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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번째 편지 - 나의 호들갑과 주책맞음에 대하여



건강하십니까? 저는 지난주 병원을 세 번 다녀왔습니다. 응급실 한 번까지 포함해서요. 지난주 수요일 이른 저녁 약속을 마치고 9시경 집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식탁 위에 삶은 고구마가 있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인지라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이것이 화근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잠시 후 무엇인가 입안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구마 일부가 목구멍 어디엔가 붙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물감이 느껴진 것입니다. 당연히 기침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더 크게 기침을 하였고 결국 캑캑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손을 집어넣어 보고 물을 삼키고 오로록 해 보기도 하고 생각나는 응급처방은 모두 썼지만 목구멍에 붙어 있는 이놈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하도 기침을 하였더니 몸이 점점 붓는 듯하였습니다.

이러길 30여 분. 점점 숨쉬기가 불편해지더니 이제는 숨이 막히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떠오른 생각이 10여 년 전 이러다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간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녁에 와인을 한잔하고 들어왔는데 점점 숨쉬기가 곤란해졌습니다. 와인 때문이려니 하였는데 누군가 제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더니 숨이 막히는 듯하였습니다.

결국 가까이에 있는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검사 결과 산소포화도가 내려가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신경안정제와 수액주사로 저를 편안하게 해주어 조금씩 호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와인에 있는 아황산염이 저의 천식끼를 자극하여 호흡곤란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날 이후로 저는 호흡곤란에 대한 일종의 공포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번은 그날과 원인이 달랐지만 증세는 거의 흡사하였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자 호흡은 점점 어려워졌고 결국 아내에게 응급실을 가자고 이야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수속을 밟고 한참을 기다려 이비인후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코로 입으로 내시경을 넣어 콧속, 입천장, 목구멍 입구를 조사하였습니다.

어디에도 고구마는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숨길도 잘 열려 있고, 식도도 막혀 있지 않습니다. 그저 이물감이 느껴지실 뿐입니다. 기침을 좀 참으면 가라앉을 겁니다." 의사 선생님은 담담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답은 제 호흡곤란 증세에 대한 답으로는 너무 빈약하였고, 3시간 넘게 기다린 답치고는 너무 허무하였지만 그러나 어쩌는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서서히 공포심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지난 금요일 저녁 10시경부터 배가 쌀쌀 아파지기 시작하더니 체기가 느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드디어 무엇인가 올라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구토를 하였고,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며 2시간을 토사곽란으로 고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과거 경험에 의하면 구토하고 나면 아픔이 멈추고 시원한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밤새도록 배가 불편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아침이 밝기를 기다렸습니다. 내과라도 가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흥에 있었기에 9시경 부근의 내과를 찾았습니다.

내과에서 아직 배속이 불편하다며 주사를 한 대 주고 약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약을 먹어도 배 아픔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묵직한 둔통이 계속되었습니다.

오전을 거의 누워서 보냈습니다. 오후 1시가 되었을까요. 이제는 허리가 아파집니다. 그냥 아픈 것이 아니라 배와 허리가 앞뒤로 한 지점을 중심으로 심하게 아파집니다. 소화불량으로 인한 아픔이 아니었습니다.

식자우환이라고, 그때 스치는 기억이 있었습니다. 요로결석 경험입니다. 저는 평생 다섯 번의 요로결석 경험이 있습니다. 다섯 번이나 요로에 돌이 생겨 초음파로 깼습니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통증이 그 통증을 닮았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때의 공포가 스멀스멀 밀려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점점 통증은 그때의 통증과 일치하고 있었고 제 머리는 요로결석 확진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요로결석 전문 병원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치료를 받은 적 있는 병원의 자매병원이 광교에 있었습니다. 오후 3시까지 오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여 부리나케 준비하여 달렸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소변검사, 기본 X-RAY, 조영제 X-RAY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하였습니다. 결과는 요로결석이 아니었습니다. 단순한 요통이었던 것입니다. 허무하였지만 다행이었습니다.

두 번의 소동을 겪고 저는 스스로 너무 허약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통증을 참지 못하고 호들갑을 떨고 응급실로 병원으로 뛰어다닌 제가 한심해 보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였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원인은 과거 경험이 빚어낸 공포심 때문이었습니다. 호흡곤란으로 인한 응급실 경험과 다섯 번의 요로결석 경험이 단순한 통증을 위험한 증상으로 증폭시킨 것입니다.

공포, 두려움.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직면한 화두는 이것입니다. 언젠가 이런 상황이 또 찾아올 테니까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렇게 조언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두려움을 확인하고 이름을 지어라. 둘째 두려움에 전쟁을 선포하라. 셋째 두려움을 알아내고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라. 넷째 두려움을 키우지 말라. 심호흡, 운동, 정신 분산 활동도 좋다. 이 모든 것이 불안을 줄여줄 것이다. 다섯째 자신의 개인 코치가 된 것처럼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라.

다소 도움은 되겠지만 진정한 해결책이 될까 하는 의문은 들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두려움을 간혹 만납니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어떤 때는 이런 조치만으로도 두려움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두려움이 증폭되어 병원을 찾기도 합니다.

저는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하였습니다. 두려우면 병원을 찾기로 말입니다.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문가로부터 아무 일도 아니라는 판정을 받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니까요.

다소 호들갑을 떨고 주책맞다는 소리를 듣더라고 병원이라는 궁극의 해결책이 있는 두려움이니 다른 두려움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좋기는 이런 두려움을 다시 겪지 않는 것이겠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렵니다.

저의 호들갑과 주책맞음을. 어떻게 합니까. 저는 그렇게 생겨 먹었는데요.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3.1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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