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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번째 편지-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요즘 검찰에 있는 후배들을 만나면 이런 소리를 자주 합니다. “보직은 브랜드가 아니다.” 조직생활을 할 때는 좋은 보직에 가기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검찰의 경우 중견간부 때는 중앙수사부 과장이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이 되기를 희망하고 고급간부가 되고 나면 중수부장, 공안부장 나아가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고 싶어 합니다. 현직에 근무할 때는 그 보직이 매우 중요한 것이었지만 일단 현직을 떠나 다른 세상에 가면 그 보직의 의미는 상당히 바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한 경력은 변호사를 하는데 일정 기간 동안은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의 브랜드일까요? 그의 특기인 것은 틀림없지만 브랜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 해에는 다른 특수부장 출신이 개업을 하게 되고 매년 이런 현상은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몇 년 후에는 과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하였던 분으로 기억되고 말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하였던 분들은 변호사 업계에 많이 계시고 지금도 열심히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 분들 중에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브랜드는 자신만의 고유한 것이어야 합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은 자신의 고유한 것이 아닙니다. 검찰의 한 보직이지요. 그래서 자신의 유니크한 것을 가지려면 자신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당시 어떠어떠한 일을 하였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는 것을 고객에게 알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의 일은 퇴직한 이상 현재나 미래에 계속해 나갈 수 없습니다. 다른 것으로 변신을 하여야 합니다.

 닌텐도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닌텐도의 성공과 실패의 역사를 보면 개인도 어떻게 변신하여야 하는지 시사점을 얻게 됩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닌텐도는 1889년 화투를 만드는 일본기업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화투만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낀 닌텐도는 여러 가지 시장을 노크합니다. 진공청소기도 만들고 완구 사업에도 뛰어들어보지요. 그러던 중 시대의 흐름을 읽고 게임 산업에 뛰어 듭니다. 그때가 1981년. 그 후 1985년 이태리 배관공을 캐릭터화한 슈퍼마리오라는 초특급 캐릭터를 만들어 내며 승승장구하였고 닌텐도 64, 게임보이, 64DD, 닌텐도 DS, 위 등 히트작을 만들어 내며 20년 이상 개인용 휴대용게임기 시장을 석권합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이 등장하고 나아가 스마트폰에 게임이 탑재되면서 닌텐도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출이 급격히 줄고 고전하게 됩니다.

 저는 닌텐도의 역사에서 화투 제조회사라는 브랜드에서 개인용 게임기 제조회사라는 브랜드로 성공적 변신을 하여 한 시대를 구가하였으나 네트워크 게임 개발회사로 자신의 브랜드를 바꾸지 못하고 고전하는 한 기업을 보게 됩니다.

 검찰에 있을 때는 특수통이라는 것이 브랜드일지 모르지만 변호사 세계로 나오면 그 특수통이라는 것만 가지고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는 없습니다. ‘어떠어떠한 사건을 잘 변호하는 전문 변호사’로 자리매김하여야 합니다. ‘갑’이라는 변호사의 이름을 떠올리면 반드시 그에게 뒤따라오는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조근호’하면 떠오르는 변호사로서의 이미지가 있어야 합니다. 조근호 하면, 여전히 검찰에 있었을 때 가지고 있던 기획통, 전략통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혁신전도사, 6시그마를 검찰에 도입한 장본인, 행복경영의 주창자, 월요편지의 주인공 등의 단어가 떠오르고, 이는 제가 감히 가지고 있다고 그나마 자부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이미지나 브랜드는 제가 살아가야 하는 변호사 세계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그런 이미지로 비즈니스를 하기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검찰 후배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라고 권합니다. 그것도 오래도록 검찰이나 변호사 세계나 아니면 다른 세계, 즉 시장에서 통용되는 브랜드 말입니다. 한 1-2년 지나고 나면 시장에서 더 이상 찾지 않게 되는 그런 브랜드가 아닌 시대의 변화에도 여전히 살아남고 고객으로부터 호응을 얻는 그런 브랜드 말입니다.

 저 역시 브랜드를 구축하여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검찰에 있을 때 무슨 일을 하였냐? 어떤 보직에 있었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그는 무엇을 잘 하느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위해 3년 내지 5년을 투자하려합니다. 새로 공부도 하고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도 만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세미나 등 각종 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여러 가지 변신을 하기로 말입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다행히 저와 함께 일하는 후배 변호사들이 도와주고 있어 브랜드 구축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법률사무소도 브랜드를 가져야 합니다. 제가 만든 법률사무소 행복마루의 경우에도 이름을 대면 떠오르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저와 법률사무소 행복마루의 브랜드를 IT분야로 삼으려 합니다. IT와 관련된 기술유출, 보안, 개인정보보호 등등 기술과 법이 만나는 영역의 서비스를 주요 서비스로 하려합니다. 제가 디지털 포렌식 산업 포럼 회장직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특징이 없이 여러 진료 과를 다 가지고 있는 중형병원의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척주질환만 보는 우리들병원, 항문질환만 보는 대항병원 등은 특화에 성공하여 급성장하였습니다. 변호사 직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이런 특화 전략이 당연히 필요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2.6.4.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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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그 동안 쓴 월요편지를 묶어 펴낸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21세기 북스 출판)에 대해 여러분들이 큰 관심을 보이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세는 좋은 곳에 쓰려고 고민 중입니다. 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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