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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번째 편지 - 우리는 왜 골프에 열광할까요?

 

이번 주는 추석 주간입니다. 오늘과 내일을 쉬면 일주일의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습니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휴가를 외국에서 즐기려는 사람들이 추석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로 흩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금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막혀 많은 사람들이 그 충동을 풀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 모양입니다. 제주 공항이 붐빈다는 기사가 오늘 자 신문에 올라왔으니까요.

그리고 또 한 군데가 대박을 맞을 것입니다. 바로 골프장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호황을 맞은 곳 중에 하나가 골프장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답답해진 많은 사람들이 숨 쉴 곳으로 찾은 곳이 바로 골프장입니다.

저는 수많은 운동 중 왜 유독 골프에 사람들이 빠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축구입니다. 그러나 축구는 젊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직접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보는 것을 즐길 뿐이지요. 그러나 골프는 나이가 들어서도 합니다. 아흔이 넘어도 하는 운동입니다.

얼마 전 TED 강연을 보다가 우연히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찾았습니다. 미국의 예술 철학자 데니스 더튼(Dennis Dutton)이 한 "아름다움에 대한 다윈설"이라는 강연이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움의 근원을 <진화된 인간 심리의 일부>라고 단정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의 자석같이 당기는 힘과 아름다움의 근원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세요. 이 풍경은 우연히도 우리가 진화해 온 신생대의 사바나 풍경과 매우 비슷합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최초의 인류는 신생대의 사바나 지역에서 나타났는데 자신들이 오랫동안 살았던 그 지역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이 인류의 DNA 속에 각인되어 오늘날 우리들도 그 풍경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풍경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이 풍경은 달력, 엽서, 골프 코스 디자인과 공원, 뉴욕부터 뉴질랜드까지의 거실에 걸린 금색 액자 속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배경은 잔디가 깔린 공간에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땅 근처에 가지가 많이 있으면, 그러니까 힘이 센 사람은 올라갈 수도 있는 나무들일 때 더 선호 받습니다. 이 배경은 물이 정면으로 보이던가, 물의 증거가 멀리서 푸르스름하게 보입니다.

또 동물이나 새의 흔적, 다양한 초록색 나뭇잎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이나 도로, 어쩌면 강둑이나 해안가에서 길게 이어져서 당신이 따라가고 싶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그림은 러시아 화가 Stanislav Pobytov 가 그린 Evening at the River입니다. 데니스 더튼이 설명하는 <목가적 풍경>의 예입니다. 목가적 풍경은 언덕, 물, 나무(침입자가 나타나면 숨기 좋은), 새, 동물 그리고 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풍경은 우리가 예전에 <이발소 그림>이라고 부르며 촌스럽게 느꼈던 바로 그 그림입니다. 여러분 혹시 <밥 로스>라는 화가 기억나시나요. TV 프로에 나와 유화로 단시간에 풍경화를 그린 화가 말입니다. "참 쉽죠"라는 유행어를 남긴 사람입니다. 그가 그린 그림이 바로 이 풍경입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이발소 그림>이라고 비하했지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이발소 그림>이나 <밥 로스 그림>이나 모두 사람들이 좋아하여 유명해진 것 아닐까요? 데니스 더튼은 여러 나라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를 설명합니다.

"이 종류의 풍경은 심지어 이 풍경이 없는 나라들의 사람들조차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상적인 사바나 풍경은 모든 곳의 인간들은 비슷한 시적 경험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들 중 하나입니다."

저는 그의 강의 중에 <골프 코스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것에 주목한 것입니다. 골프 코스는 결과적으로 신생대의 사바나 풍경과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신생대의 사바나 풍경을 의식하고 설계하지는 않았겠지만 오랜 세월 만들다 보니 그와 같아진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골프장에 가면 이발소 그림을 본 듯, 밥로스의 그림을 본 듯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 이유는 골프장의 그 목가적 풍경이 우리의 조상이 최초로 경험하고 아름다워했던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데니스 더튼의 이론을 듣고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 최초의 인류들은 그 사바나 풍경 속에서 무엇을 하였을까?

"원시인 친구들은 가족들에게 줄 먹잇감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동굴 근처에 있는 열매는 거의 다 먹었습니다. 멀리 가서 사냥하여야 합니다.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친구 네 명이 의기투합했습니다.

사냥 무기가 필요합니다. 나무 막대기에 돌도끼를 동여맸습니다. 퍽 그럴싸합니다. 그들은 사냥을 나섭니다. 가는 길에 들판도 지나고 언덕도 지납니다. 호수 옆을 지나기도 합니다. 멀리 이 보입니다.

사냥터를 자리 잡았습니다. 혹시 동물들이 공격하면 나무 위로 도망가야 합니다. 마침 그런 키 큰 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돌아갈 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를 사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몇 마리 잡았습니다. 돌아가는 발길이 가볍습니다."

원시인 친구들과 우리들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 네 명은 골프 동반자 네 명입니다. 사냥하는 무기는 골프채입니다. 들판, 언덕, 호수, 산, 나무, 이 모든 것들이 골프장 설계에 들어 있습니다. 돌아갈 길처럼 골프장에도 카트 길이 있습니다.

사냥한 것은 새였습니다. 골프에서도 새를 사냥합니다. '버디'(기준 타수 par보다 한 타 적게 친 것, birdie, 작은새), '이글'(두 타 적게 친 것, eagle, 독수리), '알바트로스'(세 타 적게 친 것, albatross, 신천옹), 모두 새의 이름입니다. 우연히 붙여진 것이겠지만 원시인들의 사냥감과 연관되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론지으면 골프장은 신생대의 사바나를 닮게 설계되어 있어 우리의 원시적 아름다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골프장에서 하는 행위는 원시인의 사냥과 흡사합니다. 결국 우리가 골프장에 가는 것은 "가족들을 위해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사냥터로 나서는 행위"의 현대적 버전입니다.

이번 연휴 많은 분들이 골프장을 찾을 것입니다. 그때 무엇이 우리를 골프장으로 이끄는지 이런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골프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고, 우리의 DNA에 오래전부터 각인되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0.9.28.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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