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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번째 편지 - 하루에 5시간씩 기도하는 삶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도 편안하게 쉬느라 오늘 월요편지를 씁니다.

1972년 중학교 2학년 때일 것입니다. 아버님이 신장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으시고 투병 중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암의 생존율이 매우 낮아 가족들은 절망의 늪에서 희망의 밧줄을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어디서 들으셨는지 여의도에 가면 병을 고쳐주는 교회가 있다고 하시면서 가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마치 신약에 대한 소식을 들은 양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그 교회를 찾았습니다.

난생처음 찾아간 교회는 저에게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과 어머님은 고개를 숙여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앞이마가 벗겨진 훤칠하게 잘생긴 목사님이 단상에 오르셨습니다. "할렐루야. 믿습니까?"로 시작하는 설교에는 신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마음의 평안을 얻으신 듯했고, 가족들도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설교 말미에 눈을 감으시고 이 자리에 어디가 아픈 사람이 있다고 지적하시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끔히 나았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선포가 과연 치유의 기적을 일으킬까 의심되었지만 아버님은 일말의 의심도 없으셨습니다.

아버님은 그날 이후 여의도의 그 교회를 출석하셨고 저희 가족도 따라다녔습니다. 그 후 5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아버님은 11년을 더 사시고 그토록 원하셨던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어머님은 다른 교회로 적을 옮기셨고, 저도 가족과 함께 다른 교회로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힘든 시절, 그 교회는 저희에게 희망의 밧줄이었고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습니다. 그 희망의 밧줄은 비단 저희 가족에게만 드리워진 밧줄이 아니었고 대한민국 많은 분들에게 희망의 밧줄이 되었습니다.

그 희망의 밧줄로 지난 60년간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희망의 들판으로 건져내신 여의도 교회 설립자께서 며칠 전 소천하셨습니다. 조용기 목사님이십니다. 평생 존경과 영광을 한 몸에 받으셨지만 인간이면 늘 겪는 가족, 재산, 상속 등의 문제로 말년에는 구설을 타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흠이 그분의 업적을 일도 가리지 못함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 희망을 잃었을 때, 그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씀하시고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일. 조용기 목사님이 평생 하신 일이고 저희 가족도 그 은혜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님께서 조용기 원로목사님 천국환송예배 설교를 하셨습니다. 유튜브로 그 설교를 보았습니다. 종교를 떠나 그 설교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어 월요편지에서 함께 곱씹고 싶습니다.

"참으로 인생이란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풀이요.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요. 순식간에 지나가는 나그네요. 해만 뜨면 흔적 없는 새벽 이슬과 같은 것이고 하룻밤 경점 같은 것이요. 파도에 부서지는 물거품이오. 하늘로 사라지는 연기 같은 것이라 했습니다."

김장환 목사님은 아름다운 시 같은 표현들로 인생의 덧없음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머리로는 이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가슴은 천년을 살 것처럼 서로 미워하고 상처 주고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인간들은 왜 이리 어리석을까요?

해 뜨면 사라지는 아침 이슬, 바위에 부서지는 물거품, 하늘로 사라지는 연기 같은 인생에서 조용기 목사님은 위대한 업적을 이룩하였습니다. 그 업적의 비밀을 김장환 목사님은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조용기 목사님은 기도의 대장이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집회를 같이 하다가 제가 조 목사님에게 여쭈었습니다. '목사님 교회는 수십만 명 교인이 주일만 되면 앞자리를 다투어 앉는데 2만 명도 안 되는 저희 교회 성도들은 뒷자리부터 앉습니다. 목사님 비결이 무엇인가요.'

'김 목사 하루에 기도 몇 시간 하는가요.' '다 합쳐 한 시간쯤 될 겁니다.' '나는 매일 다섯 시간 기도합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듣고 그렇게 바쁜 분이 하루에 다섯 시간씩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니 하나님께서 쓰시는 분은 과연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일화는 예전에도 김장환 목사님이 여러번 말씀하신 적이 있어 잘 기억하고 있던 이야기지만 조용기 목사님 천국환송예배 설교 때 하시니 더욱 진한 감동이 밀려들었습니다. 기도는 간구요, 간절함입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간절함을 가져야 합니다. 이 일화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성공을 넘어 기적을 일으키려면 이런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누구나 태어났다 한번 살고 떠나갑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누군가에게 희망의 밧줄을 건네주는 삶. 그런 삶을 살기 위해 하루에 5시간씩 기도하는 삶. 조용기 목사님의 소천 소식을 들으며 다시 한번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목사님의 명복을 머리 숙여 빕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9.23.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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