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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번째 편지 - 월요편지 500회를 다시 읽어 보다 [3부]

 

지나간 월요편지 500편을 읽어보는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저는 연 3주 동안 월요편지를 쓰면서 행복감에 빠져 있습니다. 10년간 매주 월요일마다 쓴 자기 고백 에세이를 한꺼번에 읽으며 저의 10년을 회상할 수 있었으니까요? 모든 기억이 활자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삶은 기억의 총합이지만 기억의 한계 때문에 대부분의 삶은 소실되어 버리고 말지요. 저는 그 소실된 기억을 월요편지라는 낚싯대로 건져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것은 작지만 어떤 것은 월척입니다. 종류도 너무 다양합니다. 기쁨도 있는 반면 슬픔도 있고 무심함도 있습니다. 제가 드러나기도 하고 가족이 나타나기도 하고 친구들이 얼굴을 내밀기도 하지요. 이 모든 것이 행복입니다. 미국 로욜라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Fred Bryant 교수는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향유하기 Savoring’를 제시합니다. 향유하기는 긍정적인 경험을 자각하여 충분히 느낌으로써 행복감이 증폭되고 지속되도록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말합니다. [28. 김연아를 다시 음미하세요. 행복해집니다.] 저는 3주 동안 '향유하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1, 2부에 이어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월요편지 제목을 읽어보면서 그 이전과는 달라진 주제에 깜짝 놀랐습니다. 검사에서 변호사로 변신한 후 많이 고민하였던 홀로서기에 대한 글이나 행복마루를 경영하면서 고심한 경영에 대한 글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대신 인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요범은 63세가 되던 해에 아들 원엄을 위해 교훈서를 씁니다. 그 책이 오늘 소개하고 있는 ‘요범사훈’입니다. 요범은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너의 운명이 어떠할지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운명이 순탄하여 영화로울 때는, 늘 몰락하여 적막할 때를 생각하라. 당장 눈앞의 의식주가 풍족할 때는, 늘 가난하고 구차할 때를 생각하라.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공경할 때는, 늘 두려움과 무서움을 생각하라.'

'날마다 잘못된 것을 알아차려, 매일매일 잘못을 고치도록 힘써라. 어느 하루 고칠 만한 과실이 없으면, 곧 그날은 진보가 없게 된다.' '천하에 총명하고 준수한 사람이 적지 않지만, 공덕을 높이 쌓고 수양을 깊이 닦지 못하는 까닭은, 단지 ‘인순(因循: 타성에 젖어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고 기존 관행을 답습함)’이라는 두 글자로 말미암아 한평생을 허송세월하기 때문이다.'" [279. 운명을 뛰어넘는 길, 요범사훈] 저는 매주 저에게 요범사훈을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284. 부족함이란 행복해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285. Happy Chance], [296. '인생의 덫'을 아시나요.], [306.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시겠습니까?], [307. 무한 질주에서의 은퇴인가? 참다운 삶으로의 복귀인가?], [313. 세상 이치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315.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 Hygge], [316. 우뇌가 만든 아름다운 세상], [320. 하와이 여행에서 배운 인생 교훈], [324. 삶에 대한 통제와 방임 사이에서], [330. 인생은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지만 노력한 대로 된다.], [333. Life is a Journey], [344. It's my life(?)], [349. 정조가 묻습니다. "당신은 고식(故息)에 빠져 있나요."], [351. 여러분에게 인생은 무엇인가요.], [356. [채집과 수렵]의 인간관계론], [360. 경험을 구입하라.], [363. 아폴론 신전의 신탁, [행복하려면 여행을 많이 하라]], [364. 부부간에 손을 붙잡고 다니시나요?], [365. 겸손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시나요?], [380. 2017년 누군가를 설레게 하자.], [384. 당신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388. 죽음이 편안하게 느껴질 때], [470.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네 가지 질문], [473. 걱정이 있는가? 걱정보다 빨리 달려라!], [474. 인생을 측정해 보니...], [476. 황금 사과를 얻으려는 분들에게], [493. 평범하게 산다는 것의 위대함], [495. [행복한 인생]에 대한 자문자답], [498.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

30번입니다. 총 154번의 월요편지 중 5분의 1을 인생이라는 주제에 할애하였던 것입니다. 인생과 관련된 월요편지 제목을 골라 쓰다가 너무 많아 중간에 끊을까 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읽는 분의 호흡을 끊을까 염려되어 길지만 그대로 적었습니다. 인생의 5분의 1을 인생을 고민하는데 쓴 것입니다. 이것이 잘한 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3년간 치열하게 인생에 대해 고민한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인생을 여행길이라고 생각하여도 좋고 아니면 저처럼 운명과의 복싱 경기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생이 무엇일까' 늘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인생 연구가 취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에 대해 얼마나 자주, 그리고 깊이 있게 생각하느냐입니다." [368. 강의 "8년간 월요편지를 쓰고 보니"]

다시 3년간 월요편지 목록을 보니 고전과 관련된 월요편지가 꽤 되었습니다. 아마도 인생을 고전에서 찾으려는 제 시도가 반영된 것인가 봅니다.

[308. 고전5미닛], [332. 2016년 행복마루 책 읽기], [357. 시기를 사지 않는 행복], [371. 고전에서 현 사태의 출구를 찾으렵니다.], [375. 나오시마의 새벽에 만난 것들], [383. 그리스 비극과 대한민국 비극], [389.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395. Super astra 별보다 더 높이], [400. 에르(Er)의 이야기], [472. 또 하나의 고전 비주얼라이제이션, [고전 결박을 풀다]] 등이 고전에 대한 글들이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녁이 오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 서재로 들어간다네. 서재로 들어가기 전에 흙과 먼지가 묻어 있는 일상복을 벗고 관복으로 갈아입지. 그리고 나는 옛 시대를 살았던 어르신들의 정원으로 들어간다네. 그분들은 나를 정중히 맞아 주시고, 나는 옛 시대를 사셨던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지. 내가 그분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질문을 드린다네. 왜 그때, 그런 식으로 행동하셨는지를. 그 숨겨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럼 옛 성현들은 내게 대답해주시지. 매일 옛 시대의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는 그 네 시간 동안 나는 아무런 피곤을 느끼지 못한다네.'" [389.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이런 성현들과의 만남에서 가장 저의 가슴을 크게 울린 글귀는 바로 이것입니다. "시기를 사지 않는 행복"입니다.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을 읽어봅니다. '시민들이 원한을 품고 하는 말은 무서운 법이니. 백성의 입에서 나온 저주는 반드시 실현되기 때문이라네. 어둠 속에 감춰진 것을 듣게 되지나 않을까 내 마음은 그지없이 불안하니. 피를 많이 흘리게 한 자, 신들의 눈길을 피하지 못함이네. 때가 되면 복수의 여신들의 검은 무리가 불의한 번영을 누리는 자의 운명을 역전 시켜 그의 삶을 역경으로 몰아넣고 그를 미약하게 할 것인즉, 사그라지는 그에게 구원은 없으리라. 지나친 명성은 위험한 법. 제우스의 눈에서 벼락이 떨어짐이라. 나의 소망은 시기를 사지 않는 행복이니. 나는 도시의 파괴자가 되고 싶지도 않거니와 나 자신이 남의 포로가 되어 종살이하는 꼴도 보고 싶지 않노라.'" [357. 시기를 사지 않는 행복]

너무 글이 무거워졌나요. 인생이란 주제 자체가 무겁고, 그것을 다루는 고전 역시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무거워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3년간의 월요편지에는 이런 무거운 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저는 추억을 곱씹는 것을 좋아하네요. 누구에게나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지요. 그 아름다운 추억이 월요편지에 내려앉았습니다. 제 인생 추억의 책갈피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설악산 소청봉에서 길을 잃고 1박을 할 때였습니다.

"텐트에서 나와 밖을 보니 산봉우리들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우리가 텐트를 친 바로 밑까지 밤바다가 밀려 들어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분명 산 정상에 있는데 웬 바다. 정신을 차려 자세히 보니 모두 구름이었습니다. 이름하여 운해(雲海)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촘촘히 박혀있습니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별들뿐입니다. 그 별빛을 받은 구름바다는 연푸른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새벽 동이 틀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구름바다와 별 하늘을 바라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알퐁스 도데의 별'의 한 구절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저는 그날의 추억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인생이 힘들고 막막하고 캄캄할 때마다 가슴속에 있는 이 장면을 꺼내어 봅니다. 그 장면은 저에게 속삭입니다. '네가 본 그날의 모습은 신이 너에게 준 선물이야. 그 아름다운 자연의 경이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네 인생은 이미 가치 있는 것이야.'"

지난 10년간의 월요편지는 대학교 1학년 때 소청봉에서 만난 운해처럼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인생이 힘들고 막막하고 캄캄할 때마다 펼쳐 볼 추억들입니다. 저는 500개의 아름다운 추억을 지니고 살아갈 것입니다. 그 추억이 제 인생이요. 저 자신입니다. 지금부터 또 10년, 그러면 또다시 500개의 추억이 쌓일 것입니다.

그 추억에는 어떤 장면이 아로새겨질까요. 좋은 추억은 좋은 대로 나쁜 추억은 나쁜 대로 제 인생의 일부를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먼 훗날 꺼내보면 모든 추억은 세월이 성형수술을 하여 아름답고 멋지고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저 열심히 인생을 살면서 추억의 편린을 월요편지에 담는 작업만 하면 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비록 독자가 저 혼자만 남게 되더라도 월요편지는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여정에 월요편지 독자 여러분이 함께하시면 저는 덜 힘들 것입니다. 지난 10년 월요편지를 애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8.2.5. 조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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