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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번째 편지 - 내가 명상 워크숍에 참가하는 이유

 

여러분, 명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해보시지는 않았더라도 명상이라는 단어를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저는 명상을 부쩍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 같이 근무하는 최순용 변호사는 위빠싸나 명상의 고수입니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스포츠 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건 명상 강의가 있는 분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몇 년 전부터 명상에 홀딱 빠져 전 세계의 유명한 명상 컨퍼런스를 빠지지 않고 다닙니다. 그는 명상과 뇌과학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아 각종 논문을 읽고 쓰기도 합니다. 제가 이사로 있는 재단에서는 우리나라 명상의 대표적인 대가인 미산 스님에게 연구비를 드리고 있습니다. 미산 스님은 그 연구비로 카이스트 대학교에 명상센터를 만드시고 카이스트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주위 환경이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명상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명상에 관심이 많은 분들과 함께 1박 2일로 워크숍을 하였습니다. 이 모임을 주관한 김주환 교수의 설명을 들으니 명상의 세계가 너무나도 넓고 그 방법론도 무궁무진하였습니다. 눈 감고 가부좌를 틀고 호흡하는 명상은 그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김 교수의 지도에 따라 김 교수가 배워온 각종 명상법 중 쉬운 명상법 몇 가지를 배워 보았습니다. '아'와 '음' 소리를 내는 소리 명상도 해보고, 기공체조 비슷한 명상도 해보고, 10분 이상 서서 가만히 있는 스탠드 스틸 명상도 하였습니다. 물론 기본인 호흡 명상도 당연히 하였고요.

김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명상은 불교의 창시자인 고타마 싯달타가 창안한 방법을 인도, 중국, 한국 등에서 발달시킨 것인데 1979년 매사추세츠대 의료원에서 존카밧진 박사가 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 챙김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완화기법)을 창안하여 보급한 것을 계기로 명상(Meditation)이 서구사회에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명상 컨퍼런스에 가보면 백인이 대다수이고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상]하면 아직도 방에 사람들이 모여 눈 감고 강사의 지도 아래 호흡하는 그저 그런 것으로 아는데 서구에서는 뇌과학을 만나 최신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덧 [명상]은 4차 산업혁명처럼 미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명상]을 피해 살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기회에 명상을 접하며 명상이 과연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동안 제가 배우고 공부한 지식 체계 속에서 명상을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지가 제 궁금증의 핵심이었습니다.

제가 정리한 명상에 대한 논리는 이렇습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타입의 사람이 있습니다. 첫째 타입은 문제가 있을 때 찾아가 상담을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둘째 타입은 문제가 있을 때 불러내 술 한잔 같이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첫째 타입은 논리적인 좌뇌가 발달한 사람이고 둘째 타입은 감성적인 우뇌가 발달한 사람입니다. 둘째 타입의 사람은 상대방의 고통(passion)을 기꺼이 함께(com)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 행동을 컴패션 (compassion)이라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이 문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는 우뇌로만 세상을 인식합니다. 우뇌는 모두 현재의 순간에 대한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 말입니다. 우뇌는 세상을 큰 그림으로 인식합니다. 그림의 개별 요소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인식하면 나는 세상의 모든 에너지와 연결된 에너지 존재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에너지로 연결되어 있어 그들의 고통(passion)을 함께(com) 느끼고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컴패션(compassion)입니다. 즉 컴패션은 우뇌가 발달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타인을 이렇게 인식한다면 갈등이나 전쟁이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살지 못할까요. 질 볼트 테일러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봅니다.

"우뇌 덩어리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그에게 과거가 쌓이고 미래를 걱정하게 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좌뇌입니다. 좌뇌는 우뇌가 큰 그림으로 이해한 세상을 파고들어 세부사항을 이해합니다. 그런 다음 정보를 범주화하고 조직화합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좌뇌는 "지속적인 뇌 수다쟁이"입니다.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세상과 나를 분리시킵니다. 그 순간 나는 세상의 에너지에서 분리된 [개인]이 됩니다.

좌뇌는 우리에게 지식을 주었지만 그 대가로 컴패션 능력을 앗아 간 것입니다. 컴패션이 없는 삶은 타인을 형제자매로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삭막하고 행복하지 않습니다. 이런 연장선에서 행복을 정의하면 "좌뇌로 생각하는 순간보다 우뇌로 느끼는 순간이 더 많은 삶입니다." 좌뇌로 생각하는 순간 (세상 물정 잘 아는 것)보다 우뇌로 느끼는 순간 (세상 물정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삶 말입니다.

그래서 좌뇌가 발달한 똑똑한 사람들이 행복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행복해지려면 우뇌를 활성화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좌뇌의 수다를 차단시켜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좌뇌의 수다를 차단시키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사람의 머리를 상상해 보십시오. 머릿속에서 좌뇌가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그 수다를 차단시키기 위해서는 그 수다보다 더 큰 소리가 나게 하면 그 수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커피숍에서 많은 사람이 수다를 떨고 있어 귀에 거슬릴 때 음악을 크게 틀면 그 음악 소리만 들리고 다른 소음은 차단될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

그 큰 음악이 바로 [몰입]입니다. 머릿속을 한 가지에 깊이 몰두하게 만들면 다른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이론이 아니라 제 생각이니 틀릴 수도 있습니다.

[몰입]은 칙센트 미하이가 만든 개념입니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심리적 상태"를 뜻합니다. 몰입은 주위의 모든 잡념(좌뇌의 수다)을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어느 한 곳(우뇌)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월드컵 경기를 응원할 때 한국 국민이 느낀 감정이 바로 이 몰입입니다. 손흥민이 한 골을 넣었을 때 모두 행복감을 느낀 것은 그 순간 좌뇌가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에너지로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커피숍에서 수다를 떠는 모든 사람에게 떠들지 말도록 명령하는 것입니다. "쉿." 모두를 조용히 시키면, 말을 바꾸어 좌뇌가 수다를 떨지 않게 만들면 우뇌가 저절로 활성화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좌뇌는 '쉿, 조용히 해" 라는 명령을 잘 듣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명상 지도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 여러분 지금부터 분홍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제 뇌는 분홍 코끼리로 가득 차버립니다. 그전에는 한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분홍 코끼리가 제 뇌속으로 들어와 제가 아무리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습니다.

이처럼 뇌를 비운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부단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훈련이 되면 좌뇌는 수다를 멈추고 우뇌가 here and now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직관적 통찰과 의식이 추상적 사고와 논리적 분석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에 비로소 눈을 떴다. 앉아서 찬찬히 살펴보면 마음이 얼마나 산만한지 알게 된다. 더 미묘한 것들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생기고, 비로소 직관이 꽃 피어나고 상황을 좀 더 명확히 바라보게 되면서 현재에 더 충실하게 된다."

바로 [명상]입니다. 명상은 의식을 잡념(좌뇌의 수다)에 시달리는 현실로부터 떼어놓음으로써 밖으로 향하였던 마음을 자신의 내적 세계(우뇌)로 향하게 합니다.

제 논리를 마무리하렵니다. 행복하려면 컴패션을 회복하여야 합니다. 자주 좌뇌의 수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첫째 몰입하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에 빠지렵니다. 콘서트장이나 경기장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둘째 명상을 배우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노력하면 언젠가는 분홍 코끼리를 머리에서 쫓아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명상 워크숍에 참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6.2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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