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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번째 편지 -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하는 몸

 

요즘 저는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열흘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내과 병원에서 수액주사도 맞았고 목이 쉬어 이비인후과를 여러 차례 다니고 있습니다. 여름철에 감기에 걸리니 참 난감합니다. 에어컨이 있는 곳을 피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고 에어컨이 있는 공간에 들어서면 한기에 뼛속까지 추워집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감기로 오래도록 고생하는 것은 제가 자초한 면이 큽니다. 이 나이에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는다고 수선을 떨면서 체중을 10킬로그램 이상 감량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최선인 줄만 알았습니다. 특히 체지방을 줄이는 것이 모든 것에 우선되는 목표였습니다.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을 줄여야 합니다. 밥, 빵, 국수 나아가 과일까지 줄여야 합니다.

저의 운동을 지도하는 김용도 대표는 저에게 신신당부하였습니다. "한 끼에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기는 하되 절대로 안 먹지는 마세요. 평소 먹는 양의 절반 정도 드시면서 운동으로 체중을 빼셔야 합니다." 그러나 식스팩에 눈이 먼 저는 탄수화물이 무슨 독약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탄수화물을 안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몇 개월, 결국 채소와 닭가슴살을 주식으로 먹고 지냈습니다. 아무튼 어찌어찌하여 지난 3월 6일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었고 스스로 만족하였습니다.

그러나 탄수화물의 역습은 그다음부터였습니다. 그 후 4개월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이번 감기까지 감기를 세 번 앓았습니다. 조금만 한기가 있어도 몸을 덜덜 떨었습니다. 그냥 추운 정도가 아니라 뼛속까지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에어컨이 있는 곳을 들어가거나 새벽에 찬 공기가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기라도 하면 추워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해결은 이 여름에 내복을 입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할 경우에는 핫팩도 붙였습니다.

오래전 60대 여성분이 자기 친구가 여름에도 보일러를 틀어 놓고 산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제가 그 꼴이었습니다. 바닥 전기요에 불을 넣어야 편히 잘 수 있었습니다. 이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요. 그까짓 몸 좀 만들어 보겠다고 체지방을 뺏다가 극도의 허약체질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혼자 생각에 아마도 비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바람에 몸 안의 면역체계가 깨져버린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암 투병 중인 친구가 추천해준 면역조절 건강식품을 사서 먹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효과가 나오려면 석 달이 걸린다니 그때까지는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그 식품이 효과가 있어야 하지요. 또 걱정되어 호르몬 전문 의사를 찾아 고액의 호르몬 검사까지 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나오려면 두 주는 더 기다려야 합니다.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동안에도 감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습니다.

감기가 목감기로 변하여 목이 심하게 쉬었습니다. 몇 번을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치료하였지만 나은 듯하더니 도로 잠기기를 몇 번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목이 아프고 목이 잠겨 있습니다. 이 역시 제가 사서 병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은 쉰 목을 치료하는 방법은 목을 안 쓰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이라고 하시면서 가급적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즉 [묵언]이 치료법인 것입니다. 아마도 평소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하늘이 경고를 하신 것 같습니다. "너 더 이상 말하지 마라." 그러나 저는 하늘의 경고와 의사 선생님의 충고를 잘 따르지 않았습니다. [묵언] 치료법을 통보받은 이후 오히려 이런저런 이유로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어느 모임에서 강릉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대절하여 강릉까지 가는 길에 지루하니 몇 사람이 짧은 강의 하자고 행사를 주관한 분이 제안하였습니다. 그 몇 사람 중에 제가 들어 있었습니다. 제 목 상태로는 당연히 거절하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분위기에 휩쓸려 승낙하고 강의를 하였습니다. 게다가 그 강의가 호평을 받아 강릉에서 양양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앙코르 강의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 되면 아내에게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만성화되면 평생 쉰 목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 단기간이지만 스테로이드 약을 쓰자고 하여 3일 치 스테로이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으면서도 치료에 완전히 역행하는 짓을 한 것입니다. 초등학생 같은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 것입니다. 잘 알다시피 병은 신체의 경고음입니다. 목이 쉰 것은 목을 쓰지 말라는 경고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주말을 보냈습니다.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르게 될지 걱정스럽습니다.

오늘 아침에 보니 감기 기운은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목만 잘 보호하면 이번 고비는 또 어찌어찌 넘어갈 것입니다. 문제는 추위에 약해진 몸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지난주 정기검사를 하는 병원에서 담당 주치의 선생님이 제 사정을 듣고는 너무나도 쉬운 처방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추위를 잘 타게 된 제 몸 상태를 설명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시 체중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 선생님의 처방은 이러했습니다. "체중을 줄이고 체지방률을 줄이 것은 너무나도 잘하신 일입니다. 그 결과 혈압도 낮아지고 콜레스테롤도 없어지고 지방간도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다시 체중을 늘이겠다고 하는 것은 혈압, 콜레스테롤, 지방간 문제를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반드시 지금 상태를 유지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추위를 잘 타는 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젊은 피트니스 선수들도 체중을 급격히 빼면 똑같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모두 다 추위에 약해집니다. 그 결과 체온이 낮아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잘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추운 겨울철에 내복을 입고 지내다가 내복을 벗고 밖에 나간 것과 같습니다. 몸에 있던 [지방]이라는 내복을 한 겹 벗어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 당연히 추위에 약해진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방 내복] 대신 [외부 내복]을 입어야 합니다. 여름에도 늘 얇은 속옷을 입으시면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말을 듣고 바로 유니클로에 들러 여름에 입을 얇은 속옷을 몇 벌 장만하였습니다. 몸 건강히 산다는 것은 예술과도 같이 복잡한 [조화]의 아름다움입니다. 한 가지를 건들면 다른 것에 문제가 생깁니다. 체지방을 줄이려 했더니 그 체지방이 막아주던 추위를 해결할 또 다른 무엇이 필요했습니다. 쉰 목을 생각하면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절제]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쉬어야 할 때는 쉬고, 참아야 할 때는 참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조화와 절제] 오늘 아침의 화두입니다.

이처럼 제 어리석음이 제 몸을 고생시키고 있습니다. 몸이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하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이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으시겠죠.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7.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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