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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번째 편지 - '이동'과 '접촉'의 사슬에서 풀린 삶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저는 주위 분들에게 이 질문을 자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해서입니다. 최근에는 신정 연휴 때 무엇을 하였는지 여러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 좀 보고, 아침 먹지. 예전 같으면 운동하러 헬스클럽을 가거나 산책을 했을 텐데 헬스클럽도 코로나19로 문을 닫고 게다가 추워서 밖에서 걸을 수도 없어 운동은 전혀 못 하지.

오히려 TV를 많이 보게 되더군. 넷플릭스 참 많이 보지. 다큐멘터리 좋은 것이 많아 재미를 붙였지. 이럭저럭 하면 점심때가 되고 점심 먹고 책 좀 보다가 다시 TV 보고, 집에 집사람하고 단둘이 있으니 적막강산이야.

예전 같으면 저녁때 친구들과 약속을 하거나, 가족들과 외식을 할 텐데 지금은 식당가기도 좀 그래서 계속 집에서 식사하지. 어찌어찌하다 보면 하루가 가. 요즘 너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 코로나 블루가 실감 나."

그분들의 대답을 종합하면 대개 이런 식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 것입니다. 그러면 예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첫째 <이동>하는 데 사용하였고, 둘째 사람들과 <접촉>하는데 보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동>할 일이 대폭 줄었습니다. 출근도 재택으로 바뀌었고, 랜선에서 이루어지는 일도 많이 생겼습니다. 저도 가끔 재택근무를 하고, 업무 이외의 미팅도 줌으로 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제가 속한 모임에서 신년음악회를 랜선으로 하였습니다. 약 140명 정도 참석하였는데 처음이었지만 그런대로 잘 진행되었고 모두 특별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연주 중에 채팅으로 수다도 떨고 편하게 와인도 마실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어느 여행사에서는 랜선 투어를 여행상품으로 내놓았더군요. 예를 들면 홍콩 여행가이드가 랜선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이용하여 홍콩 시내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네 삶에서 <이동>시간을 없애주었습니다. 사실 하루의 상당 시간을 <이동>하는데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출근, 점심, 출장, 저녁, 퇴근 이 모든 행위에는 <이동>이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이동>시간을 삶의 일부로 의심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동>시간이 절약되자 삶에서 빈 시간이 너무 많이 생겨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 것입니다. 이 문제를 사회생활이 줄어들어 외롭다는 측면에서만 다루고 있지만, 사실 이로 인해 많은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타인과의 <접촉>은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합니다. 이동은 말할 것도 없고 특별히 중요한 용건이 아니어도 일단 누군가를 만나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할애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예를 들어 점심 약속은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면 전후의 이동 시간을 각 30분씩만 잡아도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이 소요됩니다. 우리는 늘 이런 정도를 아무런 생각 없이 쓰고 살았습니다.

저녁 약속은 어떤가요. 최하 두 시간, 길어지면 세 시간. 이동하는데 앞뒤로 1시간씩. 도합 4시간에서 5시간 걸립니다. 즉 퇴근 후 시간은 저녁 하나에 온전히 바쳐집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지쳐 쓰러져 잠이 듭니다.

골프는 더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집에서 준비하는데 30분, 이동하는데 1시간에서 1시간 반. 골프 시작 전 식사하거나 환담하는데 30분에서 1시간. 골프 치는데 4시간 내지 5시간. 목욕과 식사에 최소 1시간. 돌아오는데 1시간에서 차 막히면 2시간. 총 8시간에서 11시간. 하루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사람과의 <접촉>에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살면서 이 시간이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그 시간 속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간을 되돌려 주었습니다. 우리들이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삶을 미리 체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남아도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이동>과 <접촉>에 바쳐졌던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책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의 주인공인 소련 과학자 류비셰프는 시간 관리 통계법을 고안하여 일생 동안 자신의 활동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통계를 내어 철저하게 시간을 관리한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일상을 <과학연구 활동>과 <기타 활동>으로 나누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1965년 8월의 <과학연구 활동>은 기본과학연구 59시간 45분, 곤충 분류학 20시간 55분, 부가업무 50시간 25분, 조직 활동 5시간 40분 등 합계 136시간 45분이었습니다.

아마 우리네 삶을 류비셰프처럼 기록하였더라면 가장 많이 차지한 항목은 <이동>과 <접촉>이었을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루 시간의 상당한 부분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코로나19 이후 매일 <하루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많아진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도 인생을 여러 부문으로 분류하여 관리해 오고 있었습니다. 건강, 가족, 일, 인격, 교양, 인간관계, 신앙, 봉사, 여행 등 9개 부문이 그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삶의 균형을 위해서였습니다. 인생은 전반적으로 살피지 않으면 언제나 한 부문에 치우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이를 더 다듬었습니다. 부문도 더 추가하고, 표현도 더 감성적으로 바꾸고, 우선순위도 좀 조정하였습니다.

건강은 <활력>, 가족은 <가정>, 일은 <활약>, 인격은 <인향>, 교양은 <식견>, 인간관계는 <인연>, 신앙은 <순종>, 봉사는 <공감>으로 용어를 바꾸었습니다. 여기에 <충전>을 추가하였고, <여행>은 그대로 유지하여 총 11개 부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부문별로 저에게 <기쁨>을 주는 활동들을 찾았고, 그 활동은 1시간 이내 짜리로 구성하였습니다. 시간 활용을 잘못할 경우, 한 가지 활동으로 수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니까요. TV를 보다가 우리도 모르게 서너 시간이 흘러간 경험이 수없이 있습니다.

독서도 최대 1시간, 영화도 1시간 보고 끊어서 다음에 또 보았습니다. 유튜브가 참 편리하였습니다. 대개 20분 내외이니까요. 올레 TV의 홈트레이닝 프로그램도 1시간 따라 하고, 낮잠도 편하게 1시간 잤습니다.

이렇게 여러 부문의 다양한 활동을 하여도 시간이 남습니다. 전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제 삶은 <이동>과 <접촉>의 포로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사슬이 풀어지자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 오늘도 전쟁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은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1.1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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