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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번째 편지 - 행복마루컨설팅을 HM Company로 바꾸면서

 

저희 회사 이름은 행복마루입니다. 행복마루 컨설팅(주)와 행복마루 법률사무소가 바로 그것입니다. 행복마루는 제가 부산고검장을 할 때 직원들을 위해 만든 50평 규모의 커피숍 이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행복경영을 강조하던 저로서는 직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지 열심히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은 1층 엘리베이터 뒤편의 텅 빈 50평이었습니다.

저는 그 공간을 직원들을 위한 휴식 및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마음먹고, 부산 시내 호텔 커피숍을 모두 벤치마킹하여 최고급 수준의 커피숍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커피숍의 이름을 공모하였습니다.

1등 작으로 선정된 것이 바로 행복마루입니다. ‘행복경영’의 [행복]과 동백섬 ‘누리마루’의 [마루]를 합성한 이름입니다. 뜻이 좋았습니다. 마루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최고라는 뜻과 대청마루라는 뜻이 있습니다.

‘행복’감이 ‘최고’로 증진되는 곳, ‘행복’한 사람들이 마음껏 노는 ‘대청마루’. 그 어느 것이나 좋은 의미였습니다. 저는 그 행복마루를 법무연수원에 만든 커피숍에 두 번째로 이름 붙였고, 세 번째로 제가 퇴직하고 새로이 만든 조직의 명칭에 사용하였습니다.

행복마루 하면 남들은 마루 만드는 회사냐 아니면 인테리어 하는 회사냐고 엉뚱하게 묻곤 하지만 저로서는 [행복]도 좋았고 [마루]도 좋았습니다. 이제 그 행복마루 두 조직 중 하나를 역사 속에 남기려 합니다.

2020년을 맞아 행복마루 컨설팅(주)를 HM Company로 사명을 변경하였습니다. 바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행복마루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때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Happy Maru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행복마루가 HM이 된 것은 쉽게 이해하실 수 있듯이 행복의 H와 마루의 M을 단순 조합한 것입니다. 마치 럭키금성이 LG로, 선경이 SK로 바뀐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문제는 HM에 어떤 의미를 아로새길 것이냐입니다.

직원 공모도 하고, 스스로 고민도 많이 하였습니다. HM은 이미 대형 의류 회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을 써도 좋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으나 행복마루의 유산을 이어받으려면 HM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H는 무엇을 의미하고 M은 무엇을 의미하느냐입니다. 지난 연말 어느 모임에서 컨설팅 회사 Metanet Global을 경영하는 친구 최영상 회장이 책 한 권을 주었습니다. Metanet Global의 글로벌 회사 Accenture에서 발간하고 Metanet Global이 번역한 책이었습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영감이 번쩍 떠올랐습니다. ‘그래 바로 이것이야. HM은 바로 이런 의미를 가져야 해.’ 책 제목은 [HUMAN + MACHINE]이었습니다. HM의 H는 HUMAN이고 M은 MACHINE이 되어야 했습니다. 반갑고 두려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불행히도 대중문화는 오랫동안 인간 대 기계의 대결 구도를 조장해 왔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생각해 보라. 지능을 가진 기계가 인류의 잠재적 위험이 되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며, 많은 경영진들도 비슷한 관점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위협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한심할 정도로 오해일 뿐 아니라 위험할 정도로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저도 사실 이 비슷한 생각을 수년간해 왔습니다. 행복마루 컨설팅이 하는 내부감사 업무에 Big Data와 AI를 접목하면 자동으로 비리나 부정의 단서를 찾아내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년간의 연구 결과,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이제는 사람이 잘하는 일은 사람이 하고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에 맡기자는 생각을 가지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폐부를 찌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기계는 세상을 점령하지도 않고 일터에서 인간을 필요 없는 존재로 전락시키지도 않는다.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대전환을 맞이하는 오늘날, AI 시스템은 인간을 전체 대체하기보다는 인간의 스킬을 강화하고, 인간과 협업하여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생산성을 내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제가 방향을 튼 것이 시대의 흐름과 같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대전환은 거대하고 역동적이며 다양성 있는 하나의 공존 영역을 탄생시켰으며, 그 영역에서 인간과 기계는 협업을 통해 엄청난 사업 성과를 거둔다. 우리는 이를 ‘소외된 중간지대 missing middle’라고 부른다. ‘소외된’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거의 누구도 이 영역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주 소수의 기업만이 이 중요한 영역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소름을 느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내부감사 업무는 수많은 데이터에서 무엇인가 부정과 비리의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 중 감사 대상 기업에 어떤 유형의 비리와 부정이 있을지 상상하여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잘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데이터에서 그 시나리오에 딱 들어맞을 만한 데이터를 찾는 지루한 작업은 ‘머신’이 잘합니다. 속도나 정확성에서 월등합니다.

이 책은 제 생각을 훔쳐 읽은 듯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소외된 중간지대에서 인간은 인간과 기계가 각자 잘하는 능력을 활용하기 위하여 스마트 머신과 협업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훈련 및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이러한 활동은 AI 시스템이 실질적인 협업 파트너로 가능하다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소외된 중간지대에서 기계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 출처로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같은 막강한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하여 인간의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돕는다. 즉, 기계는 인간의 능력을 증강시킨다.”

행복마루 컨설팅(주)가 왜 HM Company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이 설명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간 행복마루 컨설팅(주)는 사람의 손으로 모든 일을 해 왔습니다. 지난 9년간 썩 잘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이 할 일과 머신(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이 할 일을 구분하여서 할 때입니다.

이 책은 이렇게 결론짓고 있습니다.

“소외된 중간지대에서 인간과 기계는 서로의 일자리 놓고 싸우는 적대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생관계 파트너이다.”

‘행복’의 H가 ‘HUMAN’이 되고, ‘마루’의 M이 ‘MACHINE’이 되어 손잡고 행복마루컨설팅(주)를 HM Company로 변신시켜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H + M을 상징하는 로고도 만들었습니다.

우리 앞에 펼쳐진 AI 시대 여러분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0.2.10.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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