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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번째 편지 - 공부가 재미있으려면

 

공부 좋아하십니까? 책은 많은 분들이 읽으시지만 공부에 대해서는 외국어를 제외하고는 약간 갸우뚱하실 것입니다. 학창 시절에나 공부하는 것이지 새삼스럽게 이 나이에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실 것입니다.

얼마 전 유튜브 '사색비판실천'이라는 사이트에서 'Philosophical Critical Bible 1'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이트는 영어책을 해석해 주는 사이트입니다. 저는 영어 원서를 자유자재로 읽을 실력이 못돼 번역본에 의존하여 책을 읽는데 늘 이것이 답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유튜브가 영어 원서를 읽고 해석해주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창세기는 기원전 6세기 이스라엘 민족이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갔을 때 쓰인 것입니다. 그 이야기는 신이 이스라엘 민족과 전 세계를 창조한 목적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바빌론 포로'와 '창세기'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성경적 표현으로 바빌론 포로는 [바빌론 유수]입니다. 유수라는 말 자체가 흔치 않은 말입니다. 한자 사전을 찾으니 '유배'되어 '수감'되었다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Babylonian captivity입니다.

구글에서 바빌론 유수를 검색하니 첫 번째가 "바빌론 유수-위키백과"이고 다음에 "바빌론 유수-나무위키"입니다.

"바빌론 유수는 기원전 587년 유다 왕국이 멸망하면서 시드기야왕을 비롯한 유대인이 바빌로니아의 수도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것을 말하며, 기원전 538년에 바빌로니아를 정복한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2세에 의해 풀려날 때까지 약 50년 동안의 기간을 뜻하기도 한다."

"기원전 6세기 유다 왕국이 신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느부갓네살)에게 멸망 당하고 시드키야(시드기야) 왕과 유대인들이 바빌론에 억류되어 약 70년간 포로 생활을 했던 사건을 일컫는 말."

전자가 위키백과, 후자가 나무위키입니다. 그런데 기간이 50년과 70년으로 차이가 납니다. 이러니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바빌론 유수기 동안 유대인은 고난과 고통으로 민족 일치를 강화했고, 예루살렘에 성전을 재건하여 유대교를 정립하였고, 이 기간 동안 경전을 정리하여 구약 성서의 기초를 만들었다."

위키백과에 있는 내용입니다. 유튜브와의 연결점을 찾았습니다. 구글의 세 번째 검색 결과는 '바빌론 유수의 경험과 창세기의 집필'입니다.

그 내용은 카렌 암스트롱이 쓴 [축의 시대-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에 나오는 내용을 옮겨 적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검색하였습니다. 그리고 카렌 암스트롱이 쓴 책을 더 검색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녀가 쓴 [성서 이펙트]라는 책을 번역한 분이 제가 존경하는 배철현 교수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두 책을 모두 구입하였습니다.

다시 바빌론 유수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합니다. 바빌론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1978년 보니엠이 불러 세계적인 히트를 친 'By the rivers of Babylon'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Rivers of Babylon]을 구글링하여 가사 원문을 읽어 보았습니다. 바빌론에 끌려간 이스라엘 사람들이 시온을 추억하며 쓴 성경의 시편 137편을 기반으로 만든 곡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는 이런 깨알 재미가 있습니다.

바빌론 유수에는 두 명의 왕이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정복하여 상류층 1만 명을 바빌론에 포로로 잡아간 바빌로니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와 70년 후 바빌로니아를 점령하여 이스라엘 민족을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낸 페르시아의 왕 [키루스 2세]입니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는 성경에는 [느부갓네살]로 표기됩니다. 고대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 공중정원을 만들었다는 왕입니다. 그의 이름은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나부코]에 사용됩니다. 그의 이탈리아어 이름이 '나부코도노소르'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 [세계사 브런치]에 네부카드네자르에 관한 내용이 있었던 기억이 나서 찾았습니다.

"사담 후세인은 스스로를 네부카드네자르의 후계자라고 떠벌리며 그 뒤를 쫓아 제2의 바빌론 제국을 건설하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았다. 후세인은 자신의 최정예 친위부대 이름 역시 '네부카드네자르 부대'라고 불렀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의 상관인 모피어스가 지휘하는 전함에 붙인 이름 역시 네부커드네저(Nebuchadnezzar)였다."

이렇게 과거 공부한 지식과 현재 공부한 지식이 서로 연관성을 갖고 만나는 것이 공부의 묘미입니다.

[키루스 2세]는 성경에서는 [고레스]라고 불리며 매우 고마운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바빌론 유수를 끝내게 한 데 대한 보답이겠지요. [키루스 2세]는 헤도로투스의 [역사]에도 등장하고, 그의 일대기는 크세노폰이 [키루스의 교육]이라는 책에 자세히 적고 있습니다.

[역사]와 [키루스의 교육]은 김상근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공부한 바 있어 친숙하였습니다.

구글에서 [바빌론 유수] 이미지를 검색하였더니 그 상황을 그린 그림도 다수 있었고, 관련 지도, 연대기 등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보조자료를 찾아보니 바빌론 유수에 대해 더 입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50년이 맞는지 70년이 맞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그냥 강의를 듣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입체적으로 지식을 쌓게 됩니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조각 지식을 찾게 되니 기억도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유튜브 한편을 공부하고 나니 무엇인가 공부하였다는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며칠 후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8월 30일부터 김상근 교수와 공부하게 된 [헤브라이즘의 정신세계]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성경에 대해 어떤 공부를 할까?" 한 친구의 질문에 저는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잘난척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들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8월 30일 첫 강의 시간에 벌어졌습니다. 김상근 교수는 제가 얄팍하게 공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강의해 주셨습니다. '바빌론 유수와 성경의 관계'를 정말 알기 쉽게 자세히 강의해주셨습니다. 저는 뜻하지 않게 예습한 모양이 되었습니다.

공부는 이렇습니다. 스스로 공부한 내용이 다른 전문가를 통해 확인될 때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지요. 그리고 그 지식은 제 머릿속에 영원히 자리 잡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맛으로 공부하는 모양입니다. 만약 제가 그 유튜브를 그냥 강의를 듣듯 1시간 35분 들었다면 이런 기쁨은 없었을 것입니다. 자주 옆길로 새는 바람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지만 나름대로의 큰 기쁨과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성서 이팩트]를 읽고, 이제 [축의 시대]를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지식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래서는 저는 공부가 좋습니다. 이 생각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9.9.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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