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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번째 편지 -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세계보건기구 WHO는 코로나19에 관해 팬데믹을 선언하였습니다. 이는 1948년 WHO 설립 이후 세 번째로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 다음입니다. 이 사태가 얼마까지 갈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 일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과연 우리의 삶은 무엇이 바뀔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얻은 통찰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한국 사회는 급속도로 가정 중심으로 변화될 것 같습니다.

저는 1983년 검사로 사회생활을 한 이래 지금까지 주중 저녁은 대부분 약속이 있어 외식하였고, 주말에도 대부분 골프나 모임으로 밖에서 생활하였습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아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어 한 치의 의심도 없었습니다.

연이틀 주중 저녁 약속이 없기라도 하면 마치 사회에서 낙오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중 저녁 약속이 많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성공하였다는 징표가 되는 듯이 느꼈고, 주말 골프 약속은 광범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과시하는 표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와 다른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주말의 잦은 골프가 이혼 사유가 된다더라. 요즘 젊은 직원들은 상사가 회식을 하자고 해도 아내와의 약속 때문에 안된다고 하더라. 젊은 검사들은 집에서 설거지도 하고 와이셔츠도 직접 다린다더라.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아주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이분법 논리이지만 후진국 남자들은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프리카나 남미 사람들이 자주 나옵니다. 반면 선진국 남자들은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디에 속할까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 남자들이 강제로 집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남자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 일찍 퇴근하여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일은 드문 경험입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설거지도 돕고 밥상도 차린답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지요. 그런데 쏠쏠히 재미도 있더랍니다. 특히 청소에 재미를 붙인 친구들이 꽤 있더군요. [청소력]의 저자 마쓰다 미쓰히로의 "청소만 잘해도 인생과 비즈니스가 달라진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경험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우리 삶에 변화를 줄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생활을 한다고 가정을 소홀히 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은 꼭 필요한 경우 아니고는 안 하고 살아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둘째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보편화될 것입니다.

한국처럼 IT 기술이 발달하고 인터넷망의 속도가 5G 시대인 나라가 흔치 않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는 굳이 모여서 근무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재택근무에 대해 상당수의 간부들은 부정적입니다.

아마 이런 걱정이 있나 봅니다. 재택근무를 하면 과연 열심히 일할까? 놀지 않고 일한다는 것을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사실 사무실에 출근해도 놀지 않고 일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희 회사가 디지털포렌식으로 다른 회사 직원들의 근무실태를 조사해 보면 근무시간에 웹서핑하는 것은 기본이고, 야동을 다운로드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간부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일단 출근을 하여야 마음이 편한 법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회사들이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리라 예측합니다. 직원들이 과연 제대로 근무하고 있는지는 많은 방법이 개발되어 의구심이 곧 해소될 것입니다.

만약 전반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 사회적 비용을 상당수 줄일 수 있습니다. 출퇴근에 2~3시간 허비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고 많은 사무실 공간이 불필요해질 것입니다. 재택근무의 약점과 비용 절감의 강점이 서로 경쟁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DIY 문화가 확산될 것입니다.

이케아를 가면 늘 느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케아는 가구 조립품을 배달 받아 소비자가 조립하는 형태입니다. DIY(Do it yourself) 가구입니다. "왜 귀찮게 조립하라고 하는 것일까? 완성품 형태로 팔면 될 텐데."

1967년 철학자 Alan Watts는 "우리 교육 시스템은 우리들에게 물질을 활용하는 능력을 가르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요리하는 법, 옷 만드는 법, 집 짓는 법 등 삶의 기초적인 것을 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가 교육하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뿐이다. 그것은 아이들을 보험 외판원이나 사무원 등 지적 노동자로 훈련시킬 뿐이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후 1970년대 대학생과 갓 대학을 졸업한 그룹 중심으로 DIY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운동은 주택개량, 가구 재활용 차원에서 시작하여 옷 수선을 거쳐 이제는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케아는 그 운동을 잘 이용한 기업입니다.

철학적 배경은 이러하지만 제 생각은 서구 남자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TV 시청만 할 수가 없어 무엇인가 일거리를 찾게 되었고 그것이 DIY 문화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DIY로 만든 가구는 좀 엉성해도 구입한 세련된 가구보다 더 정이 가기 마련입니다. 직접 만든 것이니까요.

이제 주중 저녁 시간과 주말 전부를 밖에서 보내던 대한민국 남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들은 무엇을 할까요. 젓가락질도 잘하고 예전에는 기능올림픽을 휩쓸었던 손재주가 많은 민족입니다.

우리가 DIY 문화에서 우리의 숨은 솜씨를 찾아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TV 시청을 DIY 문화가 밀어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DIY는 목공 수준이 아닐 것입니다. 3D 프린터 시대입니다.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 모릅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어떤 것은 우리 것으로 정착되고 어떤 것은 잠시 유행하다 예전으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하여 대한민국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기록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변화에 대비하고 계시는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0.3.23.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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