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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번째 편지 - 여러분의 혈압은 어떠신가요

 

저는 십수 년 전부터 혈압약을 먹어왔습니다. 아타칸정 8mg을 매일 한 알씩 복용해 왔습니다. 처음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없지만 2007년 사법연수원 부원장 무렵 이전인 것은 확실하니 10년도 더 된 일일 것입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먹으면서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편하고 평생을 먹어도 부작용이 없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고혈압은 가족력입니다. 어머님도 고혈압으로 수십 년째 고혈압 조절 약을 드시고 계시고, 동생도 고혈압이라 오랫동안 약을 먹고 있으니 제가 고혈압약을 먹는 것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지요. 그래서 저는 의례 그러려니 하고 약을 먹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 아래쪽 혈압이 90을 넘기기도 해서 늘 정기적으로 두세 달에 한 번 혈압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재는 혈압이 정상이다가도 병원에 가서 재기만 하면 아래쪽 혈압이 90을 살짝 넘어 의사 선생님 만나기가 두렵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병원에서 재는 혈압만 좀 높은 분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긴장한 탓일 것입니다. 별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하고 저를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고혈압약을 먹고 몇 년이 지났을 무렵. 혈당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뇨병까지는 아니었지만, 당뇨병이 생기기 직전까지 진입한 것입니다. 진단명은 식후 저혈당이었습니다. 이렇게 몸에 이상 징후가 하나둘 늘어가던 중, 2014년 3월 13일 정기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말과 함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상태로 몇 년을 사시면 중풍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때의 상황을 2014년 3월 24일 자 월요편지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중풍”이라니 아마도 선생님은 저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강도 높게 말씀하신 것이지만 저의 충격은 적지 않았습니다.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남성은 50세가 되면 이상하게 신체 지수들이 모두 현격하게 나빠집니다. 여자들이 폐경을 거치면 나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50대를 잘 지내야만 60대 70대에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건강관리하셔야 합니다.”

저는 삼성병원을 나와 마침 점심시간이라 양재천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1시간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지만 마음이 불편하여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 작년 봄에 들은 건강강좌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때 그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오십 세가 넘어서면 운동을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운동하시면 부족합니다. 운동선수처럼 하셔야 합니다. 운동선수처럼 매일 많은 양의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운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오십이 넘으면 운동선수가 되라고 말입니다. ‘Be an athlete’”  

 


그 후부터 헬스클럽도 다니고 주말이면 골프도 열심히 치고 자전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등 이것저것을 운동이라는 이름하에 열심히 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생업이 있는지라 일주일에 한두 번 운동을 하면 그것으로 "이번 주는 열심히 운동을 하였지."라고 위안으로 삼으며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운동을 하였지만, 신체에 변화는 그리 없었습니다. 체중을 몇 kg 줄여보기도 하였지만 혈압이나 식후 저혈당, 콜레스테롤 수치에 눈에 띌만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5월 22일 피트니스 2.0 김용도 대표를 만나 운동하는 습관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매일 1시간씩 근육운동을 빠짐없이 하되 유산소 운동은 포기한 것입니다.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하는 속설이 퍼진 것은 아마도 카터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아침 조깅하는 모습을 접한 뒤였을 것입니다. 그 후 한국에는 조깅 열풍이 불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저도 그 열풍에 영향을 받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에 비교해 근육운동은 그다지 열심히 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근육운동은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헬스클럽을 가야 하고, 사실 그다지 재미가 없어 오래 하기 어려우며,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단점들 때문에 지속적으로 하기란 쉽지 않은 운동입니다. 그에 비교해 유산소 운동은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누구나 즐겨 하는 운동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반대로 운동한 것입니다. 오로지 근육운동만 하였습니다.

작년 5월 22일부터 일주일에 5일, 매일 1시간씩 김용도 대표의 지도로 빠짐없이 근육운동을 하였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머슬 마니아 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쉽지 않음을 깨닫고 바디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간 운동을 하여도 별로 변하지 않던 몸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운동을 하고 3개월이 지난 작년 8월 24일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모든 수치가 다 정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혈압은 너무 낮아 의사 선생님이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이야기 들은 아내는 이렇게 한마디 하였습니다. "여보, 혈압약 한번 끊어봐요." 그 한마디의 영향으로 혈압약을 끊는 모험을 단행하였습니다. 평생 먹어야 한다는 혈압약을 끊는 도전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 후 가끔 혈압을 재 보았지만 정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고혈압 담당 선생님과 정기진료가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혈압약을 안 먹은지 몇 달이 되었다고 하였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일시적으로 조절이 될 수는 있지만 잘 지켜보셔야 합니다. 두 달만 매일 혈압을 재서 그 결과를 가지고 오시죠."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아마도 혈압약을 안 먹는 제가 불안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간 매일 한두 차례 혈압을 쟀습니다. 문제가 된 아래쪽 혈압은 1월 한 달은 "79, 84, 84, 78, 83, 81, 79, 85, 78, 82, 77, 76, 82, 83, 72, 82, 73, 86, 78, 83, 79, 78, 82, 90, 90, 87"을 기록하였습니다. 90이 두 번 있기는 하였지만 90을 넘긴 것은 없었습니다. 70대도 꽤 있었습니다. 2월에도 측정은 이어졌습니다. 역시 아래쪽 혈압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77, 81, 77, 86, 83, 76, 77, 77, 76, 80, 76, 72, 73, 75, 80, 72, 81, 78, 77, 79, 78" 1월보다 더 낮아져 있었습니다.

지난 2월 28일 제 혈압 기록지를 받아든 삼성서울병원의 성지동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완벽하십니다. 너무 좋습니다. 이대로만 하시면 되겠습니다. 운동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데 그것을 해내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이대로 지내시고 6개월 후에 경과를 체크하시죠."

몸을 만들어 머슬 마니아 대회에 나가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운동이 체질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혈압약과 이별을 고한 것입니다. 아마도 작년 5월 22일 "지금부터 매일 1시간씩 근육운동을 하시면 혈압약 안 드셔도 됩니다."라고 의사 선생님이 조언하였더라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요. 글쎄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튼 저는 앞으로도 매일 1시간씩 근육운동을 하여야 할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혈압약과 다시 만나지 않으려면 이 수밖에 없습니다.

‘Be an athlete’, 운동선수가 되라. 이 조언을 다시금 새기게 됩니다.

여러분의 혈압은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3.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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