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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번째 편지 - 행복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3년째 연세대학교 김은주 교수님 수업에 초청받아 전학년 3백 명을 대상으로 인생에 대한 강의를 해 오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지난 4월 30일 초청을 받았습니다. [청춘, 그대는 행복한가요] 올해의 강의 제목입니다.

 

"여러분 앞에는 인생의 어떤 고민이 놓여져 있을까요. '내 인생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 인생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성공과 행복, 이 두 가지가 여러분의 대학생 시절 고민이고 아마도 평생 고민일 것입니다. 그런데 성공과 행복은 같은 것인가요,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원시시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원시인의 고민은 두 가지였습니다. '나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식을 많이 낳을 수 있을까?' 원시인에게 [목표 지향형 원시인]과 [안주 지향형 원시인] 두 타입이 있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목표 지향형 원시인은 열매를 찾으러 사냥감을 찾으러 가족들이 편히 쉴 동굴을 찾으러 열심히 목표를 따라 움직입니다. 안주 지향형 원시인은 케세라세라[Que sera sera]입니다.

그들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목표 지향형 원시인은 종족을 많이 퍼트리고, 반대로 안주 지향형 원시인은 멸종하였을 것입니다. 진화의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진화는 자기복제가 목표입니다. 즉, 개체가 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화는 목표 지형형 원시인이 더 열심히 자기복제를 하도록 보상을 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행복 호르몬입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대표적인 행복 호르몬은 도파민, 세레토닌, 엔돌핀, 옥시토신 등 4가지입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새폴스키 교수는 “도파민은 인간이 장기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원시인이 열매와 사냥감을 찾으러 다니고 비를 피할 동굴을 찾으러 멀리까지 가는 것은 모두 도파민의 효과입니다.

세로토닌은 따뜻한 햇볕을 쬐거나 숲속을 산책할 때 많이 분비됩니다. 원시인이 움막에만 누워있으면 세로토닌이 떨어져 우울증에 걸립니다. 반대로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되면 행복감을 느낍니다. 목표 지향형 원시인이 무엇을 찾아 햇볕 아래와 숲속을 돌아다닐 때 진화는 그에게 세레토닌을 보상으로 주었고 그는 계속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혹시 의자나 모서리에 부딪혔을 때 ‘순간의 고통’을 느껴 보셨나요. 그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서서히 나아지는데 이것은 몸속의 천연 진통제 엔도르핀 덕분입니다. 목표를 찾아 원시인이 험한 환경을 헤쳐나가다 보면 자주 다쳤을 것입니다. 진화는 그가 계속 목표를 수행하도록 엔도르핀을 뿜어 부상으로 인한 고통이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러면 그 원시인은 다시 일어나 목표를 향해 나아 갔을 것입니다.

사실 자식을 낳는 일이 개체 입장에서는 유리한 일은 아닙니다. 먹이도 두 배로 찾아야 하고 자식을 돌보느라 자유도 희생합니다. 게다가 자식 때문에 걱정거리도 수없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손해 보는 일을 원시인은 자청하였을까요? 옥시토신의 작용입니다. 사랑할 때, 자식을 낳아 젖을 먹일 때 옥시토신이 많이 분출됩니다. 무한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 후에 닥칠 엄청난 희생과 부담은 계산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다시 인생을 바라보겠습니다. 인생은 하얀 스크린입니다.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는 여러분과 저의 몫입니다. [성공]이란 인생을 살면서 원시인들이 했듯이 살아남고 자식을 번식하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노력해 성취하는 것입니다. [행복]이란 목표 지향형 인간이 지치지 않고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성취하도록 진화가 곳곳에 뿌려 둔 선물입니다.

서양 철학은 행복을 목표로 하는 철학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습니다. 행복이 목표가 될 수 있을까? 행복이 목표라면 이래야 합니다. "나는 내일 14시에 행복하겠다." "나는 지금부터 10분간 행복하겠다." 이것이 가능할까요? 단지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성취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행복 호르몬이 분출되어 행복감을 느낄 뿐입니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목표 지향형 인간에 대한 진화론적 보상]입니다.

그래서 성공한 인생과 행복한 인생은 결국 같은 개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 목표를 최선을 다해 성취하다 보면 [성공한 인생]이 되고 그 성취 과정에서 보상으로 행복을 느끼니 [행복한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더라는 고백이 나오는 것일까요? 베스트셀러 [성공이 행복인줄 알았다]도 그런 고백이지요.

동양에서는 성공이 출세였습니다. 출세는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하는 것, 입신양명(立身揚名)이었습니다. 인생에는 여러 목표가 있습니다. 출세(돈, 권력, 명예)는 그중 하나입니다. 출세했으나, 건강을 잃으면, 가족 간에 불화가 있으면, 인간관계가 파탄 나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무엇을 목표로 삼느냐입니다. 원시사회에는 생존과 번식이었지만 지금은 인생관에 따라 여러 가지 목표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목표를 성취하려고 나서기 전에 목표를 설정할 인생의 분야에는 무엇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대학생 시절의 특권입니다. 제가 찾은 인생의 분야는 9가지입니다. 1 건강, 2 가족, 3 출세, 4 인격, 5 교양, 6 인간관계. 7 신앙, 8 봉사, 9 여행입니다.

여러분은 인생의 어떤 분야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슈바이처 박사님은 오로지 봉사만을, 테레사 수녀님은 신앙과 봉사만을 위해 일생을 사셨습니다. 이들처럼 한두 목표를 위해 인생을 사시는 분들이 지금도 있습니다. 국가발전을 위해 나머지를 희생하는 정치인, 신앙만을 위해 사는 종교인. 우리가 넘볼 수 없는 숭고한 인생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한두 분야를 인생 핵심 분야로 삼고 나머지 분야에서도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여야 결국 행복한 인생이 되는 것 같습니다. 돈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위해 나머지는 모두 희생하겠다는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돈을 위해 건강도 가족도 모두 희생하겠다는 결단이 없으면 돈은 벌었는데 행복하지 않더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청춘, 그대는 행복한가요?” 이 질문에 대해 답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해보세요. 인생의 어느 분야를 중시하고 살 것인가 먼저 생각하고 그 분야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다음 최선을 다해 성취하십시오. 그러면 그 과정에서 보상으로 행복 호르몬이 분출되어 행복해집니다."

 

이렇게 제 강의는 끝이 났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복도까지 한 학생이 달려와 질문을 하였습니다. "남자 친구가 스타트업을 하여 돈을 꽤 벌었는데 행복하지 않다고 하면서 죽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조언하여야 할까요?" 저는 순간 멍해졌습니다. 바로 이런 청춘들 때문에 오늘의 강의를 한 것인데 그 학생은 강의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였습니다.

"그 친구에게 그의 인생에서 중시할 분야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라고 하세요. 만약 돈이라는 분야만 중요한지, 아니면 내가 이야기 한대로 건강, 가족, 인간관계 등등 다른 분야도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라고 하세요. 만약 그중 돈이 가장 중요하다면 돈을 위해 나머지를 언제까지 희생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너무 오래 희생시키면 언젠가는 건강이나 가족이라는 다른 분야들이 반란을 일으켜 그의 인생을 넘어뜨릴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에게도 오랫동안 외면된 분야가 있으신가요. 그 외면된 분야(건강, 가족, 신앙 등등)들이 언젠가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여러분 인생을 전복시킬 모의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5.1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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