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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번째 편지 - 사람을 선하게 유도하는 [앨리스 공주]의 힘

 

사람은 선할까요? 악할까요? 이 주제는 동서양 철학의 오래된 주제입니다. 맹자의 성선설은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기 때문에 이를 발전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외물(外物)에 유혹되어 악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하기 때문에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선을 발휘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성선설을 따르던 성악설을 따르던 교육이 필요합니다. 두 입장 모두 인간이 교육을 받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선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수양]을 그토록 강조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기 수양만 하면 인간이 선해질까요?

뉴질랜드의 심리학자 제시 베링 박사에 따르면 우리가 옳은 길을 가는 데는 [초자연적 존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제시 박사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고안했습니다. 유치원에 가서 6살짜리 아이들에게 다트 게임을 하나 제안합니다. 그런데 규칙이 좀 다릅니다.

"여기 이 테이프 보이지. 첫 번째 규칙은 다트판을 향해 공을 던질 때 이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거야. 두 번째 규칙은 보통의 다트 게임과 달리 다트판을 등지고 공을 던져야 한다는 거지."

"자 이제 한 번에 한 명씩 하는 거야. 다트판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친구는 오늘 일과가 끝난 후에 아주 특별한 상을 받게 돼. 그럼 잠시 후에 만나자." 제시 박사는 이렇게 말하고 방에 한 명의 아이를 남기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방을 나가버립니다. 제시 박사는 CCTV를 통해 방에 남겨진 남자아이를 관찰합니다.

그 아이는 그어진 선에 서서 다트 공을 던지지 않고 다트판을 한참을 노려봅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이 아이는 놀라운 행동을 보입니다.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 다트 공을 들고 다트판으로 가서 높은 점수의 중앙 원에 붙입니다. 공을 던지지 않고 붙인 것입니다.

이번에는 방에 여자아이가 들어왔습니다. 한번은 다트판을 등지고 공을 던져봅니다. 전혀 엉뚱한 데로 공이 날아가 버립니다. 그러자 주위를 둘러보고는 곧바로 다트판으로 걸어갑니다. 그리고는 첫 번째 남자아이와 똑같이 다트 공을 다트판에 손으로 붙입니다. 첫 번째 남자아이와 달리 이 아이는 과감하게 다트 공을 여러 개 붙입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할까요? 악할까요? 저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성악설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성선설의 맹자가 이 실험을 보았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제시 박사는 다른 아이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있습니다. "게임을 시작 전에 아주 특별한 사람을 소개할게. 지금 이 방 안에 있단다. [앨리스 공주]야. 정말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투명인간이 될 수 있거든."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게 되자 놀라운 행동을 보입니다. 한 명도 규칙을 어기지 않습니다. 어떤 여자아이는 앨리스 공주가 앉아 있다는 의자를 만져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앨리스 공주님이라고 부르고 규칙을 지킵니다.

제시 박사는 "수백 명의 아이에게 같은 실험을 한 결과, 앨리스 공주와 함께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규칙을 어기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앨리스 공주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서 초자연적 요소나 신의 존재와 같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점은 우리가 이기적 행동을 피하고 악을 억누르려면 남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 나오는 유명한 질문이 있죠. 절대로 들키지 않을 상황이라면 당신은 은행을 털겠는가? 사람들이 정말 솔직해진다면 은행에서 돈을 가져갈 사람이 꽤 많을 것입니다. 도덕적인 신의 존재가 사람들을 좋은 행동 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제시 박사의 의견입니다.

이 내용은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모건 프리먼의 스토리 오브 갓]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것을 보고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얼마 전 대기업 윤리경영실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할 때도 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 실험을 설명하고 기업에서 윤리경영실의 역할은 바로 앨리스 공주의 역할과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윤리경영실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행복마루 컨설팅(주)는 기업의 내부비리를 조사하여 찾아내는 일을 주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이 행복마루 컨설팅(주)의 서비스를 처음 받은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조 대표님. 너무 많이 적발하여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마십시오. 행복마루 컨설팅(주)가 현대카드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존재 자체가 내부비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 아닐까요." 정 부회장은 이미 [앨리스 공주]를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업의 내부비리를 찾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따라서 저희 직원들은 적발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직원들에게 격려하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마루 컨설팅(주)가 그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내부비리가 많이 억제되고 있을거야. 그러니 너무 적발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저희 고객들이 모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마루 컨설팅(주)가 고객기업에게 앨리스 공주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얼마 전 모 기업 감사실이 어느 부서의 책임자를 몇 개월간 집중 감사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보 내용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후 그 기업 CEO의 요청으로 저희 회사가 동일 사안을 재감사 하였습니다. 저는 그 CEO에게 증거를 찾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씀드렸고 그분도 이해를 하고 감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부서의 직원 한 사람이 자진 신고를 한 것입니다. 우리 팀이 왜 자체 감사 때는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행복마루 컨설팅(주) 팀에게 자진 신고를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자체 감사팀에게는 적발되지 않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외부 감사팀인 행복마루 컨설팅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여 자진하여 신고한 것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저희는 깜짝 놀랐습니다. 행복마루 컨설팅(주)이라는 [앨리스 공주]가 그 직원을 자진신고로 유도한 것입니다. 저희 회사 자랑을 하려고 이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6살짜리 아이들을 상대로 한 제시 박사의 실험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적발되었느냐는 몇 년이 지나고 나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미투 운동]이 앞으로 [앨리스 공주]로 남성들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 가정, 여러분 회사, 여러분 소사이어티에 앨리스 공주님이 계신가요. 제가 주말마다 교회를 다니는 이유는 앨리스 공주님의 존재를 매주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3.1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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