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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번째 편지-1일1식과 The CR Way

1일1식과 The CR Way

 언젠가 두드러기가 자주 나 불편을 겪고 있다고 월요편지에 썼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두드러기 약을 자주 먹은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간수치가 올라가 지난여름에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3일 만에 조절이 되어 지난 7월2일 퇴원을 하였습니다.

 그때 의사선생님이 주신 처방이 체질 개선이었습니다. 두드러기도 체질에서 오는 것이니 체질을 바꿔 보라고 권하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기왕이면 식사도 백미에서 현미식으로 바꿔 보라고 권하여 현미식과 채식을 곁들인 식사로 바꾸어 지내게 되었고 어제로 5개월이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끼니때마다 현미식을 한다는 것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지만 독한 마음을 먹고 현미식을 하였습니다. 최근에 저와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하신 분들은 제가 조그만 도시락에 현미밥을 싸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셨을 것입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식사 때마다 현미밥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보통 결심으로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뭘 그리 혼자 오래 살려고 그러느냐.’는 핀잔을 받기 일쑤이고 더러는 ‘어디 많이 아프냐.’고 걱정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공직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변호사 생활을 하는 마당에 제 의지만 굳으면 해볼 수 있는 일이라 5개월간 갖은 유혹을 뿌리치고 현미식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맛있는 하얀 쌀밥을 식탁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가 공통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많이 도정된 쌀의 섭취는 가능한 한 줄이고 현미나 잡곡밥으로 대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한암협회와 한국영양학회가 공동 집필한 ‘항암식사 프로젝트’라는 책을 보면 ‘현미에는 쌀눈과 식이섬유소 그리고 여러 가지 미강 내에 있는 생리활성물질을 비롯해 비타민 E, 피틴산, 감마올리자놀 등 몸에 좋은 성분들이 많다. 이런 영양소는 암 예방은 물론 혈관질환, 당뇨병 및 간질환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현미나 잡곡밥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라고 추천하고 있어 용기를 내어 현미식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미식보다 더 어려운 것이 채식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과 식단이 다채로워 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채식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식당에서는 산채비빔밥 정도를 먹을 수 있고 일식당과 중식당에서는 육류나 생선류를 뺀 음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양식당에서는 오로지 샐러드만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가급적 채식을 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육류는 거의 먹지 않고 지내고 생선류는 하는 수 없이 자리에 따라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육류, 특히 스테이크를 좋아하던 제가 육류를 먹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속이 불편합니다. 몸이 채식으로 재 세팅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미식과 채식을 한 후 그토록 자주 생기던 두드러기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아직도 어떨 때 생기기는 하지만 매일 항히스타민제를 먹던 때를 생각하면 이것만으로도 채식의 효과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 쯤 저희 회사 이창용 과장이 책을 한 권 권해주었습니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1일1식’이었습니다. 자신이 1일1식을 실천하고 있는데 효과가 있다며 한번 읽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건강에 관한 책이 너무 많이 나와 있어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려니 하고 읽다가 책의 매력에 빠져들어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나도 한 번 시도해 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일주일을 실천하였는데 쉽지 않아 중도포기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과장은 39일을 1일1식 하여 허리사이즈를 2인치 줄고 체중은 6킬로그램을 줄였다고 하였습니다.

 1일1식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17만년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는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는 생존의 싸움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시기는 불과 100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 올려 보라.’ ‘인류는 긴 진화의 과정 속에서 생명력 유전자라고 불리는 유전자를 획득할 수 있었다. 즉, 우리 몸 속에는 굶주림과 추위에 적응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갖춰져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건강의 비결은 배가 조금 덜 차게 먹는 것이라 하여 배부르게 먹는 것을 경계하여 왔다. 그 이유는 생명력 유전자들이 확실하게 발현될 수 있는 생활방식을 가지라는 뜻이다.’ 즉, 1일1식 하여 배가 꼬르륵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굶으면 장수유전자(정식명칭 시르투인 sirtuin 유전자)가 작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제이콥스가 쓴 ‘한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를 열량제한 Calorie Restriction 즉 CR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인체가 기아 상태를 유지하면 수명이 길어진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성인남자의 경우 하루 필요열량인 2,500 칼로리가 아닌 1,750 칼로리를 먹으면 신진대사 속도를 낮춰 질병에서 해방된다는 이론입니다. 그는 이 CR 방법론을 다룬 ‘The CR Way’의 저자 폴 맥그로딘을 만난 경험을 책에 적고 있습니다. 폴은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열량을 제한하는 목적은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가능한 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폴은 74킬로그램에서 62킬로그램으로 살이 빠졌고 평소 아침은 든든히 먹고(연어, 보리, 야채스프를 아주 많이), 점심은 가볍게 먹고(야채 스무디, 야채 스프레드, 발아 곡물 빵), 저녁은 안 먹는다고 하였답니다.

 일본인 나구모 요시노리의 1일1식이나 미국인 폴 맥그로딘의 ‘The CR Way’나 기본 원리는 같습니다. 저는 5개월을 현미식과 채식으로 살아오고 있고 일주일 정도는 1일1식을 하였습니다. 그 기본은 열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 결과 체중은 71킬로그램에서 63킬로그램으로 줄었고 두드러기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저는 어떤 것이 옳은지 모릅니다. 1일1식에 대해 언론에서 폐해도 이야기하였고 체질에 따라 맞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게 먹으면 속도 가볍고 소화기와 관련된 잔병도 주는 것 같습니다. 오묘한 신체에 대한 해답을 어찌 그리 쉽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그때그때 공부하고 체험하며 하나하나 깨달아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을 공복에 먹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확연히 견해가 갈리는 것을 보면 무엇이 정답인지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건강을 위해 어떤 인체 실험을 하고 계신가요. 무엇이든 체험하고 느끼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듯합니다. 그것이 인생이기도 한 것 같구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2.12.3.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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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그 동안 쓴 월요편지를 묶어 펴낸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21세기 북스 출판)에 대해 여러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세는 좋은 곳에 쓰려고 고민 중입니다. 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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