은 것입니다.

아내의 기질인 담즙질에 "자신만만하고 독립적이다"라는 1번 특성이 있습니다. 그 특성 때문에 담즙질에게는 명령이나 지시형의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이것 때문에 담즙질은 마음이 상합니다. 담즙질은 타인이 지시하는 것에 지나칠 정도로 과민합니다. 바로 이 대목이 문제였습니다.

<아내가 따지고 들자 저는 아내에게 말로 비수를 날렸습니다.>

아내가 따지는 것을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고 사과하면 끝날 일이었는데 저는 그간 아내에게 쌓아둔 감정의 앙금이 폭발해 버린 것입니다.

이것 역시 담즙질의 기질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담즙질에 "거칠고 화를 잘 내며 성급하다"라는 15번 특성이 있습니다. 담즙질은 참다 참다 결국 무섭게 폭발합니다. 이런 일은 가족 사이에 잘 일어납니다. 앙심을 품은 것입니다. 이 폭발의 순간 사람들은 떠나고 외로움을 느낍니다.

<아내는 제가 말을 잔인하게 한다고 또 섭섭해합니다.>

말실수가 감정에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다시 말실수를 하고 무한 반복이 일어나 결국 별것 아닌 일이 부부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저의 기질인 담즙질의 16번 특성 "인정 없고 퉁명스럽고 냉소적인 말을 냉정하게 내뱉는다" 가 발동한 것입니다. 이 특성에 대해 서무영 박사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기가 잘못해도 사과를 잘 안 한다. 화가 나면 잔인하게 비수를 꽂는다. 미성숙한 담즙질은 말로 상처를 준다. 말로 칼을 찌르고 후벼 판다. 변화되지 않는 담즙질은 황혼이혼 당할 확률이 높다. 문제는 담즙질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내와의 다툼 이후 서무영 박사님의 강의를 노트 필기 한 것을 다시 읽으며 이 특성이 정말 저에게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 디퍼런스에는 이런 약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강점도 참 많습니다. 다혈질의 강점은 '인생을 즐기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 호기심이 많다, 개방적이고 솔직하며 진실되다, 사소한 일에도 희열을 느낀다, 정열적이다.' 등이 있습니다.

또 담즙질의 강점은 '끊임없이 생각과 계획과 야망으로 자신의 주위를 자극한다, 타고난 일벌레이다, 역경으로부터 오히려 힘을 얻는다, 의지가 강하며 단호하다.' 등이 있습니다. 모두 저를 설명하는 특성들입니다.

왜 우리는 성격에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강점만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이에 대해 서무영 박사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각 디퍼런스에는 강점과 약점이 있습니다. 강점은 성공을 위한 것이고, 약점은 그 약점 때문에 겸손해집니다. 그 결과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집니다."

저는 디퍼런스의 약점과 관련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원컨대 겸손, 온유, 인내, 자제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황혼이혼을 당하지 않으려면 제 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여 인격이 성숙해져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성격에는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으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10.18. 조근호 드림

(추신) 제가 이렇게 부부 싸움마저도 분석하는 것은 제 동인 중 뇌인의 1번 특성 "아는 바를 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제시하거나 가르치기를 좋아한다", 5번 특성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7번 특성 "문제를 만나면 원리나 원칙으로부터 출발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가 함께 어우러져 나타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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