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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번째 편지-체질 개선 쉽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체질 개선 쉽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저는 요즘 두드러기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50일쯤 되었나 봅니다. 처음에는 고기 종류를 먹어서 그런가 하였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납니다. 온 몸을 가렵게 만드는 것이 보통 사납지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방법이 없고 그때그때 약을 먹어 가라앉히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래 지내다 보면 저절로 없어지기도 한다는 군요. 그러나 이 두드러기에 먹는 약이 항히스타민제라고 해서 그다지 몸에는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것을 장복하자니 다소 꺼림칙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왜 생길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몸에 있는 독소를 뿜어내는 거예요. 그런데 약을 먹으면 뿜어내는 독소를 눌러 도로 들어가게 하니 시간이 지나면 또 내 뿜게 되는 거예요.’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사 선생님들은 체질의 문제라고 말씀하십니다. 알레르기 체질을 바꾸어야 두드러기가 근본적으로 없어진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장 가려운 저의 입장에서는 단번에 해결되는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약을 먹게 되고 또 하루 이틀 후에 재발하고 맙니다.

 사실 재발하는 것은 두드러기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화내는 문제'' 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저는 2008년 3월 대전지검장으로 부임하면서 부터 행복경영을 부르짖었고 그 핵심을 직원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지독스레 실천하였습니다. 아울러 가족들에게도 화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화가 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꾹꾹 참고 지냈습니다. 그러기를 3년 반, 2011년 8월 검찰을 떠날 때 까지 저는 정말 놀랍게도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가정과 일터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저는 다소 교만하게 ‘나는 부분 치매에 걸린 것 같아. 화내는 법을 잊어버렸으니까.’ 하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삶의 터전이 검찰에서 변호사로 바뀌고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바뀌며 모든 상황이 바뀌자 더 이상 ‘화내지 않고 지내는 일’ 이 불가능해지고 걸핏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고 내 안에 만들어 놓은 둑이 화를 막아내지 못하고 넘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도 직장에서는 화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그 화가 가족에게 뿜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3년 반을 화내지 않고 지냈는데 그래서 사실 화내는 법을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을까요. 화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화를 없앨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 차이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격과 인격은 다르다. 사람의 천성인 성격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화를 잘 내는 것 그것은 그의 성격이다. 그러나 그 성격을 인격으로 감쌀 수는 있다. 성격을 바꾸려 하지 말고 인격을 쌓아야 한다. 화가 났을 때 화를 안내려고 억지로 참는 것만으로는 화를 잘 내는 자신의 성격을 바꿀 수가 없다. 상황이 바뀌면 자신의 본성이 즉, 성격이 드러나고 만다. 결국 인생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완벽주의가 화를 불러일으키면 그 완벽주의를 바꾸어야 한다. 이것은 성품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이다. 이 인격을 바꾸려면 끊임없이 자기 수양을 하여야 한다. 논어에서 말하는 소인이 군자가 되는 과정이 바로 이것이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제 삶에 있어 근본적으로 인격을 수양하려 하지는 않고 일시적으로 내뿜어지는 화를 참으려고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화를 참아낸 것을 인격이 변화한 것으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두드러기도 같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약을 먹어 일시적으로 가라앉게 한 것이 근본적으로 치료된 것으로 착각하고 지내다가 또 두드러기가 나오면 당황하게 됩니다. 그러면 또 약을 먹고 일시적으로 가라앉고 다시 나오고 이러기를 수십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의학에 소견이 없는 제 짧은 생각으로는 이러다가 두드러기가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화를 잘 내는 성품을 일시적으로 눌러 놓는 처방이 아닌 인격을 바꾸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것처럼 두드러기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약이 아닌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한 듯합니다. 그러나 인격이니 체질이니 하는 것이 말처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경험하듯 일시적으로는 변화의 노력을 할 수 있지만 결과를 만들어 낼 정도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것이 혁신 아니겠습니까? 저도 어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50여일을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월요일 몸이 피곤하여 근처병원을 갔더니 간수치가 올라갔다고 하였습니다. 걱정이 되어 이런 저런 검사를 한 끝에 주말에 쉬기로 결정하고 주말 골프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원 포인트 입원을 하였습니다. 병원에 환자 아닌 환자가 되어 이틀을 지내다 보니 이제는 말로만 체질 개선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체질개선을 하여야 할 때가 오고 있음을 직감으로 느꼈습니다. 쉰을 넘긴 이 나이에 아직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계기가 없어 주춤주춤 떠밀려 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입원하는 것을 계기로 마음을 확 다잡아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간수치가 안정되어 오늘 오후 퇴원합니다. 큰 병으로 입원하지 않고 이렇게 가볍게 입원할 수 있었던 것이 크나큰 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변화의 기회로 삼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으로 병원을 찾게 될 것입니다.

 월요일부터 아픈 이야기를 하여 미안합니다. 여러분의 체질은 어떠신가요. 건강하신가요. 그렇지 않다면 혹시 바꾸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2. 7. 2.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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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그 동안 쓴 월요편지를 묶어 펴낸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21세기 북스 출판)이 여러분들이 호응해 주신 덕분에 3쇄를 찍었습니다. 인세는 좋은 곳에 쓰려고 고민 중입니다. 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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