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682번째 편지 - 시행착오의 힘



월요편지를 쓰면서 가끔은 월요편지가 독자분들에게 짐이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고민에 빠집니다. 언제는 제가 호흡곤란 때문에 고생을 한다고 하다가 또 언제는 족저 근막염 때문에 고생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94세 되신 어머님이 입원하셨다고 씁니다.

독자분들은 왜 남의 고민과 고통을 들어 주어야 할까요? 또 반대로 제가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쓰기도 합니다. 좋은 곳을 여행하였다거나 좋은 공연을 보았다고 자랑질을 합니다. 물론 그 경험에서 무엇인가 의미 있는 것을 깨달았다고 토핑을 하지만 본질은 자랑질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볼 때 느끼는 불편함과 비슷한 것입니다. 처지가 어려울 때는 남의 자랑질에 은근히 부아가 나고, 행복할 때는 다른 사람의 어려운 처지가 감정의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제 월요편지가 불편하시면 바로 읽기를 중단하시고 구독을 끊으셔도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야 제가 좀 편안한 마음으로 월요편지를 쓸 수 있으니까요.

입원하셨던 어머님은 다행히 곧 퇴원하셨고 일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은 언제든지 또 병원으로 갈 수 있음을 이제 일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지난주는 어머님 입원과 퇴원이 저에게 가장 큰일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의미 있는 일을 하나 하였습니다. 플라톤 아카데미 장학생 중 법조인을 꿈꾸는 16명에 대해 법조계 선배로서 인생 멘토링을 한 것입니다.

94세의 어머님 문제로 씨름하다가 20대 젊은 세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이 또한 큰 보람이었습니다. 90분 동안 진행된 멘토링은 제가 40여 분간 짧은 강의를 하고, 30분 동안 사전 질문에 답하였고, 나머지 20분간 추가 질문을 받았습니다.

강의 제목은 <법조인으로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검사가 된다는 것>으로 초임 검사 때 서울검사장께서 질문한 '왜 검사가 되었는지, 10년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법조인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주제>였습니다. 저는 무엇을 이야기했을까요? '1 누군가의 인생' '2 누구와 누구의 관계' '3 누군가의 사랑' '4 누군가의 행복'을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법조인으로 살았습니다. 2008년 대전검사장이 되어 월요편지를 쓰면서 배우고 고민하였습니다. <인생>, <인간관계>, <사랑>, <행복> 등의 주제에 대해 미리 고민하였으면 합니다.

세 번째 주제는 <법조인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질>이었습니다. 저는 5가지 능력을 이야기하였습니다. '1 누군가를 존중하는 능력' '2 누군가를 칭찬하는 능력' '3 누군가를 경청하는 능력' '4 누군가를 공감하는 능력' '5 누군가를 다시 꿈꾸게 하는 능력' 등이 그것입니다.

학생들이 기대한 것과는 다소 달랐을지 모르지만 이 능력들은 법조인뿐 아니라 지도자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네 번째 주제로 <모든 인생은 도전이다>를 넣었습니다. "인생은 도전하는 기쁨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도전에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역전하는 기쁨으로 사십시오"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질의응답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질의에는 <방법>에 대한 것이 많았습니다. '논리적 능력을 키우는 방법' '이상과 현실의 갭을 극복하는 방법' '실질적인 동기부여 방법' '윤리적 갈등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 등등 대학생들은 <방법>에 갈증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에 여러 사람이 여러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문제에 부닥쳐 보면 그 방법은 그다지 효용이 없습니다. 무엇이 중요할까요. 시행착오입니다. 세상의 복잡한 문제는 해답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라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수만 번의 시행착오로 해결된 것입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Tim Harford는 <Trial, error and the God complex>라는 TED 강연에서 이같이 이야기합니다.

"의료 시스템이나 교육 체계를 고치고 싶을 때 정답은 없습니다.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답만 있는 문제를 푼 학창 시절 교육의 영향입니다. 그 대신 정치인들은 이렇게 이야기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몇 개 시도해 보자. 근데 실패할지도 모른다. 실패하면 또 다른 아이디어들을 시도해 보자. 그래서 그중 쓸만한 아이디어를 골라서 개선하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버리겠습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하여야 개선이 됩니다."

저도 50여 년간 일 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정답 찾기보다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깨달았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Tim Harford의 TED 강의는 일본인 수학자의 사례로 마무리됩니다. "타니야마는 수학자로써 꼼꼼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는 좋은 방향의 실수를 했다. 나는 그를 흉내 내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좋은 실수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다."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시행착오하시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8.9. 조근호 드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이전글 목록으로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