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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번째 편지 - HM컴퍼니의 분노와 그 결과물 [하이에나]



지난주 금요일 아침 '루첼라이 정원' 고전 공부 모임에서 강신장 대표는 <리더의 분노>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제게는 원대한 꿈이 없는 대신, '분노'가 있었습니다. 분노가 저를 움직인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저는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안일함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분노했습니다."

그가 인용한 구절은 BTS를 만든 방시혁이 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또 한 명의 분노한 리더를 소개하였습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입니다.

"그는 방만한 크기의 컴퓨터를 보고 '반드시 저 거대한 컴퓨터를 플라스틱 박스에 넣고야 말겠어'라고 분노하였고, 그 결과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애플1을 1976년 만들어 냅니다."

스티브 잡스의 분노는 그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야 말겠다고 이어져 결국 아이폰을 우리에게 선보입니다.

저는 강의를 들으며 예전의 표현들이 떠올랐습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고객의 아픔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 말입니다. '필요', '아픔'과 '분노'는 어떻게 다를까요.

'필요'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고 '아픔'은 눌러 참을 수도 있지만 '분노'는 반드시 행동을 유발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류 최고의 서사시 <일리아스>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전리품으로 차지한 여인 브리세이스를 아가멤논 왕이 빼앗아 버리자 분노하고 전쟁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그리스군은 연전연패합니다.

그리스군의 패배를 보다 못한 아킬레우스의 절친 파트로클로스가 전쟁에 나섰다가 전사합니다. 이때 아킬레우스는 다시 분노합니다. 그리고 전쟁에 참여하여 결국 그리스가 트로이를 멸망시킵니다.

이처럼 '분노'는 추동력이 있습니다.

저는 10년간 내부감사 전문회사 HM컴퍼니를 경영해 오고 있습니다. 주된 일은 컴퓨터에서 비리 단서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파일을 잘 살필 수 있는 리뷰 툴(Review Tool)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툴들은 모두 외국제품입니다. 따라서 비용이 매우 비싸고 우리나라 사정에 잘 맞지 않습니다. 물론 수정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제품을 수년간 사용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저 불만을 토로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불만이 해마다 켜켜이 쌓이자 불만이 분노의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분노는 저를 자극하여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러나 외국의 대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저희 같은 작은 기업이 만든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분노는 논리를 뛰어넘어 결단을 요구했고 결국 일을 벌였습니다.

2년 반 전 외부에 용역을 맡겨 디지털 포렌식 리뷰 툴, 가칭 <하이에나>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너무나도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다시 하라면 안 할 것 같은 일은 무모하게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시간과 비용은 예상보다 많이 썼지만 귀중한 자산인 경험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하이에나>를 만들고 나서 저희는 <하이에나>를 만들게 한 분노가 혹시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그 분노가 저희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판매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저희와 같은 분노를 가진 사람들이 제법 있고, 아직 분노까지는 아니라 해도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그것은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그 분노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하이에나를 이용한 온라인 내부감사 대회>를 열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4월 10일 참가 신청을 낸 수십 개 팀 중 사전 심사를 통과한 20개 팀을 상대로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방법은 저희가 개발한 디지털 포렌식 리뷰 툴 <하이에나>를 이용하여 파일 사이에 숨겨진 부정과 비리의 단서를 정해진 시간에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찾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회 소식을 듣고 조선일보에서 취재를 요청해 와 대회 당일 기자는 저희와 같이 대회를 지켜보았습니다. 저희는 클라우드에서 작동하는 <하이에나>가 멈추는 상황이 발생할까 봐 노심초사하였는데 대회는 아무런 에러 없이 매끈하게 잘 진행되었습니다.

대회는 마치고 저희는 감사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저희와 같은 분노를 느끼고 있음을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가 생겼습니다. 제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것입니다.

저희는 그 용기에 힘입어 <하이에나>를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제20회 세계 보안 엑스포(SECON&eGISEC)에 부스를 하나 마련하여 일반에게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기회에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의 분노 여부와 크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신장 대표는 강의 말미에 "만약 우리가 분노가 없다면 그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저는 <하이에나>를 만든 분노를 계속 키워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HM컴퍼니가 일하다 마주치는 다른 분노에도 주목할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분노가 있으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4.19. 조근호 드림

 

관련기사 :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04/17/FDPCTYLQIBA2RJK4OJ4LUPSB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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