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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번째 편지 - 조근호가 추천하는 10권의 책

 

얼마 전 후배 김지완 관장이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자신이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라이브러리 카페에 지인의 추천도서 섹션을 만들었는데 그곳에 제 추천도서를 진열하고 싶으니 책 10권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2월 그와 함께 홍대 부근에 있는 독립서점들을 투어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재미로 투어를 한 줄 알았는데 그는 독립서점 컨셉을 자신이 그 당시 기획하고 있던 라이브러리 카페에 녹여 넣었습니다. 각 독립서점의 책들을 일괄 구입하여 그 카페에 독립서점별로 진열하여 독립서점 옴니버스 라이브러리를 구성한 바 있었습니다.

그의 사업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창의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런 카톡이 온 것입니다. 아마도 몇몇 지인의 추천을 받아 [지인 추천도서 섹션]을 꾸밀 모양인 듯하였습니다. 저는 선뜻 승낙하고 책 선정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지난 3월 그동안 [조근호]라는 한 사람의 사고의 틀을 만들어준 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5년 동안 읽은 책을 중심으로 선정해 보니 24권을 골라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책 표지 사진을 모아 [조근호의 사고틀을 만든 책]이라고 명명하고 가끔 들여다봅니다. 



김 관장의 부탁을 받고 다시 그 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대부분 그중에서 고르고 한두 권 그 이외의 것도 골라 숙제 받은 10권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안타까운 책들이 있다. 좋은 구절을 줄 치다 보면 한 페이지가 다 줄 쳐 지는 책이 있다. 또 읽고 나자마자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고전이냐 아니냐, 베스트셀러냐 아니냐 상관없다.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책이다. 일 년에 한 권 만나면 행운이다. 내 인생에 만난 가슴 뛰는 그런 책 10권을 소개한다.

1. 에릭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2. 몽테뉴의 [수상록] 3.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 4. 임철규의 [그리스 비극] 5. 이광주의 [교양의 탄생] 6.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7. 알랭 드 보통의 [불안] 8. 강신주의 [감정수업] 9. 김용규의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10. 엠제이 드마코의 [언스크립티드]"

대학 시절 미팅을 가면 여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하였습니다. "혹시 애인과 연인의 차이를 아시나요. 우리는 애인에 대해서는 나는 애인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고 연인에 대해서는 우리는 연인 사이라고 표현하지요. 에릭프롬의 분석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합니다. To have 소유의 방식과 To be 존재의 방식이지요. 애인은 소유의 방식이고 연인은 존재의 방식이지요. 저는 그래서 연인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하지요."

저는 신나서 떠들었지만 여학생들은 대부분 멍한 표정이었지요. 에릭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는 책을 읽고 광신도가 되어 있던 시절이었지요. 그의 시선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 책을 첫 번째 추천도서로 꼽았습니다.

몽테뉴처럼 살고 싶다고 저는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지요. 12년을 법조인으로 살고 20년을 책 읽고 글 쓴 삶. 월요편지의 모델인 그의 수상록이 그다음 추천도서입니다.

강의 때마다 청중들에게 인생이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저의 인생의 목적은 [인격의 완성]이라고 말하지요. 그 인격의 완성이 무엇인지 소상히 차근차근 알려주는 명저.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인간의 품격]입니다. 그 책의 첫 대목이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최근 나는 이력서에 들어갈 덕목과 조문(弔文)에 들어갈 덕목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줄곧 생각해왔다."

저는 인생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리스 비극을 읽으라고 젊은 친구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리스 비극은 작가와 작품 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아이스킬로스의 작품 7개, 소포클레스의 작품 7개, 에우리피데스의 작품 19개 등 총 33개입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을 바로 읽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안내서를 한 권 읽고 작품을 읽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제가 그런 방식으로 읽었으니까요. 그리스 비극에 대한 안내서가 많이 있습니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은 유명한 안내서입니다. 그러나 저는 임철규 교수님의 [그리스 비극]을 추천합니다.

"모든 국민과 모든 사회는 예로부터 이상적인 인간을 염원하고 형성해 왔다."로 시작하는 이광주 교수의 [교양의 탄생]은 그 이상적인 인간을 일컬어 교양인이라고 합니다. 저나 여러분이나 모두 이 이상적인 인간, 교양인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다 어느 지점에서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게 되는 것입니다. 왜 교양인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우리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모두 교양인입니다. 경작되고 교육되고 형성된다는 의미의 교양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 교양이 무엇이고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84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지만 이광주 교수의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이 우리를 사로잡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사피엔스는 워낙 유명하여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모두 읽은 것 같지만 다 읽기 쉽지 않은 책입니다. 그러나 꼭 읽어 볼 책입니다.

저는 늘 불안합니다. 정신과 상담도 받았습니다. 저만 불안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대인 모두가 불안합니다. 왜 그럴까요.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저서에서 불안은 현대 야망의 하녀라고 단정 짓고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불안하다고 진단합니다. 첫째, 사회 위계 내에서 자신이 바라는 지위를 얻지 못할까 불안하고 둘째, 그 지위를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답을 제시합니다. 해답이 궁금하시면 알랭 드 보통의 [불안] 147페이지부터 읽어보시지요.

인간의 감정에는 몇 가지가 있을까요. 스피노자는 인간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48가지로 나누어 그 각각의 본질을 규명하였습니다. 그 48개의 감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습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입니다.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배운 것도 이 책에서였습니다. "사랑은 자발적인 노예 상태에 빠지는 것."

철학자 김용규의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을 다 읽고 그 책 811페이지에 제가 적은 글입니다. "2013. 7. 27 아침 8시. 오랜 시간의 독서를 마치다. 정말 경이로운 책이다. 내 생애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진정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의심 없이 믿게 되었다. 성경을 읽으며 가진 모든 의문이 이 책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덜 해소된 부분은 또 읽고 사색하고 기도하면 해결되리라."

마지막으로 엠제이 드마코라는 젊은 사업가가 쓴 [언스크립티드]입니다. 저도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책을 많이 읽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이 읽을 때는 그럴듯한데 읽고 나면 허무하기 마련이지요. 부자를 만들어 준다는 책은 독자는 부자로 만들지 못하고 저자만 부자로 만든다는 조크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 책도 그런 비즈니스에 대한 책입니다. 그런데 워낙 솔직하게 써서 다음 페이지 읽기가 두려워집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들을 가치가 있습니다.

무엇을 선정한다는 것은 늘 아쉬움을 동반합니다. 이번 10권의 추천도서 선정에도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책도 추천하고 싶고 저 책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저 가벼운 일이라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노벨상 선정도 아니니까요.

여러분은 이런 요청을 받으시면 어떤 책 10권을 골라 주실 건가요. 그 책을 골라 친구나 자녀에게 추천하시면 어떨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6.11.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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