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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번째 편지 - 새로 고침의 순간

 

"누구에게나 새로 고침의 순간이 찾아온다. A는 오랫동안 경쟁상대가 없었던 탓에 부정적 변화가 왔다. 관료주의가 혁신을 대체했고, 사내정치가 팀워크를 대신했다.

A는 병이 들었다. 구성원들은 피로감과 불만을 느꼈다. 구성원들은 외부에서 사람을 영입해야만 A가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A에 입사하였다. 하지만 이제 A가 성장을 멈추면서 그들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들은 경쟁사로부터 구애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슬픈 사실은 A가 영혼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는 점이다.

그날 내가 강조하려던 주제는 세상에서 A가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무엇을 잃을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답을 찾아야 했다. A는 무엇을 위한 조직인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우리의 영혼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자신의 강점을 외면한 조직은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영혼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영혼을 부활시키고 부흥시켜야 했다."

A는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이 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혼을 되찾은 사티아 나델라의 위대한 도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가 쓴 책 [히트 리프레시]의 일부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30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올렸습니다. A라는 글자 대신 '검찰'을 집어넣으면 검찰의 현실과 너무나도 처절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PC 혁명을 일으키고 신화적인 성공을 거둔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계에 봉착해 성장이 멈춰버린 2014년, CEO를 맡은 사티아 나델라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당초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 혁신을 막는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선언하였고, 그 선언을 현실로 만들어 냅니다.

검찰은 한때, 대한민국을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초라하게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모든 국민이 검찰을 이야기할 때 혁신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검찰에 [새로 고침의 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저도 이 현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검찰 구성원 스스로가 검찰이 영혼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외부로부터 수많은 조언을 받아 그중 어느 것을 받아들여야 할지 조차 난감한 상황입니다.

사티아 나델라는 비슷한 순간,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무엇을 잃을지를 고민해보자고 물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무엇을 위한 조직인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무리 거대해도 기업입니다. 국가의 본질적인 조직은 아닙니다. 그러나 검찰은 국가기관의 기본 요소입니다. 검찰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잃을지, 검찰은 무엇을 위한 조직인지, 검찰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사티아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혼]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영혼을 부활시키고 부흥시키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검찰도 [영혼]을 이야기하여야 합니다. 검찰의 [영혼]을 살려내야 합니다.

사티아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혼]을 부활시키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리더십]을 살려내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리더십과 관련하여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리더십이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이를 따르도록 팀원들을 결집시키는 자질을 의미한다. 리더는 외부의 기회와 내부의 역량, 문화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과학이 아니라 일종의 예술이다. 이 일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리더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12명의 시니어리더십 팀부터 중간 간부까지 각 단계의 리더들에게 "누구도 혼자 살지 못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그들의 리더십을 독려하였습니다.

검찰의 [영혼]을 살려내는 일도 결국은 리더십에 달린 문제입니다. 지금 검찰개혁을 담당할 리더십이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더 광범위하게 변화할 것입니다. 누가 담당하든, 어떤 방법으로 변화하든 검찰의 [영혼]과 맞닿아야 합니다.

특히 그 리더들은 외부의 기회 못지않게 내부의 역량과 문화에 대해 정통하여야 합니다. 그곳에 [검찰의 영혼]이 살고 있으니까요.

사티아 나델라는 이 책에서 한 챕터를 할애하여 신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역대 모든 검찰총장은 검찰을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검찰은 무엇을 놓친 것일까요.

사티아 나델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결같이 지켜온 모습이 신뢰"라고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국민들에게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였나 봅니다. 시간에 따라 어떤 외부 요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검찰에 대한 지지를 거두어 버린 모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화려하게 부활하였듯이 대한민국 검찰도 국민의 마음속에 신뢰를 구축하며 부활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검찰의 리더십은 번번이 실패하였습니다. 사티아 나델라가 이야기하듯 리더십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었기에 성공하는 예술가는 극히 소수입니다.

이번에는 검찰의 영혼을 부활시키는 검찰 리더십이 성공하길 기원해 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9.12.16.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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