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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번째 편지 - [넷플릭스]가 학습시키는 세상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자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가 폭주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난 3월 25일에는 넷플릭스가 미국과 유럽에서 한때 접속 장애를 발생시키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저도 넷플릭스 시청자 중 한 명입니다. 가끔 친구나 직원들에게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무엇인지 묻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 두 편을 보고 넷플릭스가 단순히 인터넷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여주는 회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본 드라마는 [시크릿 시티](시즌 1,2)와 [파인 갭](시즌1)입니다. 두 드라마 모두 호주 회사가 제작에 참여한 호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저는 사실 호주가 배경인 드라마를 처음 보았습니다. 호주의 광활한 자연이 화면에 가득 차 이국적인 인상을 주었습니다.

[시크릿 시티]는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하는 호주의 정치판이 주 무대입니다. 장관들은 서로 미국 편을 들기도 하고 중국 편을 들기도 하면서 경쟁하고 음모를 꾸밉니다. '해리엇 덩클리'라는 정치부 기자가 그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사냥개처럼 달려듭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주변이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심지어 살해당하기도 합니다.

[파인 갭]은 호주 앨리스 스프링스 남서쪽 11km에 있는 미국과 호주가 합동으로 운영하는 인공위성 기지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첩보 드라마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 신호 정보를 수집, 처리하기 위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버클리 공군기지, 영국 맨위드 힐 공군기지, 호주 파인 갭 등 3곳에 인공위성 기지국이 설치해 운영 중입니다.

드라마는 미국과 중국의 국가적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호주 입장에서는 미국은 오래된 동맹관계이지만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교역 파트너입니다. 중국에서 항공유가 공급되지 않으면 호주의 모든 비행기는 운항이 중단된다고 드라마는 설명합니다.

두 드라마는 모두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할 수밖에 없는 호주의 입장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호주의 국제정치 상황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관심도 없었습니다. 굳이 알 필요도 없는 상황이지요.

그런데 두 드라마를 보고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드라마 속 호주에 자꾸만 대한민국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입니다.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으로 1954년 1월 18일 발효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국가입니다. 2019년 통계로 대한민국 총 수출액에서 중국 수출의 비중은 12.9%로 1위이고, 총 수입액에서 중국 수입의 비중은 10.7%로 미국에 이어 2위입니다.

호주도 우리나라와 사정은 같습니다. 1951년 9월 미국은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태평양안전보장조약]을 체결하였고, 1986년 뉴질랜드가 이 조약에서 탈퇴하면서 현재는 미국과 호주의 상호방위조약으로 존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호주의 10대 교역국 중 1위는 단연 중국입니다. 양국의 교역 규모(2018년)는 1,949억 달러로 미국과 일본의 교역 규모를 합한 1,478억 달러보다 많습니다. 호주는 전체 수출의 30.6%를 중국으로 수출한다고 합니다.

저는 오늘 호주와 미·중 관계를 공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또 대한민국과 미·중 관계를 고찰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호주의 국제정치를 다룬 드라마 두 편을 보고 나니 우리나라 문제가 객관화되더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입니다. 과장도 있고 허구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고 호주와 미·중 관계에 대해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현실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넷플릭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종전에 우리가 보던 영화나 드라마는 대부분 할리우드 시각의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우리가 호주의 국제정치를 드라마를 통해 접할 기회가 있었을까요?

과연 넷플릭스에서는 어떤 드라마를 만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2013년부터 제작해 왔습니다. 저는 드라마 목록보다 과연 어떤 나라에서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는지 궁금하였습니다. 당연히 미국이 압도적으로 제작 편수가 많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드라마도 다수 있었습니다.

총 26개국이 제작에 참여하였습니다. 국가별로 보면 인도 10편, 영국 8편, 브라질 8편, 독일 7편, 멕시코 7편, 스페인 6편, 프랑스 5편, 한국 4편, 이탈리아 3편, 일본 3편, 아르헨티나 2편, 터키 2편, 노르웨이 2편, 콜롬비아 2편, 남아공 2편, 대만 2편, 호주 1편, 캐나다 1편, 덴마크 1편, 폴란드 1편, 스웨덴 1편, 요르단 1편, 레바논 1편, 태국 1편, 네덜란드 1편 말레이시아 1편 등입니다.

2013년 3편, 2014년 1편, 2015년 3편까지는 모두 미국에서 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총 6편 중 3편을 미국에서 제작하고 나머지 3편을 다른 나라에서 제작하였습니다. 2017년에는 미국 대 다른 국가의 비율이 7편 대 5편으로 여전히 미국 제작 드라마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2018년에 들어서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총 제작 드라마 편수는 22편으로 전년보다 10편이 증가하였고, 제작 국가도 미국 6편, 다른 국가 16편으로 다양해졌습니다. 2019년에는 총 58편으로 전년보다 대폭 늘어났습니다. 그중 미국에서 제작된 드라마는 18편이고 40편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제작되었습니다.

2020년은 현재까지 25편이 제작되었습니다. 그중 미국에서 제작된 드라마는 5편에 불과하고, 나머지 20편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제작되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미국 이외의 국가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0년도에 미국 이외에 제작에 참여한 국가는 15개국입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다양한 나라에서 제작된 드라마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여러 나라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 드라마를 접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시각의 확장이라는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남아공에서 스파이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스파이 퀸]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 모든 제작비를 넷플릭스가 낸다면 제작에 미국적 시각이 개입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넷플릭스는 2020년 기준으로 170억 달러 이상(한화로 21조 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용에 사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문화 제국주의 또 다른 한 면을 보는 듯합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전 세계 사람들은 넷플릭스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고,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한 드라마들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기존에 뉴스가 제공하는 관점과는 다소 상이한 관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뉴욕타임스나 CNN보다 넷플릭스가 더 강력하게 전 세계인들을 학습시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넷플릭스 시청하시나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0.4.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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