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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번째 편지 - [코로나19로 인한 강제칩거] 시간에 할 일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변하였습니다. 1월21일 코로나19 감염자가 첫발생한 이래 2월17일 누적 감염자수가 30명일 때까지만 해도 중국에는 엄청난 상황이 벌어졌지만 우리는 그럭저럭 넘어가나 보다하는 막연한 안도감이 개인적으로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2월18일 9명, 19일 7명부터 조금씩 늘어나 걱정되기 시작하더니, 2월20일부터 어제 3월1일까지 58명, 100명, 229명, 175명, 235명, 134명, 284명, 505명, 571명, 813명, 586명으로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누적감염자수가 3736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월25일자 조선일보 1면 헤드라인은 "1주일만이라도 외출안하기, 거리두기"였습니다. 이틀후 2월27일자 중앙일보에서 송호근 포스텍 석좌 교수는 "1일 접촉 3명 제한, 열흘간 사회관계망 끊자"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 무렵부터 모든 점심, 저녁 약속이 다 취소되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말고는 모든 것이 올스톱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태어나서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것 같습니다. 하루이틀 외출을 안해보기는 하였지만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사회생활이 중단되기는 처음입니다.

아니 대한민국 전체가 이런 상황에 돌입한 것은 건국이래 처음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갈지 모릅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까요?

저도 지난 주말 꼼짝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려니 답답하여 토요일은 아내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을 하였고, 어제도 하루종일 집에서 책을 보다가 답답하여 저녁무렵 아내와 차로 드라이브를 하였습니다.

"여보, 우리가 목적지 없이 차로 드라이브해 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 결혼하고 처음일걸요."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차로 편하게 아무런 목적없이 드라이브한 기억이 없거나 아스라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바삐 살았습니다.

코로나19는 강제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삶을 되돌아볼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대한민국 국민은 유독 사회적 관계망 구축과 유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신이 그 관계망에서 소외될까봐 전전긍긍합니다.

외국을 다녀보면 대도시도 밤 9시가 넘으면 대부분 불이 꺼지고 한산하였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도시 전체가 차로 뒤덮여 있는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우리에게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 일주일에 몇일이나 될까요?

그러하던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에 뜻하지 않은 실험이 벌어진 셈입니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는 절대로 자발적으로는 할 수 없는 "사회 관계망 단절"이라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가족하고만 지낸다는 것이 답답하고 어색할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에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1992년 스페인 유학 시절 1년을 아내와 붙어 살았습니다. 학교도 가고, 기관 방문도 하지만 친구가 없는 상황이라 저녁은 거의 매일 집에서 먹었습니다.

여행도 자주 다니다 보니 아내와 24시간 붙어 있는 날이 참 많았습니다. 정말 많이도 싸웠습니다.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습니다. 부부가 24시간 같이 있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때가 바로 그때입니다.

다행히 그때 "아내와 24시간 보내기"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 지금은 그다지 힘들지 않게 보낼 수 있습니다. 얼마전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은퇴한 부부가 50일 여정으로 유럽여행을 떠났답니다. 가는 날부터 오는 날까지 싸웠다네요. 이것이 부부의 모습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강제 칩거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가족과의 관계망 복원]이라는 주제입니다. "나는 가족과 관계가 너무 좋아" 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일주일 내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주말내내 가족과 같이 지내면서 싸우지 않고 오손도손 재미있게 지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 주제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가족과 24시간 같이 지내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일" 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강제 칩거는 우리에게 두번째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신과의 관계망 구축]이 바로 그것입니다. 서재에서 제목이 지금 상황과 딱맞아 책 한 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혼자 있어 좋은 시간", 책 제목입니다.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되면 우리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 책은 이렇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외로운가요? 아니면 고독한가요?"

"외로움(Loneliness)은 대화할 상대나 친구가 없어 느끼게 되는 불행한 감정이고, 고독(Solitude)은 혼자 있어 특히 평화롭고 즐거운 상태를 의미한다. 독일의 철학자 폴 틸리(Paul Tillich)는 혼자 있어 고통스러운 것이 외로움이고, 혼자 있어 즐거운 것이 고독이라 했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고독이란 지금껏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자신과의 위대한 관계를 만드는 시간이다. 즉, 자기 자신과 함께하며 자신과의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 책의 두 구절은 저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강제 칩거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여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 기간 동안 걱정하고 두려워 하기만 해서는 이 시간이 지나간 후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 상처 뿐일 것입니다. 저는 이 시간을 두가지 주제에 도전하며 보내겠습니다.

[가족과의 관계망 회복]과 [자신과의 관계망 구축]

여러분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실 생각이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0.3.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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