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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번째 편지 - 조근호, 럭셔리 잡지 HEREN에 나오다

조근호, 럭셔리 잡지 HEREN에 나오다

 몇 년 전 한창 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유행하던 시절 저도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버킷리스트는 16개 분야 78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만 보면 1번 분야가 [정말 정말 멋있는 아늑한 집을 가지고 싶다]이고 그 밑에 6개의 항목이 있습니다. [1. 멋있는 집 거실에서 아내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 2. 그 집에서 일주일에 한번 우리 가족들이 모여 같이 만든 저녁을 먹으며 웃음 꽃을 피우는 것 3. 멋진 서재를 만들어 놓고 첫 장에 매료된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것 4. 개수는 적지만 대형 미술 작품을 집에 걸어두고 그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5. 멋진 오디오 시스템과 극장시스템을 갖춘 곳에서 가끔 마음에 드는 옛 영화를 즐기는 것 6 수납이 완벽하게 된 집을 만드는 것] 등 입니다. 조금만 더 보겠습니다. 2번 분야가 [멋쟁이가 되고 싶다] 입니다. 그 밑에도 4가지 항목이 있는데 마지막 4번 항목이 [럭셔리 잡지의 모델이 되는 것] 입니다.

 저는 변호사가 되고 나서 13년 살던 오래된 빌라를 리모델링하였습니다. 그 결과 1번 분야의 항목들이 대부분 달성되었습니다. 딸아이가 바뻐 일주일에 한번도 가족끼리 식사는 못하고, 큰 돈이 들어가는 오디오 시스템과 극장시스템은 갖추지 못했지만 나머지는 달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2번 분야의 4번 항목이 저절로 달성되었습니다. HEREN이라는 럭셔리 잡지에서 인테리어 잡지에 저희 집 리모델링 기사가 난 것을 보고 저에게 취재 요청을 하여 이번 3월호에 기사를 낸 것입니다. 정말 ‘꿈은 이루어진다’ 입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가 법률잡지나 시사잡지면 몰라도 럭셔리 잡지의 기사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어쩐지 잘 연결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튼 기사가 났습니다. 평가는 차지하고 버킷리스트가 달성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 기사의 일부를 소개해 봅니다. 어떻게 고검장 출신 변호사의 삶도 럭셔리 잡지의 기사거리가 되는지 한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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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행복경영’하라

 조근호 변호사에겐 직함이 여러 개다. 법률사무소의 대표 변호사이자 컨설팅 그룹 행복마루의 대표이사이고 디지털포렌직 산업포럼 대표를 맡고 있으며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를 통해 약 5000여명의 사람들에게 월요일마다 행복을 배달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가 쓰는 월요편지를 관통하는 주제는 행복. 그가 주창하는 행복 이야기는 검사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CEO보다 더 CEO 같은 검사’ ‘검찰 혁신의 전도사’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그. 사실, 그의 관심사는 행복보다는 혁신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혁신에는 피로감이 축적되기 마련. 어깨가 굳으면 마사지로 풀어줘야 하듯, 혁신으로 인한 조직의 피로감을 풀어줄 ‘마사지’로 행복 경영이 제격이다 싶었다. “마음의 여유와 행복감을 느낄 겨를이 없는 검찰이 내리는 판단은 때로는 잔인할 수 있습니다. 검찰청 직원은 가장 불행한 순간에 처한 사람들을 상대합니다.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보면 악한 기운이 전이되지요. 그런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면역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행복’이 바로 그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직원들을 향한 행복 경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중략)

 ‘검사 조근호’를 떠나보내고 ‘변호사 조근호’로 인생의 2막을 맞이 한지도 1년6개월. 규모 있는 유명 로펌에 들어가지 않고 굳이 자신의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은 법률사무소 ‘행복마루’가 행복 경영을 구현하는 또 하나의 소사이어티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행복경영’,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그는 ‘직원들을 대단하다고 인정하면 직원들은 춤추게 되어 있다’는 것만 기억해두라고 조언한다. 조직에서 행복 경영이 여의치 않다면? 친구나 가족 또는 자신의 인생부터 ‘행복 경영’ 하란다.(중략)

 패션, 영혼을 자유롭게 하다.

 잭 웰치가 열정을 최고의 가치고 쳤다면 조 변호사는 열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라 설파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열망하는 개방성이 오늘의 그를 이끈 ‘힘’이라 자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론, 새로운 제품에 조건반사하는 그는 얼리어답터다. 본인의 소장품 중에 가장 편애하는 것은 전자제품과 책이지만, 화려한 컬러로 물든 그의 옷장과 세련된 패션 스타일을 보면 여느 셀러브리티나 패션 피플 못지않다. 인생의 1막을 틀과 규율 속에 살았던 그는, 2막은 보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의식적으로라도 과감한 스타일을 즐기려 한다. 조근호 변호사가 슈트 이외의 옷을 처음 시도하게 된 계기는 패션 디자이너 박윤수 덕이다. 대학교 졸업 후 곧장 검사가 되었기에 깜장 슈트와 까만구두, 하얀 셔츠가 전부였던 그에게 청바지를 권유한 것. 다리도 짧고 배도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음에도 박윤수 디자이너는 조 변호사를 직접 청바지 매장으로 이끌고 가 딱 맞는 핏의 청바지를 손수 골라주고 선물까지 해주었다. 근데 어라, 막상 입어보니 생각 외로 잘 어울리는데다가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청바지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도 구매하고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바꾸면서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두뇌, 즉 사고의 전환으로 찾아왔다. 청바지가 계기가 되어 긴 바지와 재킷을 벗어던지고 휴가지에서 과감하게 반바지와 스트로 해트를 시도해보니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됨을 느꼈다. ‘패션이 영혼을 자유롭게 만들고 인생관까지 바꿀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후부턴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액세서리와 의상을 시도하며 재미를 만끽하는 중이다. “시도하고 부딪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내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패션은 인격의 성장과 닮아 있어요.”

 조근호의 철학을 대변하는 공간, 집

 법무연수원장 시절 ‘공간은 사람이 만들지만 결국 그 공간이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신념으로 법무연수원을 리모델링해 디자인 경영을 실천했던 그답게 조변호사의 집 또한 그의 철학을 오롯이 드러내는 공간이다.(중략) 12년이나 살았던 집이기에 어떻게 매만지면 좋을지 아이디어도 많고 자연스레 잔소리도 많았을 터. 조 변호사는 시공을 맡은 디자이너에게 ‘소통주의 인테리어’를 주문했다. 공간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물건을 창고에 쌓아두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수납함으로써 정작 그 물건이 필요할 때 제대로 찾지 못하거나 심지어 그 존재조차 잊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를 개선하고 싶었던 것. 효율적인 수납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고 커다란 슬라이딩 도어를 단 기능적인 수납장을 곳곳에 설치함으로써 비로소 어두운 곳에 누워 있던 물건들과 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레이아웃과 멋진 인테리어라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자신의 하루 일과를 철저히 분석해 이를 공간 레이아웃에 적극 반영케 했다. 퇴근해 옷 갈아입은 이후 서재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 착안해 안방을 서재겸 드레스룸으로 활용하고 욕실을 히노키 각탕을 갖춘 샤워실, 파우더룸, 용변 공간으로 각각 나눈 점이 그렇다.

 지금 하는 일이 아니었다면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쇼 디렉터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그는 매일 새로운 꿈을 꾼다. 꿈꾸는 순간은 늘 설레고 흥분되지만 특별한 꿈 하나를 꼽는다면 먼 훗날 12월31일 송년 강의&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웃고 떠드는 콘서트는 넘쳐나는데 한 해를 뜻깊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위한 동기 부여 시간을 갖는 행사가 없는 것이 아쉬워서다. 그가 커다란 공연장 한가운데 서, 관객들의 가슴에 열정과 희망, 행복이라는 뜨거운 불을 지를 ‘방화범’이 되는 그날이 왠지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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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이 럭셔리 잡지에 어울리시나요. 잘난 척을 하려고 월요편지를 쓴 것이 아닙니다. 첫번째는 버킷리스트에 꿈을 적으면 그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두번째는 버킷리스트를 만들 때 자신이 만든 틀에 갇히지 말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럭셔리 잡지에서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기사를 써주겠어. 또는 어떻게 고검장 출신 변호사가 점잖지 못하게 그런 잡지에 나갈 수 있어. 남들이 보면 무엇이라고 할까? 등등의 자신이 만든 인식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저 자신에게 새로운 자극과 도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버킷리스트에는 어떤 황당한 꿈이 있으신가요. 꿈은 황당할 수록 달성되면 기쁨이 커진다는 당연한 진리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3.3.1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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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동안 쓴 월요편지를 묶어 펴낸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21세기 북스 출판)에 대해 여러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세는 좋은 곳에 쓰려고 고민 중입니다. 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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