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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번째 편지 - 통계 감수성

 

지난주 월요편지를 받아 본 어느 선배께서 제가 인용한 통계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이메일을 보내 주셨습니다. 지난번 월요편지에서 "2019년 통계로 대한민국 총수출액에서 중국 수출의 비중은 12.9%로 1위이고, 총수입액에서 중국 수입의 비중은 10.7%로 미국에 이어 2위입니다."라고 적었는데 그 통계에 오류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을 한 번 더 체크 부탁합니다. 작년에 25% 수준입니다. 홍콩까지 합하면 30%가 넘습니다. 미국, EU,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 수출을 모두 합한 것과 같습니다. 나머지 40% 정도가 개발도상국 수출입니다." 확인해 보니 제가 잘못 인용하였습니다.

저는 이 오류 사건을 두고 제가 경제 통계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중 대중국 비중이 30% 선이라는 것은 경제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상식일 텐데 저는 전혀 그에 대한 감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통계에 대한 상식적인 감 정도는 가지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마침 금년 초에 구입한 책 한 권이 생각났습니다. The Economist에서 발간한 Pocket World in Figures 2020 Edition입니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외국 공항에서 산 것인데 열어보지 않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펼쳐 보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 주요 부문 통계와 주요 국가의 부문별 통계가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재미 삼아 하나하나 읽어보다가 관심이 가는 대목에서 정지하였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나라의 크기입니다.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 브라질 순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곳에 수록된 66위 안에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일본이 61위였습니다.

2017년 기준 인구는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순이었습니다. 한국은 5,100만 명으로 미얀마 다음으로 27위였습니다. 우리 다음이 케냐였습니다. 우리는 면적으로 66위권 내에도 들지 못하고 인구는 27위인 나라입니다. 중간 규모 국가인 셈입니다.

그런데 경제지표를 보면 국가 GDP 기준(2017년)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영국, 프랑스, 브라질,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대한민국 순이었습니다. 12위입니다. 그다음이 호주입니다.

그러나 1인당 GDP 기준(2017년)으로는 모나코(16만 8천 불),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버뮤다, 스위스, 마카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카타르(6만 2천 불)이 10위권이고 우리나라는 36위로 2만 9천 불이었습니다. 참고로 지난주 월요편지에서 언급한 호주는 14위로 5만 5천 불이었습니다.

호주에 관한 넷플릭스 드라마 2편을 보고 우리나라가 오버랩 되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호주는 GDP에서 우리나라 다음 순위인 반면, 1인당 GDP는 우리나라의 두 배가 조금 안 되는 나라입니다. 그러니 호주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상호 유사점이 있는 셈이지요.

삶의 질을 따지는 Human development index에서는 노르웨이, 스위스, 호주, 아일랜드, 독일 순이고 우리나라는 22위였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19위, 프랑스는 24위였습니다. 북구 나라들이 높은 순위에 있었습니다.

상품 수출입 분야에서는 수출은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대한민국 순으로 6위인 반면, 수입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대한민국 순으로 8위였습니다. 수출에서는 대한민국 다음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이고 수입에서는 대한민국 다음이 인도, 이탈리아, 캐나다 등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이야기가 실감 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두운 통계도 있었습니다. 외화 부채 총액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브라질, 인도, 러시아, 멕시코, 터키, 대한민국 순이었습니다. Cost of living 분야(2018년)도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프랑스가 1위이고,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덴마크 다음이 대한민국입니다. 생활비가 많이 드는 나라라는 것은 결코 좋은 뉴스는 아닙니다.

다음은 기대수명입니다. 세계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는 모나코입니다. 89.4세입니다. 홍콩, 마카오, 일본, 스위스, 싱가포르, 스페인, 호주, 아이슬란드까지 가 10위권이고, 대한민국은 83.4세로 15위입니다. 영국 24위(82.6세), 독일 30위(82.1세), 미국 84위(80.4세) 등 우리가 잘 아는 선진국이 우리나라보다 기대수명에서 하위권입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대한민국 남자의 기대수명은 통계치가 책에 수록된 19위권 내에 들지 못하였으나 여자의 기대수명은 86.2세로 7위였습니다. 남녀 모두 모나코가 1위를 하였는데 남자는 85.5세인 반면, 여자는 93.4세로 여자가 7.9세를 더 오래 살았습니다. 부부가 평균 3살 차이라면 남편이 죽고, 10년 이상을 아내가 홀로 사는 셈입니다.

문화면을 볼까요. 음악 판매는 다운로드를 포함하여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다음으로 대한민국이 6위였습니다. 백만 명 당 신간 서적 발간 비율은 일본, 중국, 대한민국 순위였습니다. 우리나라 다음은 덴마크, 아이슬란드, 영국 순이었습니다. 가끔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 책을 읽는 인구가 줄고 있고 연평균 책 1권 정도 구입한다고 하는데 책 출판은 세계 3위였습니다. 그러면 그 책은 누가 사는 것일까요.

극장 관객 수도 조사되어 있었습니다. 인도가 단연 1위입니다. 중국, 미국, 멕시코 다음으로 대한민국입니다. 영화 제작 편수의 경우에는 인도, 중국, 미국, 일본, 대한민국 순이었습니다. 이런 힘이 기생충을 만들고 아카데미상을 받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벨상 부문에서는 우리가 모두 잘 알다시피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이 유일합니다. 노벨상을 2회 이상 받은 나라는 45개국입니다. 미국 271회, 영국 101회, 독일 82회, 프랑스 55회, 스웨덴 29회, 일본 26회, 폴란드 26회, 러시아 26회, 캐나다 19회, 이탈리아 19회 등이 10위권 나라들입니다. 지난 월요편지에서 우리나라와 비교하였던 호주는 10회, 중국은 12회 받았습니다.

스포츠 분야의 통계를 보면 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받은 나라의 순위는 미국, 구소련, 영국, 중국, 독일 순이고 대한민국은 15위입니다.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받은 나라 순위는 노르웨이, 미국, 독일, 구소련, 캐나다 순이고 대한민국은 역시 15위입니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많은 통계가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일 별하니 제가 통계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였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통계는 의사결정의 밑자료입니다. 평소에 통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가지고 있어야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계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일은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그 결과의 적정성과 예측 정확도에 대해서도 왈가왈부 말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총선 기간이 통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0.4.13.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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