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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번째 편지 - [축의 시대] 현자들의 가르침

 

지난주 월요편지를 읽고 많은 분들이 저의 환갑을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누구나 겪는 환갑이지만, 훗날 그날을 회고할 때 무엇인가 회상할 거리를 만들고 싶어 환갑 소감으로 월요편지를 썼습니다.

많은 분들이 내용에 대해 공감해 주셨습니다. 어느 젊은 독자께서는 제가 인생의 목적으로 [인격의 완성]을 삼은데 대해 의아해하면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이 삶의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사랑에 대한 제 견해가 어떠한지 물어 왔습니다.

저는 평소 인생의 목적을 고민하면서, 종교와 철학의 가르침을 공부하였습니다. 종교와 철학은 인류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 것일까요? 그들의 가르침은 서로 상충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한 가지로 모여지는 것일까요? 이 점이 늘 궁금하였습니다.

아마도 젊은 독자의 질문도 이와 관련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격의 완성]은 무엇이고,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한 [너 자신을 알라]는 무엇이며, 부처님이 말씀하신 [자비]는 무엇이며,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은 무엇이고, 공자님이 말씀하신 [인]은 무엇일까요.

얼핏 보면 서로 다른 내용을 말씀하고 계신 것 같은데 혹시 큰 틀에서 같은 내용을 말씀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 최근에 읽은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는 이에 대한 통합적 대답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난 '카렌 암스트롱'은 수녀가 되기 위해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7년 만에 환속하고 종교학자가 된 분입니다. 그녀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의 기원을 탐구한 비교종교학적 연구를 통해 1천 년 넘게 갈등을 겪어 온 세 종교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분입니다.

그녀가 말하는 [축의 시대]란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류사의 가장 경이로운 시기를 말합니다. 그녀는 [축의 시대]의 결론 부분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축의 시대]의 모든 종교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높은 이상에 맞춰 살지 못했다. 이 모든 종교에서 사람들은 배타성, 잔혹성, 미신, 심지어 잔혹 행위의 피해자가 되었다. 그러나 [축의 시대]의 종교들은 그 핵심에서 자비, 존중, 보편적 관심이란 이상을 공유한다."

저자는 [자비], [존중], [보편적 관심]이라는 세 단어로 종교와 철학의 핵심을 꿰뚫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회에 전쟁과 테러가 많이 나면 이것은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끼친다. 증오와 공포는 그들의 꿈, 관계, 욕망, 야망에 스며든다. 축의 시대 현자들은 이것을 극복하는 것을 돕기 위해 자아의 더 깊고, 덜 의식적인 수준에 뿌리를 둔 교육을 만들어 냈다."

저자는 종교와 철학이 세상에 지치고 멍든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해석합니다.

"그들이 서로 다른 경로를 거쳤음에도 깊은 수준에서는 서로 비슷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인간이 움직이는 방식에서 어떤 중요한 것을 실제로 발견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프로그램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폭력의 주된 원인이 자기중심주의를 없애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으며 황금률의 감정이입적 영성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한 결과, 갈등을 만들어 냈고 그 갈등이 증폭되어 전쟁과 테러로 발전하였으니, 전쟁과 테러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이 자기중심적 사고를 그쳐야 한다고 모든 종교와 철학이 가르치고 있다고 저자는 인식하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등장한 종교와 철학은 서로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가르쳐야 할 사람들도 달랐지만 현실에 대한 진단만큼은 놀랍게도 동일하였다는 것이 저자가 발견한 위대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해법도 동일하였습니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황금률로 나아가야 한다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황금률은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행하지 말라."는 가장 최소한의 행동규범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인류에게 행하기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알면서도 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카렌 암스트롱은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황금률이 사람들을 다른 수준의 인간 경험으로 안내한다는 것을 알았다. [축의 시대] 현자들은 이기심을 버리고 자비의 영성을 개발하는 것을 그들의 의도에 맨 위에 두었다."

카렌 암스트롱은 현재 우리의 상황도 축의 시대의 상황과 다를 바 없다고 전제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제가 인생의 목적을 찾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인격의 완성]이라고 표현하였을 뿐 [자비], [사랑], [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독자가 인생의 목적으로 이야기한 [사랑]에 대해 카렌 암스트롱은 "사랑이란 우리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의리를 지키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합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여 평생토록 아름답게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을 상상하였다면 그 사랑과는 다릅니다.

카렌 암스트롱은 이렇게 결론 짓습니다.

"축의 시대 현자들은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조언을 했다. 첫째로 자기비판이 있어야 한다. 그냥 다른 쪽을 야단치는 대신 먼저 자신의 행동을 살펴야 한다. 둘째로 우리는 축의시대 시대 현자들의 본을 따라 실천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우리는 사라진 마음, 우리 모든 전통의 핵심에 놓여있는 자비의 정신을 찾으러 나서야 한다."

한국 사회가 극도의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 해법이 무엇일까요. 축의 시대의 현자들도 그 해법을 구했고, 그 해법이 인류에게 종교와 철학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의 해법은 인격의 완성, 자비, 사랑, 인 등 표현은 다르지만 결론은 한가지입니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행하지 말라."

그래서 저에게 [인격의 완성]이 너무나도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 고백을 지난주 월요편지에서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의 목적은 이것밖에는 없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9.10.7.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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